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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Mar 09. 2023

녀성기업_03.09

사랑하는 여성의 날에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여러가지 후보군이 있었는데..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일을 벌이지 않은 나야 칭찬해! 대신 시내랑 천천히 몇가지 굿즈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덜 바빠지면 제안하고 싶을 일도 있다. 아, 여성의 날 전에 드디어 여성기업이 되었다. 이게 뭐라고 일년을 안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서류를 두어번 반려당하고, 2월에 마침내 대면 심사를 했다. 당연히 여성기업인이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은퇴하고 한 자리를 소일거리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 노년남성이 왔다. 전화를 받을 때부터 반말을 섞어하지 않나 태도가 썩 맘에 들지 않았는데 심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역시나 그랬다. 존댓말은 하지만 전혀 존중하며 대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성기업 선정의 취지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은 여성들의 경제활동과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성평등 정책..뭐 이런거고 여성기업으로 선정되면 공공기관과 용역 계약의 범위가 넓어지고 입찰을 할 때 조금 더 유리하다. 그밖에 특별한 지원들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데 심사의 초점은 우리가 얼마나 여성기업으로서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무늬만 여성기업의 꼴을 갖추지 않았는지였다. 그래서 고용된 남성의 직원과 무슨 관계인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애인은 아니겠네 뭐 이런 말을 하곤, 아버지는 뭐하시는지, 직업이 무엇이었고 지금은 뭘하는지였다. 그런 식의 질문을 하곤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것이 늘상있는 일이었는지, 녹음기를 켜두고 불쾌하게 생각하지말라며 질문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메뉴얼화 되어있는 듯했다. 

우리나라만 이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복지 정책을 펼칠 때에 심사의 초점은 부정을 방지하는데 맞춰져있는 것 같다. 실업급여 교육이 온통 부정수급에 대한 경고인 것처럼, 꼴랑 여성기업 딱지 하나 주면서 저런 질문들을 하는거다. 그렇지만 나는 꼴랑 딱지 한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딱히 뭐라고 하지 못하고 웃으면서 캔커피 하나를 쥐어주고 보냈다. 그리고 이제 선정 문자가 날라왔기 때문에 일기에 투덜거리는 글을 쓰고 민원 한줄을 쓰윽 넣었다. 이게 여성의 날에 내가 한 아주 소심한 복수!

아무튼.. 이 딱지로 올해 사과나무의 생존을 위한 빵을 좀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뭔가 진짜 장미대신.. 식물을 들이고 싶어서 행잉식물을 뜨기 시작했다. 만들고 보니 너무 마음에 들어.. 뭔가 오랜만에 쓸모없고 재미난 일을 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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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시내랑 밥을 먹고 오다가 일어난 일..신호대기하던 중에 조수석에서 창문을 열었는데 경찰차가 바로 옆에 있었다. 운전석 창문이 활짝 열려 있어 완전 나란히 마주보며 눈을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 경촬관이 아주 맑게 웃으면서 꾸벅 인사를 해서 나도 모르게 활짝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며 꾸벅 인사를 하곤 옆에 있던 시내를 툭툭 쳐서 '너도 경찰아조씨랑 인사해'라고 말하면서 완전 차량 소개팅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버렸다. 좀 많이 쑥쓰러웠지만 자꾸 그 장면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오늘 경찰아조씨가(아마 동생이겠지) 무탈히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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