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과 기록_04.13

by 소산공원

1.

브런치가 리뉴얼되니 뭔가 또 도망치고 싶어진다. 다모임에서 싸이월드로, 네이버 블로그로, 페이스북에서 인스타로, 티스토리로, 브런치로. 흝어지고 유랑하는 기록들. 요새는 날것의 기록, 1차 가공 기록의 공간, 2차 가공기록의 공간.. 약간 다양한 기록 방식과 채널에 대한 고민을 한다. 쌓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적절한 시기가 되면 사라지거나, 더듬으며 찾아도 되는 기록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지금같은 플랫폼 범람의 세상에 쿵짝쿵짝 놀아다는 자연스러운 모습같지 않나.


아무튼 브런치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핑계로 지나온 일기들을 돌아봤는데 또 이게 새롭고 흥미롭다. 그 날 그 순간의 생각이나 마음을 정돈하고 싶어서 일기를 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오늘같이 멀리서 보기 위해서 적어온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지나온 시간 위에 겹겹히 쌓여있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알게 한달까. 일기를 보다보면 희미해져가는 기둥의 빈 칸을 메우는 느낌이다. 아무쪼록 기록이 있기만 하면, 균형을 잡고 서 있는 것, 나의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것에 도움이 된다. 사진이든 글이든, 당시의 시선으로 붙잡아두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다시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


2.

페이스북 과거의 내 사진에 10년 전 부산에 카페 헤세이티에 놀러갔다가 받은 포스터 사진이 올라왔다. 그 때 는 이 말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면, 지금은 사소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 결국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 것은 늘 아주 조그마한 빈정상함에서 오는 것. 대의를 내세우는 사람의 콤플렉스는 뭐.. 말할 것도 없지. 그런 사소함은 대체로 가여워하는 것이 낫다.

사소함을 넘어서려는 고투. 사소함을 사소함으로 극복하는 것. 사소함을 사유하는 것. 사소함을 사유하는 방법은 두루 생각한다기보단 그냥 재잘재잘 말하는 것이 더 낫다. 사소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을 자꾸 말하고 기록해야 사소함에 힘이 생긴다. 그 힘을 대의 앞에 쬐끔 녹이고, 명분 앞에 쬐끔 붙여줘야만이 대의나 명분이 믿음직스러워진다는 걸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서 다시. 기록은 사소함을 살아내는 일에 필요하다. 일기를 쓰기 전에 나는 '에이 이거 사소한 일이에요.' 절레절레 했다면, 지금은 '이것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에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달까.


3.

그래서말인데 사과나무 북클라브에서 두번째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기록'이다. 연습이 되는 책으로 김신지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골랐다. 친구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과 일상을 기록하는지, 어떤 의미를 갖고 기록을 하는지 궁금하다. 해보니 6명 정도의 모임이 딱 좋다. 적절한 규모의 클라브는 내 동기를 적절히 부추기고 ,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시너지를 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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