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서 신뢰한다. 유사성 효과((Similarity Effect))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예로부터 우리는 이렇게 '비슷한 사람의 선택을 따르는 심리'를 표현해 왔다. 친구가 가면 나도 가고 주변 사람들이 한다면 나도 자연스럽게 따라 한다.
홈쇼핑에서 소비자의 구매심리도 마찬가지다.
"사실 망설였는데요, 저랑 비슷한 아이엄마 주부분들이 많이 쓰셨다고 해서 구매합니다." 이런 고객의 공감 목소리를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자주 발견한다.
이렇게 놀랍도록 나와 비슷한 상황,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선택은 왠지 모르게 우리 마음을 움직인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우리는 본능적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의 선택을 더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야말로 마케팅의 가장 보이지 않는 힘 중 하나다.
앞서 우리는 <이미지> 장에서 ‘공감의 힘’을 이야기했다. 공감은 감정의 언어다. 공감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함께 느끼며 관계를 깊게 만든다.
반면, 지금부터 살펴볼 ‘유사성 효과(Similarity Effect)’는 감정이 아닌 인지의 작동 방식이다.
상대가 ‘나와 닮았다’고 느끼는 순간,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더 신뢰롭게 받아들여진다.
다시 말해, 공감은 감정적 거리감을 좁히는 힘이라면,
유사성 효과는 판단과 선택을 빠르게 유도하는 ‘인지적 지름길’인 셈이다.
유사성 효과란 무엇인가?
유사성 효과(Similarity Effect)란
사람들이 자신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끼고 신뢰를 높이는 심리적 경향을 의미한다.
'유사성(類似性)'이라는 한자 자체도 이 심리를 잘 보여준다.
類(무리 류): 같은 부류, 같은 집단
似(닮을 사): 닮다, 비슷하다
性(성품 성): 성질, 속성
즉, 유사성이란 '닮은 부류의 속성', 곧 나와 같은 무리 안에 속하고 닮은 성질을 가진 사람에게 우리는 심리적 끌림을 느낀다는 의미다. 이 유사성은 단순한 취향의 일치를 넘어 출신 지역, 나이, 성별, 경험, 취미, 가치관, 성격, MBTI 등 다양한 측면에서 폭넓게 작동한다.
유사성 효과의 심리적 원리
● 인지 부조화 감소 (Festinger, 1957)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자신과 너무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에겐 무의식적 거리감을 느낀다. 유사성은 심리적 불일치를 줄이고 안정감, 예측 가능성, 신뢰감을 만들어낸다.
● 공동체 형성 본능 (Evolutionary Psychology: Baumeister & Leary, 1995)
유사한 사람과 집단을 이루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였던 인류 진화의 경험이 심리적 습관으로 내재됨. '나와 닮은 집단 속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본능이 작동한다.
● 상호작용 촉진 (Byrne, 1971)
유사한 배경이나 관심사를 공유하면 대화가 부드럽고 공감대가 쉽게 형성된다.
첫 만남에서도 "어, 우리 같은 동네에 사네요!" 한마디가 관계의 속도를 좁혀준다.
● 설득의 6원칙 중 유사성 (Cialdini, 2001)
치알디니는 설득의 6원칙 중 하나로 유사성을 제시하며, 닮은 사람이 제시하는 정보에 더 쉽게 마음을 연다고 강조했다.
유사성은 신뢰의 문을 연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는 오래전부터 유사성의 힘을 강조해 왔다.
Rogers & Bhowmik(1970)는 송신자와 수신자 간 유사성이 높을수록 소통 가능성뿐 아니라 설득 효과도 커진다고 했다.
McCroskey 등(1975)은 유사성을 태도, 배경, 가치, 외모 등으로 구분하며 이를 정량화하기까지 했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는 쇼호스트가 50대 중년 여성이라면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 시청자들은 심리적 장벽이 확 줄어든다. "저 사람도 나처럼 건강 걱정을 하는구나"라는 공감이 자연스럽게 설득으로 이어진다. 쇼호스트의 표정, 말투, 사용하는 언어 하나하나에 이 유사성은 스며든다.
유사성 기반 사회적 증거
사회적 증거의 힘도 유사성과 결합될 때 폭발력을 갖는다. 단순히 '많은 사람이 샀다'는 숫자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샀다'는 정보가 훨씬 더 강한 신뢰를 만든다.
"이 프로그램은 영어 기초가 없는 직장인들도 쉽게 따라갑니다."
"출산 후 다이어트를 고민하던 30대 엄마들의 성공 후기입니다."
"50대 남성 고객들 사이에서 재구매율 1위 제품입니다."
그리고 유사성의 역할에 대한 브록(Brock, 1965)의 연구에서는 유사성의 높을수록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는 페인트 판매사원을 훈련시켜 구매 결정을 내린 고객들에게 다른 상표의 페인트를 사도록 설득하게 하였다. 이때 첫 번째 의사소통 방법의 경우 판매원은 고객이 사용하는 페인트 사용량과 매우 유사하게 사용하는데 손님이 선택한 상표보다 다른 상표가 더 좋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의사소통 방법의 경우 판매원은 고객이 사용하는 페인트 사용량보다 20배나 많은 페인트를 사용해 봤는데 손님이 사용하는 페인트 상표보다 다른 상표가 더 좋더라고 말한다. 전문성에 있어서는 두 번째 의사소통이 더 높을지 몰라도 그 결과 고객들은 자신과 유사한 사용량을 보이는 첫 번째 판매원의 설득에 더 많이 다른 상표의 페인트로 바꿔 갔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페인트 판매사원이 고객과 비슷한 사용량을 언급하며 다른 상표를 추천했을 때 고객들은 쉽게 설득되었다. 그 이유는 유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말이 더 신뢰되기 때문이다.
최신 마케팅 트렌드 속 유사성
유사성의 힘은 최신 디지털 마케팅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AI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검색 기록, 취향, 연령, 관심사를 분석해 '나와 비슷한 사람이 선택한 상품'을 추천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등의 추천 시스템은 결국 유사성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선택 확률을 높인다.
예를 들어, 틱톡은 사용자의 연령, 위치, 이전 시청 콘텐츠와 유사한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추천한다. 이렇게 유사한 이용자 그룹 속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것이다.
홈쇼핑 현장에서 유사성 활용하기
실제 방송에서도 유사성은 자주 활용된다.
"이 시간에 함께 시청 중인 40대 고객님들이 많이 주문하고 계십니다."
"처음 사용하시는 분들이 오히려 만족도가 더 높습니다."
"저처럼 피부 때문에 고민 많으셨던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라이브커머스나 실시간 채팅에서도 이 흐름은 강화된다. '나와 같은 상황의 사람이 이미 선택했다'는 메시지는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의 마지막 저항을 무너뜨린다. 실시간 댓글창에 올라오는 "저도 주문했어요!"는 또 다른 형태의 유사성 증폭이다.
역효과를 막기 위한 유사성 설계
물론 유사성이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20대 모델이 60대 대상 건강제품을 소개할 때처럼 너무 거리가 벌어지면 오히려 거리감을 만든다. 또 너무 작위적인 설정은 억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적절한 거리와 진정성이 유사성 설계의 핵심이다.
실제로 대학 수업시간에 20대 초반 학생들에게 '시니어 타깃 마케팅 안'을 과제로 제시한 적이 있다. 처음엔 학생들이 '내가 그런 나이대 심리를 어떻게 알죠?'라며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나 '부모님 세대를 떠올려 보라'라고 하자 금세 몰입도가 올라갔다. '아, 그럼 이건 우리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요.' 라며 구체적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결국 유사성은 반드시 '같은 나이'일 필요는 없고, 심리적 공감대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우리는 누구를 보고 선택하는가?
결국 우리는 늘 타인을 참고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닮은 사람'의 선택은 유독 강한 영향을 미친다.
마케팅의 진짜 기술은 이 미묘한 '심리적 닮음'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유사성은 우리 일상 속 모든 소비 장면에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결국 마케팅은 거창한 심리 기술이 아니다. 대상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중요하다.
'내가 그 사람이라면?'
이 한 문장을 떠오르게 만드는 순간,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선택을 따라간다.
그리고 유사성은 바로 그 첫 문장을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촉매다.
참고문헌
Rogers, E. M., & Bhowmik, D. K. (1970). Homophily-Heterophily: Relational Concepts for Communication Research. Public Opinion Quarterly.
McCroskey, J. C., Richmond, V. P., & Daly, J. A. (1975). The development of a measure of perceived homophily in interpersonal communication. Human Communication Research.
Brock, T. C. (1965). Communicator-recipient similarity and decision chang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Festinger, L. (1957).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 Stanford University Press.
Byrne, D. (1971). The Attraction Paradigm. Academic Press.
Baumeister, R. F., & Leary, M. R. (1995). The need to belong: Desire for interpersonal attachments as a fundamental human motivation. Psychological Bulletin.
Cialdini, R. B. (2001). Influence: Science and Practice. Allyn & Ba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