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그냥 자려고 했는데 잠에서 깨버려서 생명평화 백배를 하러 나가봤다. 아침 해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상쾌한 시간이었다. 스물 몇 번째 절 중에 들어가서 백 배를 마쳤다. 개운하게 몸이 깨는 느낌이 들었다.
생명평화 백대서원문을 하나씩 들으며 절을 하는 방법이었는데 오십 몇번까지는 그냥 몸으로 하고 이후부터는 조금씩 말을 따라 읽으며 절을 했다. 팔십세번째의 절이 좋았다.
"상대에 대한 모심과 살림의 자세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갈 것을 다짐하며, 절을 올립니다. "
강정의 집회는 영성과 사랑, 똘끼와 명랑으로 가득했다. 그게 이 싸움을 오래오래 유지하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낮 12시에 술도 마시지 않고 막 둥글게 모여 춤을 추고, 그것도 진심으로 추고, 그러다 노래를 하면서 울고, 갑자기 마이크를 잡더니 개사하며 노래를 부르고, 질세라 또 누가 나와 노래를 부르며 마이크를 쟁탈하고, 맛난 밥을 나누고, 출판기념회 한다고 모였는데 남의 말 안 듣고, 낯선 사람을 환대하고. 별거 아닌 일에 크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고.
책이 생각보다 더 잘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서점에 보도자료를 보내려고 책을 다시 훑어보니 또 좋다. 강정이란 공간이 아닌 곳에서도 투쟁하는 사람들, 뭐라도 바꾸어보려고 하는 사람들, 운동하다 지친 사람들, 습관적으로 싸우는 사람들, 운동과 일상에서 혼돈을 겪는 사람들,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별히 힘을 주어 말하는 문장 없이도 좋다. 강정의 지킴이들이 일상을 보내는 일, 매일같이 절을 하고 거리 미사를 드리고 인간띠를 잇고 밥을 나눠먹는 풍경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지키고자하는 것은 그렇게 하루를 열고 닫는 평화로운 일상일테니까.
그렇지만 이와중에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 평가가 조건부 승인되고, 주 69시간 근무제 도입하고, 일본 미사일 기지가 만들어지고, 어딘가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우리가 누리는 소박한 일상은 한 순간에 붕괴될 수 있다.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해 막기 위해 그들은 일상적으로, 습관적으로 싸운다. 우리가 지금 평화를 느끼며 일상을 살고 있다면 그건 누군가 싸우고 있기 때문이겠지.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너는 부서지고 깨어져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쓰러지고 넘어져도 일어서리라.
-강정평화합창단의 노래 중
덕분에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맘에 드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그리웠던 길리추팡도 가고. 실컷 놀다 저녁엔 모여 일을 했다. 사과나무 제주점. 슬슬 힘들어질 때 쯤 유튜브를 찾아보니 백배할 때 나왔던 명상음악이 있다. 분노의 에너지로 일하게 될 때마다 사과나무 BGM으로 깔아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