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친구들하고 맥주를 약간 마시고 천안천변길로 카카오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호두와트 초창기 시절에 천안에도 하천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하천을 중심으로 주목할 재미난 거리를 만들잔 취지로 '천안천표류기'를 기획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하필이면 8월 중순으로 날을 잡았고, 너무 덥고 참가자도 적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행사를 취소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유독 아쉬운 미완의 프로젝트임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우리 맘대로 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로군! 하는 즐거운 실패의 경험을 남긴 프로젝트다.
아무튼 10년이 지난 지금 천안천은 꽤 멀끔하게 산책로를 갖춘 하천이 되었다. 천이 쫄쫄쫄 흐르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노릇이고 날파리야 당연한 것이고 쬐끄마한 자전거도로와 길을 갖춰놓은 것만으로도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여럿있었다.
2.
호두와트는 지역에서 어떻게 재미있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갈증으로 시작되었다. 건강하게 청년 시절을 보내는 것, 지역에서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찾는 것이 언제나 중요한 과제였다. 우리가 좋아했던 일들을 찾고 조금씩 해나갔던 덕분에 외로웠던 지역살이가 재미있어진 것은 명백한 일인데 그게 어떤 의미였냐고 물으면 입이 턱턱 막힌다. 공원과 녹지의 공공성을 찾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지만 좋은 것이 분명한 것인데 설명할 말이 별로 없다. 이럴 때 우리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통탄할 뿐.
3.
일을 시작한지도, 호두와트를 시작한지도 10년이 되었다. 10년이 되어서 어렴풋하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이 겨우 생기고 이제는 조금 정리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더디고 덜 세련된 이 정도의 속도를 갖추는 것이 딱 알맞단 생각이 들었다.
4.
요새는 정말 사소한 것들을 자꾸 들추고 말하고 드러내야 힘이 생긴다는 걸 더 느낀다. 예를 들어서 축구센터에 강아지 공원으로 사용되던 곳에 앉으면 멀리 지하철이나 기차가 천천히 지나가는 철로가 보인다는 것. 해질녁에 그 모습이 엄청 아름답다는 것. 가끔 가까이 산책하다가 그 곳을 향해 손을 흔들면 사람들도 호응하면서 흔들어준다는걸 말하는 것. 그런 기억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말해지고 쌓여져야 '축구센터'라는 곳이 상징적인 이야기를 갖춘 곳이 되지 않을까. 각자가 좋아하는 공간을 갖추는 것이 공공의 좋은 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