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은 비가 쏟아졌다.
기억은 없지만, 내가 4-5살, 다민이가 2-3살 시절에 집에 물난리가 난 적이 있다고 한다. 상도동 산동네에 있는 집 중에도 방 한칸을 빌려 살 때 일이다. 둘 다 빠듯하게 벌어도 모자란 형편이라 엄마 아부지는 일을 하러 나갔고 우리를 맡아주기로 한 집주인이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홍수가 나서 동네에 난리가 났단다. 놀라 부리나케 집에 와보니 다민이랑 나랑 고무 다라이를 타고 둥둥 떠나디며 놀고 있었다는 이야기.
한번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나보다 조금 더 잘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돌아오는 길. 기생충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긴 계단이 있었는데 하수구가 넘쳐 계단 아래로 폭포처럼 물이 쏟아내렸다. 친구네 집은 언덕 위라 친구는 우산을 쓰고 나를 내려다보고 나는 즐거운 척하며 첨벙첨벙 꾸정물 폭포를 따라 내려갔던 기억. 가난해서 꼭대기로, 꼭대기로 올라가서 집을 지으며 살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홍수는 가난을 따라다녔던 걸까.
그리고 오늘도 비가 많이 와서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가난한 아랫동네를 찾아가서. 지하로, 지하로. 재난은 왜 아픈 사람에게 더 아프게 올까. 왜 가난하면 죽어야할까,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