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네가 의사야?

<기적을 부탁해> 리얼리즘 난임극복소설

by 이소정

은설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옆자리 테이블에서 흘끔거리며 은설을 보다가 걱정이 되었는지 ‘괜찮냐’며 물었다.

“예. 괜찮아요. 아는 증상이에요.”

통증이 잠시 사그라드는 듯싶어 은설은 부랴부랴 남은 것들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은설은 통증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터지려고 하는 것 같은데.’

겁이 난 은설이 현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택시 잡을 수 있어? 아니, 119 불러서 당장 병원으로 와.]


병원에 도착한 은설을 맞은 것은 현준이었다.

이동침대로 옮겨 실린 은설의 손을 잡아주며 현준이 다급함을 숨긴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안심해. 오늘 내가 당직이야.”

“다행이다. 어흐흐흑······.”

겨우 몇 입 먹었을 뿐인 쿠키가 문제가 되었다.

응급수술이 결정되었지만, 8시간의 공복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은설아, 5시에 수술 들어갈 거야.”

“새벽?”

“응. 그때까진 좀 참아야 돼.”

“터지면 어떡해.”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무슨 일 벌어지기 전에 내가 먼저 손 쓸 거야.”

“토하고 수술하면 안 돼? 나 너무 아파.”

은설이 자꾸만 오그라드는 허리를 움찔거리며 부질없는 질문을 했다.

“지금 하려면 개복을 해야 해. 그러면 네 몸에 너무 큰 부담을 주게 돼.”

나중을 생각해야 했다.

회복이 빠르려면 앞으로 7시간 가까이 버텼다가 복강경수술의 하는 것이 맞았다.

은설은 더 이상 현준을 조르지 못하고 높이 괴어 둔 베개 위로 어깨를 떨구었다.

구급대원을 통해 연락을 받은 어머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이은설이요.’ 하며 간호사에게 은설의 위치를 묻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여기!”

은설의 목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간호사의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은설에게로 달려갔다.

“아유, 이게 웬일이야. 좀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애가.”

“염증이 갑자기 너무 빨리 진행됐대. 엄마 나 무서워요.”

은설이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누워 있는 은설의 머리를 가슴팍에 끌어안은 어머니의 눈가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한참이나 은설을 달래주던 어머니가 뒤늦게 옆에 서 있던 현준을 발견했다.

“담당 선생님이시네. 선생님 이게 웬일이래요. 분명히 괜찮다고 하셨잖습니까?”

어머니가 따지듯 현준에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염증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었어요.”

현준이 흥분한 은설의 어머니를 달래 가며 차분히 새벽에 잡힌 수술 일정을 전했다.

“선생님, 말씀하신 특실이 준비되었다는데요.”

간호사가 고전하고 있는 현준을 구원했다.

‘특실’이라는 말에 어머니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곧 큰 결심을 한 듯한 목소리로 어머니가 은설에게 설득 아닌 설득을 시도했다.

“특실이라도 지금 당장 그것밖에 없으면 거기라도 들어가야지. 엄마가 입원비 내줄 테니까 걱정 말고 그리로 들어가, 은설아.”

입원수속을 마치고 병실에 올라가니 시간은 어느덧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6시간 남았네. 아아아아······.”

“많이 아퍼? 엄마가 의사한테 가서 따질까? 이거 의료사고나 오진이었던 거 아니냐고?”

“사실 의사 선생님이 어제부터 입원해 있으라고 했었어요.”

“뭐? 근데 왜 안 했어.”

“안 아프길래. 발견을 빨리 한 편이라 다른 사람들보다도 수술을 일주일은 앞서하는 거길래요. 별일 없을 줄 알았지.”

“니가 의사야? 의사 말을 들어야지 니가 뭐라고 니 맘대로 그랬어.”

어머니가 병실이 쩌렁히 울릴 정도로 성을 냈다.

“어허, 옆방에서 뭐라 해. 진정해, 이 사람아.”

보호자의 출입이 1명으로 제한되어 있는 응급실에선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뒤늦게 병실로 올라온 아버지가 점잖은 목소리로 어머니를 말렸다.

“안 그래도 아파서 절절매는 애한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제 편을 들어주는 아버지에게서 힘을 얻은 은설이 어머니에게 당부의 말을 더 했다.

“엄마, 그리고요.”

“그리고, 뭐!”

“내 담당샘이요. 사실 내 친구예요.”

“친구? 친구 누구?”

“현준이라고. 중학교 동창 있어. 나루중 다닐 때 친구.”

“아아, 걔. 아유 맞네. 닮았네.”

어머니도 그제야 몇 차례 본 적이 있던 현준의 옛 모습이 떠오른 듯했다.

“그러니까 너무 뭐라 그러지 마. 항상 내 상태, 입장 고려해서 가장 최선인 쪽으로 진료해 줬었어. 계속 진료받았어서 그건 내가 알아요."

"······."

"내 염증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 걔가 어떻게 알았겠어. 아무리 의사라도······. 의사가 신도 아니고······. 아야아야······.”




때마침 현준이 은설의 병실을 찾았다.

“아유, 선생님 오시네. 선생님 우리 은설이 진통제 좀 세게 놔주면 안 될까요? 애가 너무 아파하는데. 6시간을 어찌 견뎌······.”

현준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은체를 하진 않았지만, 어머니의 목소리는 한결 누그러진 상태였다.

현준이 미안한 내색을 하며 어머니에게 더없이 친절한 설명을 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진통제를 놓으면 혹시 모를 출혈을 알 수가 없어서요. 수술 전까지 진통제 없이 견디는 편이 더 안전해요.”

“아유······. 안쓰러워서 어찌 봐······.”

어머니가 은설보다 더 울상이 되었다.

진통제까지 참아가며 추이를 살폈던 난관은 다행히도 수술 전까지 터지지 않고 무사히 버텨주었다.

“나 수술실 들어가면 눈 좀 붙여요, 엄마.”

복통으로 인해 밤새 몸부림치던 은설을 뜬 눈으로 지켜주었던 어머니에게 은설이 실없이 웃으며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자식 수술실 들여보내 놓고 어느 애미가 눈을 붙이니?”

피곤에 전 어머니가 짜증을 살짝 섞어 은설에게 답했다.

“그럼 기도나 많이 해주세요.”

“그건 말해 뭐 해, 에휴. 잘하고 와. 터져서 개복하는 것도 아니고. 큰 수술 아니니까 까짓 거 뚝딱 하고 나온다 생각하고 겁먹지 말고.”

“네.”




수술실은 추웠다.

적응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의 한기에 은설의 복통도 잠시 무뎌졌다.

이런저런 준비를 마치고 수술대에 누운 은설에게 간호사가 마지막으로 몇 가지 사항을 확인했다.

“이은설 씨 본인 맞으시죠?”

“네.”

“생년월일 어떻게 되세요?”

“00년 0월 0일이요.”

“네, 본인확인 되셨고요.”

그 이후의 상황은 은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마취제가 들어갈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는지가 기억이 모호한 가운데 떠오르는 것은 눈꺼풀의 깜박임, 암전, 그리고 회복실에서 느낀 한기로 연결되는 생각의 추이였다.

“이은설 씨 정신 들어요?”

회복실 간호사의 날카로운 음성이 귀에 꽂히듯 들려왔다.

추위 때문인지, 마취제의 영향인지 은설이 몸을 덜덜 떨고 있으니 간호사가 링거줄에 주사제 하나를 더 꽂았다.

"잠들면 안 돼요, 이은설 씨. 그러면 큰일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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