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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Feb 08. 2023

기꺼이 물길을 만드는 사람

성공회 예산교회 심규용 신부

예산은 처음이었다. 인터뷰 장소인 예산교회 주변은 지역에서도 조용하고 한갓진 동네에 들 것 같았다. 전해 듣기로 교회가 오랜 역사를 품었다고 했는데 건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정하고 번듯했다. 신명유치원이라는 간판을 단 건물을 지나쳐 교회 문을 여니 일반적인 교회 모습과는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해가 잘 들어오는 창문 앞쪽으로 커다란 원목 책상과 책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작게 음악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있고, 검은 신부복을 입은 심 신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100년이 넘은 교회에서 일하면서 도시재생 활동도 하고, 지역 모임도 여는, 그런 신부님으로 소개를 받았다. 아, 이런 모습이셨구나.


교회는 올해 설립 105주년이 된다. 지금의 교회 건물은 원래의 한옥 교회를 허물고 1975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그렇게 따져도 근 반세기가 되었다. 입구에 있던 신명유치원은 예산의 첫 유치원이자 일제강점기를 견딘 대한성공회의 마지막 사설 유아교육기관이었다. 성공회 교회가 이 자리에 터를 잡고 한 세기가 넘었다.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긴 시간이 흘렀고, 지금 여전히 그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심규용 신부가 아니었다면 100여 년의 역사에서 멈추었으리라. 지난 시간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이제 이 교회의 새로운 날들을 이끄는 심신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무도 이런 곳으로 가라 하지 않았을 텐데, 어째서 이곳에서 사역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임하는 것인지, 그런 이야기들.




저희 질문 중 공통된 것이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세요?

여기 바로 이 자리예요. 바람이 잘 들어서 좋아요. 옆에 옛 신명유치원 건물이 보이고요. 여기서 하루 종일 넷플릭스도 보고…(웃음) 책도 읽고 모임도 하고 차도 마셔요.



여기서 제일 좋아하시는 물건은요?

이 테이블요. 옛 건물이 헐리고 새로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나온 성당의 장의자를 두 개 붙여서 만들었어요. 테이블 윗면이 의자의 앉는 부분이에요. 앉을 때 다리가 걸리지 말라고 라운딩이 되어 있는 거 보이세요? 여기 의자도 책장도 다 그 장의자로 만든 거예요. 이걸로 카운터 밑에 장식도 했어요. 



교회나 성당에 이런 공간이 있는 건 처음 봤어요. 원래는 어떤 공간이었나요?

신부님의 숙소인 사제관으로 썼던 공간이에요. 나중에는 유치원 사무실이나 비품 창고로도 쓰였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이 공간을 수리해서 책방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성공회 신문에 광고를 내서 후원을 받아 고쳤어요. 낡은 느낌은 보존하되 콘셉트만 바꾸는 식으로 벽도 일부를 허물고, 가구도 만들었어요. 



가구도 그렇고 공간도 그렇고… 진짜 재생 건축이네요.

그렇죠. 재생…! 제가 좋아하는 말이에요. 새롭게 태어나는 거잖아요. 이 공간이 그 재생이란 말과 딱 부합하는 것 같아요. 1917년에 처음 설립된 후에 일제강점기 때 한 번 폐쇄됐고, 2017년도에 신자가 없어서 100주년이 되는 해에 또 폐쇄됐었거든요. 



폐쇄가 됐는데 어떻게 다시 운영되고 있는 건가요?

재건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시 일어섰어요. 100주년 된 교회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근처를 지나가다가 들렀는데, 이 역사 깊은 교회가 없어지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신학대학원생들끼리 예산에 와서 100주년 저녁기도를 드리고, 재건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이야기를 꺼냈어요. 설령 잘 진행이 안 되어도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미 폐쇄가 결정된 교회였잖아요.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떤 사명감 같은 걸 느끼셨나요?

그게 어디든 100주년이 되는 때에 문을 닫는 곳은 흔하지 않잖아요. 가장 축하해야 할 날에 생명을 다한 교회의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그 모습이 지역과 그곳의 교회, 더 넓게는 한국 그리스도교의 미래일 수도 있겠다 싶었죠. 교회가 흔해진 시대니만큼 그 중요성이 전과 같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전 여기서 낡은 것이 지닌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지키고 싶었어요. 제게 낡은 것은 촌스럽고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빛나는 것이거든요. 100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세월의 빛이죠. 여기서 그 빛을 봤기 때문에 움직였던 것 같아요. 



그가 직접 만든 가구와 빛으로 채워진 공간. 
차를 마시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전 여기서 낡은 것이 지닌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지키고 싶었어요. 

제게 낡은 것은 촌스럽고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빛나는 것이거든요. 

100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세월의 빛이죠 ."




그럼 그렇게 대학원생 때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여기로 오시게 된 건가요?

저희는 원하는 곳을 선택해서 가는 게 아니라 발령을 받는 시스템이에요. 신부로 발령받기 전엔 개인적으로 이곳에 찾아와서 풀을 깎고 건물을 관리했어요. 한때 활기찼던 교회와 유치원이 문을 닫고 방치된 걸 보는 주변 분들이 속상하실 것 같아서요. 그런 노력을 교구에서 가상하게 봐주셨는지 여기로 발령을 내줘서 오게 됐어요.



오래 공을 들였던 만큼 애착이 갈 수밖에 없겠어요. 그런데 여기서 종교행사 말고도 여러 모임을 진행하신다면서요.

마르코책방이라는 독서모임과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신명마을극장이라는 영화모임을 하고 있어요. 이 공간을 고치기 전부터, 예배실에서 진행해왔던 모임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모임을 쉬었죠. 영화는 올해 1월부터 보기 시작했고, 최근에 독서 모임도 다시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교인들이 많이 참여하시나요?

아뇨. 따로 교인 분들이 참석하는 건 아니에요. 아마 재미가 없나 봐요(웃음). 지금은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모임에 관심 있는 분들과 활동 중이에요.



독서모임이나 영화모임에 콘셉트나 주제가 있나요?

독서모임의 책 주제는 이번에 다시 정비했어요. 여기를 앞으로 생태책방으로 운영할 거라 독서모임 주제도 생태에 맞추려 하고 있어요. 영화는 제가 먼저 본 것 중에서 ‘이건 같이 봐야겠다.’싶은 것들로 선정해요. 혼자만의 삶, 생태, 여성 등등 다루는 주제들이 다양하죠. 나중에는 독서모임과 영화모임 주제를 연동시켜볼까 해요. 두 모임에 함께 참여하는 분들이 더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효과가 날 것 같아요.



생태책방이라면 이 공간이 서점이 되는 건가요? 여러 문화공간 중에 왜 책방으로 하셨는지 궁금해요.

일단 제가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게 동네 서점들이 많이 없어졌잖아요. 책 읽는 문화도 사라지고 있고요. 요즘엔 이런 아날로그가 낡고 진부한 것으로 여겨지니까 그걸 지키고 싶더라고요. 게다가 요즘 같은 시대에 책방이 수익을 내기가 어려울 테니까, 일반 사람들이 운영하기엔 힘든 면이 있어 보여요. 이렇게 돈이 되지 않는 일은 비영리 단체가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점 중에서도 생태책방을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생태라는 개념이 우리 삶의 모든 순간, 존재들과 전부 연결되기 때문이에요. 생태 하면 좁은 의미의 생태학을 떠올리지만 사실 에너지, 꽃 기르기, 텃밭부터 기후위기 등등 다 생태이야기죠. 적지만 50권 정도로 책을 엄선해서 전시를 하고 판매할 예정이에요. 물론 많이 팔리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누가 생태 책 같은 걸 사겠어요. 그런데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괜찮아요.(웃음)



서점 게다가 생태 책이라니 수익 내기가 정말 어려울 것 같은데, 공간을 유지하려면 수익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물론 수익 창출에 대해서도 꽤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그런데 지역 상권에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수익은 나지 않겠지만, 제가 이곳에 있는 한 인건비 걱정은 없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할 수 있을 거예요.



수익과 상관없이 공간을 유지하겠다는 다짐이군요.

우리가 제일 잘 내줄 수 있는 게 바로 공간이에요. 어떤 활동이든 공간이 꼭 필요하잖아요. 예전부터 종교시설들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고 생각했어요. 일주일에 몇 번 예배드리는 게 다이고, 나머지는 문을 닫거나, 회원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그런데서 벗어나 교회라는 장소를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성당을 개방해서 문화모임도 하고, 바자회도 하고, 마을회의도 열고… 이 공간이 필요한 분들께 도움을 드리려고 한 거죠. 



다양한 문화모임으로 활용되는 공간


"우리가 제일 잘 내줄 수 있는 게 바로 공간이에요. 어떤 활동이든 공간이 꼭 필요하잖아요.  (...) 

교회라는 장소를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성당을 개방해서 문화모임도 하고, 바자회도 하고, 마을회의도 열고…

 이 공간이 필요한 분들께 도움을 드리려고 한 거죠."




모임이나 일의 규모를 더 확장하고 싶은 생각도 있나요?

아니오. 규모를 늘리는 것엔 관심이 없어요. 이 테이블에 6명이 앉을 수 있는데, 모임은 그 정도가 딱 좋아요. 많이 오면 대화를 못하잖아요. 이렇게 작은 공동체 안에서만 존재하는 건강함이 있는데, 가급적 그걸 지키고 싶어요. 공간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같이 놀고 대화하며 서로의 세상을 넓히고, 지역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거죠. 이런 관계가 시간이 지나도 살아있을 때 지역이 숨을 쉴 거라고 믿어요.



사실 도시재생, 문화공간으로서의 교회, 생태적인 조화… 이런 걸 신부님께서 주도하신다는 게 낯설고 신선해요. 원래 세상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저는 학부는 개신교 신학대학을 나왔는데, 당시에 학보사와 통일 NGO 활동을 하면서 세상에 눈을 떴어요. 한반도에서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책임감을 느꼈지요. 그때의 경험들이 좋은 지침이 되어, 대학원 때 지역 공동화 현상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지역이 소멸 위기에 처하면 교회도 마찬가지죠. 한국 사회에서 위기에 처한 지역 교회들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지방공동화 현상과 지역 교회의 역할〉이라는 석사논문을 썼고, 지자체로서 예산군이 맞닥뜨린 소멸 위기와 폐쇄된 예산교회를 다루면서 관심이 연결됐어요. 



일을 하면서 언제 보람차다고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모임 후에 다 같이 감상을 나누면서 교감을 이루고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볼 때요. 얼마 전에는 《봄바람 순례단》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는데, 사실 편하게 보기엔 좀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힘들고 고난당하는 삶의 환경 속으로 찾아가는 내용이고, 형식도 옴니버스 방식이라 조금 지루해서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영화가 끝나고 박수소리가 오랫동안 이어지더라고요. 많이 놀랐어요. 이런 영화를 보고 길게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사람들이 지역에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원하지 않는 일도 종종 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신부님은 어떠신가요?

몇 년 전 일인데, 예산 생협에서 축사를 해달라는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아, 이제 내가 지역 유지가 됐구나! (웃음) 그런데 제가 생협 회원이 아니라서 무척 찔리던 차에 행사가 취소되어서 다행이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도시재생 뉴딜사업 코디네이터 활동을 맡게 된 적도 있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 편인데 그래도 지역에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가요. 



활동하면서 만족과 그렇지 않은 거의 비중은 어떻게 되세요?

아마도 걱정 반 만족 반이지 않으려나. 살짝 외로울 때가 있어요. 여기는 이미 두 번이나 문을 닫았던 곳이고, 다시 또 사람이 없어서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한편으로 사제이자 모임 운영자로서 오로지 제가 감당할 몫에 대해 함께 얘기 나눌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 측면도 있는 것 같고요. 



그렇다면 이 종교적 타이틀을 내려놓고 싶은 적도 있으셨나요?

아뇨, 그런 적은 없어요. 어떤 상태로든지 제 안의 신앙은 살아있고,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모습들, 그리스도가 이야기하는 정신을 보면서 저를 돌아볼 수 있었어요. 훗날 제 삶을 어떻게 평가 내릴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이렇게 활동적인 신부님을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여기까지 이끈 말씀이나 구절이 있으신가요?

특정 구절이라기보다는 성경의 핵심 부분인데요,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인간의 옷을 입고 오셨다’는 부분이요. 신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동일하게 슬픔과 기쁨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로 오셨다는 말이에요. 지금 상황에 대입하면, ‘그리스도교는 소멸되어가는 지역에도 오신다’라는 말이지 않을까요. 때로는 지역 주민의 얼굴로, 때로는 고민하는 청년 농부의 얼굴로 오실 수 있는 거죠. 그 분이 여기에 계시니, 저도 그 관점으로 지역의 일들, 문제들을 바라보고, 교회의 역할을 고민한답니다.





"때로는 지역 주민의 얼굴로, 때로는 고민하는 청년 농부의 얼굴로 오실 수 있는 거죠. 

그 분이 여기에 계시니, 저도 그 관점으로 지역의 일들,

 문제들을 바라보고, 교회의 역할을 고민한답니다."



만약 어느 날 기도 중에 하느님이 ‘세상의 문제 한 가지를 해결해주신다’고 한다면 무얼 요구하고 싶으세요?

가진 것을 나눌 수 있게 해달라고요. 우리는 침략과 약탈, 자연을 지나치게 학대해서 얻은 결과물로 삶을 이어가고 있잖아요. 우리가 지금 마주한 문제는 나누지 않고 욕심을 지나치게 부린 결과예요.



좀더 구체적으로 꿈을 꿔본다면요? 무엇을 구체적으로 희망하고 계신가요?

이뤄지길 바라는 것들은 많이 있어요. 먼저 이곳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고, 기회가 된다면 만남을 위한 공간을 또 만들고 싶어요. 가령 지금 예산역 앞에 ‘동훈여관’이라고 검정 벽돌로 된 오래된 건물이 있어요.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는데 헐어버리기엔 아까운 건물이거든요. 그곳을 성공회 교우들이나 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또 이웃 교파인 천주교인들의 성지순례를 위한 숙소 등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교회를 나와 파란 하늘을 지고 있는 예산교회의 지붕을 올려다보고, 신명유치원도 다시 한 번 눈에 담아두었다. 내년에 이 유치원 자리는 생명을 가꾸고 사람들을 모으는 생태정원이 될 것이다. 심신부의 손으로 태어나는 또 다른 공간의 미래가 기대되었다.


예산을 떠나며 오늘의 인터뷰를 정리하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폭우로 인한 수해가 걱정돼 땅 위에 물길을 내야 할 때, 삽으로 무작정 깊고 넓게 물길을 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물이 조금씩 흐를 수 있도록 얕게 파내어도 물길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한다. 중요한 건 물길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것이었다.


“혁신이란 게 뭐겠어요. 사물을 새롭게 보자는 거잖아요.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교회의 틀은 무한정 바뀔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여러 경험들을 해보자는 거고요.” 심신부는 혁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이 말을 할 때 심신부는 예산과 예산교회의 오래된, 하지만 잠시 정체된 시간의 흐름 앞에 삽을 들고 서있는 사람 같았다. 손대지 않았더라면 마저 다 증발하고 말았을 그 길고 긴 시간의 흐름 앞에서 한 사람이 물길을 조금씩 낸다.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엄청난 물살이 아니더라도, 얕더라도 확실하게 파낸 물길로 미래가 흐른다. 전적으로 한 사람의 의지가 만들어낸 에너지다. 다른 시선으로 지금 여기의 지역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교회의 할 일을 찾으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그 모습이 바로 혁신이겠다. ‘혁신가 심규용 신부’라고 말을 정리하며 그가 말한 동훈여관을 찾아보았다. 화면 속 검은 벽돌의 건물을 한참 들여다본다. 그곳에서 심규용 신부가 지금처럼 묵묵히 지역의 미래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나도 모르게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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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살롱 프로젝트>
충남지역에서 자신만의 일과 활동을 이어나가며, 조금이라도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어떤 일들을 하며,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연재합니다.


제작 | 충남사회혁신센터x사과나무

글·정리 | 성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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