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감기에 걸렸다.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하는거더라? 어리둥절한 채로 감기를 맞이했다. 약간의 산책을 다녀오고 지쳐서 눕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서 눕고 밥을 먹고 눕고. 그런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집에서 일하겠다고 말하고 저녁에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를 하고 술을 마셨다. 그랬더니 숙취가 감기를 잡아먹어버렸다! 역시나!
봄은 빠르고 마음이 종종거린다. 라일락 지는게 무지 아쉬운데 등나무 피는 것이 반갑고 아까시가 기다려지고 그런다. 매년 이렇게 비슷하게 같은 아쉬움이 생기는데 올해는 뭔가 보내는 것들이 많아 더 그렇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붕붕을 다녀왔다. 정컵도 며칠 안 남았으니 이번주에 꼭 두 번 이상 가야지.. 멀리 진주 친구네 가게도 문을 닫았다고 하고. 이별이 폴짝폴짝 뛰는 계절.
지나온 공간들을 자주 찾아가는 편이다. 마음이 시끄러울 땐 북면의 길을 길게 산책한다. 그럼 꼭 은석초 앞에 차를 세우고 운동장도 돌고 고양이들이랑 산책했던 길을 지나가본다. 매일 걸었던 뚝방도 그냥 차로 스윽 지나가본다. 여러 핑계를 만들어 유량동 고개를 넘어 목천으로 가는 날도 있다. 고개 하나를 넘고 두번째 고개를 넘어갈 때 쯤에 만들어지는 나무 터널과 용연 저수지의 볕. 거기엔 내가 두고 온 여러 방들이 있다. 가끔은 공간들을 너무 쉽게 떠나온다는 생각. 미련을 이런 식으로 보낸다. 위로와 방문. 그런 곳간들이 있어 참 다행이었다. 폴짝 폴짝.
파종해놓은 바질은 제자리이고 루꼴라는 쑥쑥 올라오는데 호옹이 놈이 자꾸 흙을 판다. 흙 파는 고양이와 화분을 동시에 어떻게 한 공간에 둘 수 있나! 일단 내가 없을 땐 고양이를 격리 시키고 내가 집에 있으면 수시로 화분을 체크하며 잔소리 잔소리를 한다. 그러다 화분을 파놓으면 다시 흙 속에서 싹을 찾아서 하나씩 하나씩 다시 심는 그런 나른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런 봄이여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