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마토마토_0426

by 소산공원

삼일째 출근을 안했다. 출근을 안했는데 이리저리 짬내면서 포스터 두 개 보고서 두 개를 납품하고, 카달로그 하나랑 웹자보 하나를 작업했다. 짧은 주기로 계속 다른 종류의 일이 생겨나기 때문에 크고 작은 마감들이 늘 있다. 요새는 전처럼 마감에 크게 긴장하지 않는다. 때가 되었겠거니 하면서.. 뭐랄까, 그냥 한다. 전에는 일을 미워하는 이유를 찾으면서 에너지를 썼다면 지금은 그저 가슴을 세번정도 쓰담으면 그만이다. 이게 익숙하고 편해져서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만서도,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요새는 시내랑 사과나무의 출구찾기, 새로운 가지내기를 열심히 궁리 중이다.


그렇지만 오늘같이 시골에서 몸을 쓰거나 흙을 만지는 날에는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진다. 사과나무 식구들하고 재식이커피 근처에 있는 농장에 짧은 농활을 하러 다녀왔다. 토마토와 허브를 기르는 청년 부부의 농장이다. 늦은 오전에 도착해서 한시간 루꼴라를 심고, 효안언니가 해주는 개맛있는 요리를 먹고, 또 토마토 한 시간을 따고 돌아왔다. 깨작깨작 농장체험이었지만 좋은 전환의 순간이었다. 도시에서 도시의 궁리를 즐겁게 하다가도 홍성가면 홍성에, 예산에 가면 예산에, 공주에 가면 공주에서 살고 싶다.


역시나 뭐랄까.. 나에겐 한가지 직업으로 반복되는 작업을 하는게 별로 건강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전혀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몇 가지의 일을 더 할 수 있으면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을 (지금의)주 업무로, 작은 기획과 모임을 꾸리는 것을 하나의 결로 두고.. 좋아하는 단순한 작업, 몸을 쓰는 일에 시간을 조금 더 묶어두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첨엔 분주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차 익숙해지면서 좋은 리듬감을 갖게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면서 돈도 벌 수 있으면 더 좋고.....


사실 이런 잡다구리한 생각의 일기를 쓰는 동안에 나는 미뤄버린 글 두 편을 썼어야했다. 오늘은 토마토를 따면서 꼭 난리법석에 들어갈 잡지 글 구성을 생각해야지 라고 다짐했는데.... 무아지경이었다. 빨간 토마토 중에서도 정말이지 빠알간 토마토를 찾아서 따야하는데... 글이 웬말이람... 내일은 꼭 써야지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또 토마토 따고 싶다는 마음뿐......토마토...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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