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생겼다. 웅이가 며칠 전에 주문을 해버린 것이다. 에어컨을 주문해놓고나니 며칠동안 덥지 않은 밤이 계속 되었다. 심지어 쌀쌀하기까지 한. 에어컨을 산 보람이 없을까봐 조마조마 더운 밤을 기다렸다. 지난주 토요일에 오시겠다던 기사님은 오늘 10시에 오시겠다고 하시곤 12시가 넘어 도착하셨다. 딱히 화내는 방법을 모르는 우리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기사님들은 홀로 눈치를 보시곤, 우리는 조용히 마실 것을 내어드리고 고양이들과 방에 있었다. 나는 먼저 출근을 했는데 기사님이 웅이에게 "올해의 소비자상"을 드리겠다고 하며 값을 깎아주셨다고 한다. 그런게 진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름이면 으레 받아왔던 덤탱이(?)를 받지 않으시겠다고 솔직히 말하셨다고. 아무튼 착하게(?) 살고 볼 일이다. 아니, 이게 착한 일을 한건지는 잘 모르겠고, 대체로 우리는 어디서나 눈탱이를 맞는 호구다. 당하는걸 알면서 그냥 당한다. 손해를 봐도 그냥 감수하고만다. 에너지를 쏟는 것이 귀찮기도 하거니와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아직까지 큰 손해를 보지 않아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렇게 올해의 친절 소비자상도 받을 수 있고.....(농담이었다고 함)
여름이 되고나니 일이 줄었다. 할 일이 적어 좋지만, 동시에 초조하다. 허덕이지 않는 여름을 잘 보내야할텐데. 가을과 겨울에 메울 수 있어야할텐데. 생각은 하지만 뭘 해야하는지는 잘 모른다. 늦게 출근해서 제 시간에 퇴근했다. 모든 운동이 귀찮으니 산책이라도 해야겠다싶어 차를 세우고 바로 동네로 나온다. 여름 골목은 특별히 더 좋다. 집집마다 무언가가 꺼내져있다. 벌레든, 화분이든, 가지든, 고추든. 평상이든 의자든. 여름 골목은 주렁주렁. 더운 사람들도 주렁주렁.
집에와서 점심에 남은 고기와 버섯, 오이&토마토에 소금을 뿌려먹었는데 알맞은 짠맛! 에어컨 바람을 쐬며 밥을 먹고 타샤 튜더의 책을 천천히 읽었다. '나의 정원'은 꽤오래 전부터 사고 싶었던 책인데, 당장 정원을 가꿀 수 있는게 아니어서 욕심이라 생각이 들었던건지 선뜻 사지 못하고 있다가 어제 덜컥 알라딘 중고로 사버렸다. 천천히 아껴읽어야지. 나중엔 엄마의 이상한 정원이야기도 해보고싶다.
도서관에서 빌린 랩걸 반납시기를 놓쳐버렸다. 연체다.
지금부터 뭔가 제대로 읽고싶어져.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