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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Oct 20. 2022

나비의 모험

스스로 행동하는 캐릭터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고 개는 키워봤는데, 가끔 보면 내가 쟤를 키우고 있는 건가 아니면 쟤를 모시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압권은 산책. 오래간만에 목줄 하고 밖으로 나가면 이건 끌려다니는 거라서 내가 개를 산책시키는 게 아니라 개나 나를 운동시키는 거였다.     


  고양이의 경우는 개에 비해 주인에 대해 독립적이라고 한다. 주인이 어르고 달래야지만 겨우 주인에게 선심 쓴다는 듯이 몸을 맡기는 태도를 보고 고양이는 주인 사람은 집사라고 흔히 일컫는다고 한다. 나비의 모험은 바로 이런 고양이의 습성에 근거하여 상상력을 펼치는 만화이다.     


  제목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사실 고양이의 입장에서 고양이가 주인인 양 생각하고 서술하는 만화는 이게 처음은 아닌듯싶다. 그리고 작가 김보통의 그림 실력도 미술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잘 그린다고 보기 힘들다.

     

  나비의 모험의 장점은 고양이의 시선을 빌려서 전달하는 교훈이다. 부부간의 가사 노동 분담이라든지 

위와 같은 이야기는 고양이의 생태에 기반하여 웃음과 생각할 거리를 함께 던져 준다. 


  또한 소위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대한 이야기도...     

피식하는 웃음과 함께 nature와 nurture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비의 모험이 고양이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에피들은 절제된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신이 보호하는 인간을 잃어버리고 나서 일 년째 그 가족들을 찾고 있는 고양이를 만난 이야기라든지 말이다.


이 작품은 어린이 월간지 개똥이네 놀이터의 부록으로 연재되었고, 현재는 종료되었다. 연재 중에 시기에 맞추어서 그려진

특정 시기의 세시풍속을 다루는 에피들은     

인간에 의해서 서술되었던 동물에 의해서 서술되었건 간에 재미가 확실히 떨어진다. 왜냐면  《나비의 모험》은 고양이의 이야기이고 명절은 인간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비의 모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가족이다. 나비는 인간의 가족이 된 이유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함이었고, 일단 가족이 된 이후에도 가족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구성원들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었다.     

  털도 없는 인간 가족을 보호하는 일에 열심이었던 나비는 어느덧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는데     

인간과 한 가족이지만 고양이인 자신은 그들과는 결국 다른 존재임을 상기한 것이 그 외로움이 생겨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자유롭게 살고 있는 다른 고양이들을 보면서 자유와는 거리가 먼 인간의 모습과 비교한다. 물론 이 비교는 결국 고양이면서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나비 자신을 향한 것이다. 나비는 어릴 때부터 아빠를 몇 번 못 봤을뿐더러 미처 어른이 되기도 전에 엄마로부터 독립을 강요받았던 과거를 생각하면서, 왜 인간은 자유를 포기하고 사는 것일까 궁금해한다.     

응? 삶을 같이 나눈다고?     

이제 나비는 가족의 의미와 고양이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즉 어린 고양이가 아니라 어른 고양이로 성장하는 것이다.      


  나비의 모험에서 나비가 어떤 인생.. 아니 묘생을 살게 될까. 어떤 선택을 하건 나비의 행복을 바래본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잘 뽑힌 나비 캐릭터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게 내버려 둔 내용이 이후에 이어졌으면 좋겠다. 고양이가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리는 없지만, 고양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과 가족의 의미가 이 만화의 특별한 재미이니 말이다.          


  김보통. 『나비의 모험』 보리, 2020. 전2권.      



ps. 내용 상 제3권이 이어질 분위기인데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보리 출판사의 분발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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