오늘은 침대에 엎드려서 일기를 쓴다. 보일러의 안부를 물을 기운이 없다. 오늘은 내 안부가 우선이야. 대충 미지근한 물로 씻고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일기를 써야 잘 수 있을 것 같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자꾸만 형제봉주막놈이 생각났다. 종일 찜찜하고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남성이 외모에 함부로 말하고 반말하고 안해도 되는 질문하고 괜히 장난을 걸고 툭툭 건드리고 시비를 터는 일은 일상에서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일들은 좋은 분위기의 자리, 어려운 일과 관계 안에서 예고도 없이 훅훅 들어오곤한다. 바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좋게 좋게 넘어가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당황스러움>적절한 대처에 대한 골몰>타이밍 놓침. 이거 시발? 하다가 늘 표현할 기회를 놓쳐서 찝찝한 기분이 드는건 언제나 당한 자의 몫이다.
더 골똘히 빡이 쳤던 것은 옆에 있는 사람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던 순간의 기억 때문이다. 당사자는 당황하다 놓칠 수 있지만, 곁에 있던 동료에게 무례하게 굴 때 나는 어떤 대처를 했어야했나. 근데 이런 걸 왜 우리가 생각해야하나. 이 사소한 불쾌함과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어 자리에 함께 있던 친구에게 사과를 전했다.
이런 늠름한 답이 왔다.
우리같이 연습합시다. 다음 번에 그런 놈이 있으면 같이 혼내주자고요. 도움이 필요하면 서로 신호를 보냅시다.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의논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서로에게 든든한 동지가 되어주는 과정 일환으로요.
든든한 동료가 되기 위해, 나를 보호하기 위해 순발력을 갖춰야겠다. 개소리를 차단하는 민첩하고 빠른 말과 태도.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일단 가혜가 보내준 찌라시 인쇄해서 여성의날에 친구들한테 선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