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가장 좋았던 점은 낮의 볕을 실컷 쬘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집은 남향으로 커다란 창문이 뚫려있어 낮에 조금이라도 그늘진 곳에 있으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빛이 줄줄 새는 느낌이랄까. 창문과 커튼을 활짝 열어두고 의자를 창문 앞에 두고 앉는다. 명수에 맞게 자리를 깔아놓지 않으면 금새 자리 쟁탈전이 벌어진다. 캠핑의자, 흔들의자, 푹신한 방석 하나를 나눠두고 니나, 호옹이랑 하나씩 나눠 앉는다. 그러다 여차하면 침대에 눕는다. 따뜻하게 달구어진 이불과 볕. 2월의 낮이 여유롭고 밤에 종종 거렸던 이유다.
3월 1일엔 화천에 갔다. 별안간 DMZ. 봄의 시작인 날에 아마도 올 겨울의 마지막일 눈을 보았다. 영원히 눈이 녹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의 동네였다. 별안간 DMZ의 목적은 곰보금자리 농장 방문. 친구들 덕에 가보고 싶었던 보금자리를 둘러볼 수 있었다. 농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고, 곰은 생각보다 작았다. 가장 어린 나이라는 곰은 생각보다 더 늙었고, 그렇다면 여기 있는 모든 곰들의 철장 안의 생은 생각와 상상의 범위를 넘어가 있을거다. 내가 모르는 존재들이 너무너무 많다.
나름의 겨울잠을 지내고 다시 사과나무 출근을 시작했다. 사과나무 역시도 볕이 잘 드는 동네라 그 어느 곳보다 일찍 꽃이 핀다. 벌써 화단엔 수선화 싹이 올라오고 있다. 며칠만 지나면 꽃이 필거다. 새 마음이란 봄 꽃을 기다리는 것일텐데, 요새는 자꾸 낯선 기분이 든다. 매일매일 다정해야지. 곁에 애써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새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