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일밥을 먹으러 나가는 길엔 카카오 자전거를 탔다. 가는 길에 멀리 여름의 색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여름의 색이라. 능소화의 주황, 살구의 주황, 루드베키아의 노랑, 자귀나무의 보송보송한 핑크, 여름 하늘의 보라빛이 마구 떠오르는 좋은 이름의 간판이었다.
여름은 감각하기 좋은 계절이다. 여름의 소리엔 또 많은 단어들이 따라붙지. 언덕위의 살구가 투둑 떨어져 데구르 구르는 소리. 첫 매미의 복잡한 울음. 유독 들어난 저녁 산책자들의 소란.
여름의 맛, 여름의 바람. 달게 절인 시원한 토마토, 해질 때 물가에 나가 마신 맥주, 고양이에게서 되찾은 쇼파에서 앉아 선풍기 바람 쐬기. 찬물에 샤워하고 난 이후에 잠깐 부는 찬 바람.
엄마를 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엔 도서관에 들렀다. 오며가며 카페에서 읽고 좋았던 책을 빌려왔다. 여름방학엔 꼭 눈물나게 좋은 책을 만나고싶다.
요조의 만지고 싶은 기분에 떡볶이 이야기를 하면서 ‘없어서는 안될 무엇’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온다. 나에게는 없어서 안될 무엇은 여름이다. 나열만해도 좋은 단어들이 그득한, 여름방학 12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