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아지고 싶은 욕망.동일시 효과(Identification Effect)
“에르메스 사면 나도 명품?”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 나도 뉴요커?”
“나이키 신으면 운동하는 사람 같고,
파타고니아 입으면 착한 사람이 된 것 같고...”
우리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하면서도 막상 말로는 부끄러워하며 웃어넘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현대 소비의 본질적인 심리다.
‘닮고 싶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 이 두 가지가 맞물릴 때 우리는 소비를 결심한다. 이 강력한 감정을 바로 동일시 효과(Identification Effect)라고 한다.
유사성과 동일시의 본질적 차이
앞서 다룬 유사성 효과는 "나랑 비슷하니까 믿음이 간다"는 가까움의 심리였다.
동일시 효과는 한 단계 더 깊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동경과 욕망의 심리가 작동한다.
유사성 :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신뢰를 확보하는 단계
동일시 : 욕망과 이상화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려는 심리
동일시(同一視)의 한자 풀이하면 同一視 (같을 동, 하나 일, 볼 시)이다.
同(같을 동) : 하나로 같게 만들다
一(하나 일) : 통합된 상태
視(볼 시) : 바라본다, 인식한다
즉, 동일시는 "대상을 바라보면서 나를 하나처럼 동일하게 인식하는 심리"를 뜻한다.
대상과 나를 구분하지 않고 일체화하고자 하는 강한 심리적 투영이다.
이론적 배경 : 동일시 효과란?
동일시 이론은 프로이트에서 시작되어 이후 행동심리학자 반두라(Bandura)의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에서 체계화된다.
1) 주체적 동일시 (Primary Identification)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1923)
: 유아가 부모를 모방하면서 자아의 기초를 형성하는 단계.
예시) 어린아이가 아버지의 말투를 따라 하며 "나도 아빠처럼 될래!"라고 말하는 장면.
2) 방어적 동일시 (Defensive Identification)
: 불안이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해자나 강한 존재를 닮으려는 심리.
예시) 왕따를 당하던 아이가 괴롭히는 친구의 말투와 행동을 모방하게 되는 경우.
3) 보상적 동일시 (Compensatory Identification)
: 자신이 결핍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이상적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
예시) 운동신경이 부족한 아이가 스포츠 스타를 동경하며 닮으려 노력하는 모습.
4) 모델 동일시 (Model Identification)
앨버트 반두라 (Albert Bandura, 1977)
: 존경하는 인물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며 자아를 성장시키는 방식.
예시) 학생이 존경하는 선생님의 옷차림과 말투를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비슷해지는 경우.
5) 집단 동일시 (Group Identification)
헨리 타지펠 (Henri Tajfel, 1982)
: 소속감을 바탕으로 집단의 정체성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심리.
예시) 특정 학교나 팀,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소속감을 과시하는 행동.
6) 권위자 동일시 (Authority Identification)
로버트 치알디니 (Robert Cialdini, 2001)
: 권위 있는 인물의 말이나 행동을 내면화하며 설득당하는 심리.
예시) 광고 속 하얀 가운의 의사가 추천하는 제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
동일시의 심리적 작동 기제
모델 존재 → 이상적 인물의 등장 (존경, 매력, 성공)
욕망 유발 →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이미지 전이 → 상품이 그 욕망을 실현해 줄 매개로 보임
자기 동일화 → 구매를 통해 내가 그 사람에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
브랜드 마케팅 속 동일시 효과
동일시 마케팅은 욕망을 파는 전략이다.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되는 느낌을 산다.
애플 : 나도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파타고니아 : 환경과 윤리를 실천하는 의식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 상류층의 세련된 삶을 대리 체험하고 싶다
뷰티 광고 : "저 모델처럼 되고 싶다면 이 제품을 사용하라"
퍼스널 브랜딩 유튜버 : "저렇게 성공한 사람처럼 살고 싶다"
홈쇼핑 현장에서의 동일시 활용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에서도 동일시 심리는 실전 현장에서 매우 강력하게 활용된다.
건강기능식품 쇼호스트가 본인의 건강관리 루틴을 소개할 때
다이어트 제품을 소개하며 자신의 체형 변화 경험을 보여줄 때
패션 방송에서 실시간 스타일링을 시연할 때
"저도 얼마 전까지 여러분처럼 뱃살 때문에 힘들었어요. 이 제품을 쓰고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고객들은 단순히 제품 기능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쇼호스트의 변화를 통해 자기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라이브 방송에서 올라오는 댓글 "저도 사용해 봤어요! 효과 좋아요!"는 동일시 심리를 더욱 증폭시킨다.
동일시 설계의 실전 핵심 포인트
동일시를 유도하는 마케팅의 핵심은 '도달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 거리가 너무 멀거나 완벽한 모델은 오히려 박탈감을 유발한다.
적절한 거의 닿을 듯한 거리감 유지
노력하면 충분히 도달 가능하다는 기대감 설계
점진적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실적 사례 활용
쇼호스트의 생활 속 루틴 공개: "저도 매일 아침 이걸로 시작합니다."
동일시 효과의 한계와 윤리적 고려
과도한 이상화 위험 : 비현실적 변화 약속 → 불신 유발
진정성 강조 필요 : 과장이 아닌 진짜 경험과 실제 사례 중심 스토리텔링 중요
우리가 되고 싶은 대상은 무엇인가?
결국 소비는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조금 더 나은 나'를 꿈꾸며 선택한다.
이렇게 동일시 효과는 이 심리를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의 촉진제다.
"그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라는 이 간단한 동일시 심리가 오늘도 수많은 소비의 선택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의 고객이 닮고 싶어 할 브랜드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은 누구를, 혹은 무엇을 닮고 싶은가?”
그리고 당신의 고객은?
참고문헌
Freud, S. (1923). The Ego and the Id.
Bandura, A. (1977). Social Learning Theory. Prentice-Hall.
Tajfel, H. (1982). Social Identity and Intergroup Relations.
Cialdini, R. B. (2001). Influence: Science and Practice. Allyn & Ba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