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다정하자!_8월1일-8월 3일

by 소산공원


우리동네엔 삼층 석탑이 있다. 동네 한복판에 횡뎅그레 있는 석탑 치고 고려시대의 것이라 꽤나 오래된 문화재이다. 난 아무리 봐도 5층인데 왜 3층 석탑이라고 하는지 설명을 봐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집에서 시내로 나가는 길목에 있고 산책을 할 때마다 지나치지만 일년동안 올라가본 것은 딱 두번이다. 올라가도 특별할 것없이 평범하고 느긋하다. 올라가는 것보다는 올라가는 계단을 보는 것이 훨씬 좋다. 여름엔 작은 나무 동굴을 만들어낸다.



이사올 때 동네이름이 도기동이고, 길 이름도 도구머리라 doggy.. head..만 생각해서 뭔가 개와 관련된 설화가 있는가.. 하는 헛된 생각을 했는데 거북이와 관련된 설화가 있다. 탑이 있는 작은 산이 거북이 머리처럼 생겼다고 하고 이거북이가 안성천을 넘으면 동네가 망한다고 하여 탑을 세웠다는 이야기. 이 탑과 집 뒷 편에 있는 산성 때문인지 어쨌든 이 동네는 묘하게 개발이 덜 되었다. 빌라가 두 채 들어오긴 했지만 어쨌든 아직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집과 좁은 골목이 남아있는, 고양이에게 친절한 동네다. 이 골목들이 재미있어서 천안에 있을 때보단 산책을 많이 하게 된다.



골목에서 빠져나와 석탑 쯤을 지나, 벼가 심어져있는 들판을 걸을 땐 꼬소하고 꿉꿉한 쌀냄새가 난다. 쌀보다는 쌀껍떼기 냄새. 수확할 때까지 이 향이 점점 진해지는데, 나중에 도기동을 생각하면 이 쌀껍떼기 냄새가 떠오를 것 같다. 그러고보니 북면의 산책을 떠올리면 물비린내향이 나고, 비오는 날 플라타너스 냄새를 맡으면 옛날옛날 서울 골목이 생각이 난다. 산책을 할 때 무료하면 이렇게 길의 냄새를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다.



아무튼 무지개다리를 건너, 다른 동네 골목을 지나 무려 5번째 편의점에서 알뜰폰 유심을 구했다. 안방과 거실에서 전화가 안 터지는 것을 일년간 참아왔는데, 빠져나가는 휴대폰 요금을 보니 화가나서 알뜰폰 요금제를 쓰기로 했다. 써보고 좋으면 엄마랑 아부지도 바꿔줘야지.



산책길에 구름이 뭉게뭉게. 강릉에 오어즈에서 구름 포스터에 홀딱 빠져 사고야 말았는데, 강릉 구름만 특별한게 아니구나. 안성의 구름도 예쁘다. 너도 포스터가 될 수 있었는데. 여하튼 산책을 하고 씻고 나오니 마침내 기분이 개운해졌다.




휴가가 끝난 복귀 날 거나하게 술을 먹고 또 하루를 꼬박 고생하고(...), 재택을 하고나니 이제 일상 감각이 회복되는 것 같다. 일을 할 때는 일이 괜찮은데 일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 없이 궤도에서 벗어난다. 일상과 여행이 리드미컬하게 찰싹 붙었다 떨어졌다 자연스럽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현실은 우영우와 회전문같은 관계.....그치만 균형을 잡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아! 패들보드 위에 있다고 생각하자!



내일은 다정하자! 이렇게 노트에 적어두고 내일의 다정을 위해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나무를 검색했다. 잎사이에 묘하게 풍선같은 씨앗이 달린 나무인데 요새 눈에 자주 보여서 궁금하던 참. 왜 매년 새로운 나무들이 눈에 보일까? 새로 심거나 쑥 자라나는 게 아닐텐데. 아무튼 '7월 가로수 풍선 나무' 이렇게 검색하니 대번에 나옴!(귀여워!) 검색해보니 모감주나무였다! 예쁜 노란꽃이 피지만 6월의 연두색이 너무 싱그러워 생각만큼 잘 드러나지 않는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열매도 가졌다니 세상에 귀여워.. 그러고보니 모감주나무 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던 순간도 기억난다. 이젠 7월의 모감주나무 열매도 알게 되었지롱.. 그러니까 내일은 다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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