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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Mar 03. 2023

반짝반짝 녹색의 기운을 전하는

<천안녹색소비자연대> 유혜정, 권은정, 김윤선아


소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기후 변화의 주범이자 환경과 공존하지 못하는 ‘소비’라는 단어를 초록빛으로 변화시켜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천안녹색소비자연대는 이름에 고스란히 담긴 단어들로 그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유혜정 사무처장은 행동이 모이면 액션이 되고 액션이 되면 제도와 기업의 행태를 바꿀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걸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자의 선택이다. 천안녹색소비자연대는 천안이라는 지역 안에서 소비자의 행동을 모으는 시민단체다.

천안녹색소비자연대를 이끌어가는 세 명의 활동가를 만났다. 유혜정 사무처장은 활동 연차가 20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자원순환과 녹색구매를 담당하는 권은정 간사는 40대, 여성 건강과 월경권 그리고 기후 에너지 파트를 담당하는 김윤선아 간사는 30대 활동가다. 세대도 MBTI 유형도 극적으로 다른 세 사람이지만, 서로를 지지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는 건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계의 맥락과 배려하는 말 한마디,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빛 한 줄기로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천안녹색소비자연대가 최근에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권은정   ‘지구와함께가게’를 최근 2년간 주력사업으로 펼쳐왔어요. 종이팩은 수거체계가 따로 없어서 재활용률이 20%도 안 돼요. 특히 카페는 우유 사용량이 많아 버려지는 종이팩이 많잖아요. 이런 상점들과 함께 재활용 운동을 하고 있어요. 행정복지센터에서 종이팩 1L짜리 15개를 가져가면 음식물 종량제봉투 5매로 교환해주거든요. 2022년에는 약 960kg의 종이팩이 수거됐고 그렇게 모인 9,600매의 음식물 종량제봉투를 천안시주거복지종합지원센터에 기부했어요. 자원순환이 기부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김윤선아   저는 여성 건강과 월경 운동을 담당하고 있어요. 월경이 대부분의 여성이 경험하는 일인데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잖아요. 우리는 월경이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지원이 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판단했어요. 2017년에 깔창 생리대 사건이 쟁점이 되었었잖아요. 많지 않지만, 여러 지역에서 여성 청소년에 대한 월경 용품 지원이 시작되고 있으니 천안에서도 이 이슈를 띄워보자고 생각하고 작년부터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지금은 관련 조례에 관한 원안 가결이 된 상태고요. 계속 모니터링 할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천안녹색소비자연대의 활동들을 살펴보니 여성 이슈에 관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셨더라고요. 녹색 소비와 페미니즘이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그걸 어떻게 사업으로 전개해나가고 있는지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김윤선아   녹색소비자연대에 참여하는 분들이 거의 여성들이다 보니 소통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거든요. 자연스럽게 여성 건강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월경이라는, 비단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적인 일뿐만 아니라 월경 용품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도 있고요. 환경과 엮을 수 있는 문제들이 많죠. 또 이게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가부장제를 끊어내기 위해 여성운동을 하는 것이고 환경도 결국 자본주의가 망가트린 산물이 되어버렸고요. 이런 권력구조에서 발생한 사회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닮았다고 보는 거죠. 이런 문제들을 여성의 힘으로 해결해보자는 뿌리가 있어요. 이게 녹색소비자연대가 여성운동과 가까운 이유인 것 같아요.


권은정   작년에 진행했던 월경 용품 전시회가 저는 큰 의미가 있다고 봤어요. 우리가 알 권리를 지키는 소비자 단체이기도 하잖아요. 월경컵 같은 다양한 월경 용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린 기회가 되었죠. 전시회에 방문한 여성들이 다양한 월경 용품을 눈으로 보고 만져보기도 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게 한 발짝 내디딜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봐요.


유혜정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다들 쭈뼛쭈뼛하지만 이야기가 깊어지다 보면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자기 경험을 나누고 궁금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질문하기도 하더라고요. 새로운 월경 용품을 사용하게 된 성공사례뿐만 아니라 실패 경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되면 좋겠어요. 2023년에도 월경과 여성 건강에 관한 이야기들을 지역에서 계속해나가고 싶어요.




"이런 문제들을 여성의 힘으로 해결해보자는 뿌리가 있어요. 이게 녹색소비자연대가 여성운동과 가까운 이유인 것 같아요."



시민의 경험과 목소리를 끌어내는 활동을 펼쳐나가고 계시네요. 뿌듯했던 순간들을 조금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이 프로그램 말고도 일하며 즐거웠던 순간이나 보람 있었던 장면들이 있으신가요?

유혜정   제가 사무처장이니까 전국에서 개최되는 회의에 많이 참석하거든요. 다른 단체들 혹은 활동가들이 ‘천안녹소연(천안녹색소비자연대)’ 하면 떠올려주시는 게 세 가지예요. 지구와함께가게, 월경권 그리고 기후 관련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던 천안시 열지도 제작 프로젝트 ‘화씨’로 정리가 되거든요. 화씨는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7년간 온도를 기록한 천안시 열지도예요. 많은 이들이 화씨라는 활동으로 녹소연을 기억해줄 때 이렇게 꾸준히 하는, 뒷심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꾸준한 활동이 쌓여서 기록되고 이 기록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본이 되는구나, 하고요. 일은 권은정 간사와 김윤선아 간사 두 분이 열심히 하셨는데 칭찬은 제가 들어버렸네요. (웃음)


김윤선아   화씨는 2017년부터 진행이 된 사업이에요. 3년씩 5년씩 길게 참여한 청소년들이 많았거든요. 학교를 졸업하면서 활동을 마칠 때 청소년들의 소감을 들었을 때가 기억나네요. 봉사활동 시간 받으려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기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요. 활동하면서 진로를 환경으로 정한 참여자도 있었어요. 그런 걸 볼 때 정말 뿌듯했어요.


권은정   자원순환 측면도 비슷한 것 같아요. 지금 지구와함께가게에 참여하는 상점이 약 30개소가 있어요. 녹소연 후원자분들이 자원 활동가로 직접 방문해서 종이팩을 수거해오시거든요. 그렇게 수거하는 종이팩이 주당 100개가 넘어요. 그 냄새 나는 걸 또 다 헹구고 펼치고 말리고…. 어려운 일을 해내 주시고 있어요. 후원자이자 자원활동가이신 분들의 노력으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죠. 그렇게 마음을 내주시는 거,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2019 천안시열지도제작프로젝트 화씨2019



자원활동가분들은 어떤 동기로 활동을 지속하는 걸까요?

권은정   오랫동안 지속하며 쌓아온 관계 덕분이 아닐까요? 녹소연과 다른 후원자들과 모여서 지구에 이로운 일을 같이한다는 느낌을 받으시는 것 같아요.



천안녹색소비자연대가 거점이 되어서 많은 이들을 모일 수 있게 하는 공간이 되기 때문에 함께한다는 감각을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유혜정   후원한다는 것은 본인이 직접 발로 뛸 수는 없지만, 단체의 활동을 지지한다는 뜻이잖아요. 시간이 없는 분들은 후원금으로 후원해주시는 거고 시간의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본인의 시간까지 더해 후원해주시는 거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시민사회의 상, 그러니까 시민사회의 힘은 그 단체의 활동 내용에 자기의 시간과 비용을 투여하는 후원자가 얼마나 많이 있느냐 하는 거예요. 절대 저희 활동가 세 명이서 다 할 수 없거든요. 그런 후원자가 많으면 ‘우리 잘하고 있어’ 이런 느낌이 나요. 적극적으로 뛰어줄 수 있는 후원자가 20명 정도 모일 수 있다면 녹소연이 지역에서 지속해 활동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더 많아야 하긴 하지만요.



2021 종이팩 자원순환 캠페인



일을 하면서 힘드실 때는 언제인가요? 가령 이럴 때는 때려치우고 싶다든가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으세요?

유혜정   많지 않을까요. (웃음) 보통의 직장도 그런데 뭐 이런 데야….

김윤선아   직업으로 인정을 못 받는다는 느낌이 있어요. 일반적인 직장인은 아니니까요. 저는 활동가인데, 공무원이냐는 물음이나 돈은 받고 일하냐는 소리도 들어봤어요. 시민단체에서 일한다고 하면 “데모하러 다니니?” 하기도 하고요.(모두 웃음) 내가 할 일을 찾아서 활동하고 있는데, 사회는 시민사회 운동을 보면서 ‘저게 무슨 직업이야.’ 하는 인식밖에 없으니까 그런 게 힘들죠.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고 진화하는데 제가 속해 있는 분야는 인식이나 나아가는 게 더딘 것 같아요. 후퇴하는 건 선명하게 보이는데 나아가는 건 진짜 잘 안 보이잖아요. 그래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아요.


권은정   저는 육아로 경력이 오랜 기간 단절되었다가 2020년에야 복귀했어요. 쉬었다 왔으니 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게 느껴질 때가 있죠. 유혜정 처장님이야 뭐 워낙 연차가 높고 일도 잘하시고요. 김윤선아 간사님도 반짝반짝, 기획도 잘하고 업무처리도 잘하시는데. 저는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보고서 작성하기도 버겁고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복귀한 게 잘한 건가 싶죠.



사무처장님이 보시기엔 어떠세요?

유혜정   저는 각자의 달란트가 있다고 봐요. 부족한 역량 같은 건 없어요. 왜냐하면 상대적인 거니까요. 다들 그러잖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나의 고민이 되잖아요. 저도 제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때가 많아요. 이때껏 오랫동안 일한다는 것에 관한 고민도 많죠. 반짝반짝한 활동가들에게 얼른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요. 게다가 시민사회가 재정도 어렵고, 운동도 잘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비난받기 일쑤고요. 실수로 방향을 잘못 설정할 수도 있고 외부에서 요구하는 만큼 못하는 경우도 많죠. 그렇지만 저는 이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단체가, 또 활동가들이 이렇게 버티는 것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단체가, 또 활동가들이 이렇게 버티는 것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일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일 외에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지도 궁금해요.

유혜정   저를 구성하는 한 축은 여행이에요. 제가 싱글이거든요. 돌봐야 하는 가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외향적인 성격이라 집에 있으면 몸살이 나요. 주말마다 항상 여행을 가는 게 제 에너지의 원천이에요. 저는 예전부터 주말에 하루라도 집에 있으면 월요일부터 한 주가 힘들었어요. 공간이 바뀌면 온전히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잖아요. 저는 그게 좋아요. 새로운 곳에서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여행과 한 축으로 있는 건 BTS죠. 2016년부터 입문한 덕질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웃음) 덕분에 굿즈도 사보고. 덕질이라는 걸 생전 처음 해보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많이 못 다닌 게 덕질에 불을 붙인 것 같기도 해요. 2020년부터 본격이 되었거든요.


최애는 누구예요?

유혜정   지민….


김윤선아   다른 멤버들은 그냥 이름 부르시는데, 지민이 부를 때만 ‘우리 지민이’ 하면서 ‘우리’를 붙이세요. (웃음)



다른 두 분은 어떠세요? 일이나 활동 외에 좋아하는 공간이나 시간이 있으신가요?

권은정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고 가정이 있지만, 살림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집안에서 아늑함을 많이 느끼는 편은 아니에요. 퇴근하고 아이를 데리러 가기 전에 한 2~30분 정도 잠깐 짬이 나거든요. 그때 지구와함께가게에 참여하는 카페들을 돌아보거나 푸른별상점이라는 제로웨이스트 가게에 들러요. 그곳들에 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면서 녹소연 활동을 응원받거든요. 그런 시간에 동력을 얻는 것 같아요.


김윤선아   저는 권은정 간사님하고는 완전 반대예요. 사람 만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웃음) 저는 도서관을 제일 좋아해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시립도서관이 있거든요.


유혜정   300권 이상 읽어서 천안시에서 주는 다독상도 받았대요. 시에서 세 명인가 받는 상이거든요.


권은정   또 사무실에 새벽같이 출근해서 책을 읽으세요.


김윤선아   날이 괜찮을 때는 원래 달리기하고 씻고 출근하거든요. 그런데 겨울이니까 밖에서 운동을 못해서 지금은 일찍 와서 책을 읽어요. 책을 읽으면 채워지는 느낌이 있어요. 뭔가를 배울 때, 새로운 지식이 들어올 때 충만함을 느껴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막 너무 좋은 거예요. 새 책이 나오면 가슴이 두근두근하거든요.



혁신가의 삶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나요?

김윤선아    아까도 잠깐 활동가의 역량에 관해서 이야기했지만, 저는 활동가의 역량은 엑셀을 다루거나 하는 게 아니고 계속 공부하고 세상에 관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거로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추천하고 싶어요. 공감 능력에 관해서 고민하게 만든 책이거든요. 내가 지금 느끼는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는 방만한 인간이라는 느낌이 들게 해요. 그 책을 읽고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분의 꿈에 관해서 질문하고 싶네요. 소박한 꿈과 원대한 꿈으로 이야기해볼까요? 세 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권은정   소박한 꿈은, 앞으로 활동을 정말 잘하고 싶거든요. 어떤 기획을 할 때 제게서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원대한 꿈은 나의 시간이 더 많아지는 거예요.


김윤선아   제 소박한 바람은 사무 공간 환경이 좋아지는 거요. 건물이 오래돼서 단열도 안 되고 난방도 잘 안되거든요. 건물이 좀 나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유혜정   소박하지 않은 것 같은데. (모두 웃음)


김윤선아   원대한 꿈은 세계 평화. 그래야 저도 잘 살 테니까. 우리는 어쨌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들을 해나가니까 궁극적으로는 이런 직업군이 없어져야죠. 지금은 사회문제가 너무 많고 활동가들이 부족한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세계평화가 오면 우리는 이제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요. ‘너희는 세상이 이렇게 살기 좋은데 뭐 그런 일을 아직도 하고 있니?’ 이런 말을 듣는 게 꿈입니다.


유혜정   개인적으로 소박한 꿈은 소소한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거. 은정 간사는 ‘반짝반짝’이라고 표현했는데, 더 다양한 경험을 해야 생각이 바뀌잖아요. 그래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고요. 원대한 꿈은 3년 후에 우리 BTS 월드투어 콘서트 함께 도는 거. 세계의 문화를 접하면서 그 나라의 쓰레기 정책과 에너지 정책 사례도 보고요. (웃음) 외국에 가면 기분 좋은 긴장도 느끼면서 새로운 것도 볼 수 있으니까요. 3년 뒤에는 그렇게 해외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습니다.



"세계평화가 오면 우리는 이제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요.

 ‘너희는 세상이 이렇게 살기 좋은데 뭐 그런 일을 아직도 하고 있니?’ 이런 말을 듣는 게 꿈입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니의 램프를 가졌다고 상상해볼까요? 세상의 단 하나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고치고 싶은가요?

권은정   공감에 관한 이야기를 앞서 나눴잖아요. 우리가 느끼는 문제와 현상들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끼면 좋겠어요. 그럼 쓰레기 문제도 불평등의 문제도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보편적인, 상식적인 공감력. 그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부여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김윤선아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기후 변화는 모두가 겪지만, 그걸로 인해 얼마만큼 파급력 있는 영향을 받는지는 개인마다, 계층마다 다르거든요. 빈곤층이나 저개발 국가, 장애인과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돼요. 2022년에 <기후의 위기는 우리의 위기>라는 인터뷰집을 만들면서 노인과 장애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지난번에 큰 홍수가 났었잖아요. 어르신들이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거예요. 뉴스는 젊은이들과 똑같이 보는데, 대피는 젊은이들처럼 빨리할 수 없어 무서웠다고요. 장애인분들 인터뷰할 때 이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노인들이 기후 변화 속에서 겪는 어려움에 관해서는 생각 안 해봤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런 게 공감이죠. 이런 공감 능력이 사회적으로 성장하면 문제들이 많이 해결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유혜정   저는 공감 받고, 거기에 100억 기부받겠습니다. (웃음) 다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고 열정도 넘치거든요. 활동가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으려면 거기에 맞는 재정도 필요한 게 사실이거든요. NGO빌딩 같은 걸 딱 지어서 단체들이 공간 걱정, 추운 걱정, 돈 걱정 안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집중해서 할 수 있도록 누가 100억 정도 주면 좋겠네요. (웃음) 기분 좋은 상상이죠.




문제를 대할 때는 타인을 공감하는 일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태도. 이 세계와 모든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 뛰어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좌절과 불안 속에서 버티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믿음. 결국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일으키는 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이들이 해낸 다양하고 멋진 기획만큼이나 세 사람이 이야기해준 가치들에서 반짝반짝하는 빛을 본 것만 같았다. 이 빛은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



<혁신살롱 프로젝트>
충남지역에서 자신만의 일과 활동을 이어나가며, 조금이라도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어떤 일들을 하며,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연재합니다.


제작 | 충남사회혁신센터x사과나무

글·정리 | 김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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