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희소식을 전했는데 마음은 섭섭

<기적을 부탁해> 리얼리즘 난임극복소설

by 이소정

[엄마!]

[쌍둥이야?]

[네. 헤헤.]

[아이고.]

[왜요?]

[아니야. 시어른들께는 말씀드렸고?]

[메신저로 사진 보내드렸어요. 이제 전화드리려고.]

[그래. 얼른 알려 드려.]

[안 기뻐?]


은설의 섭섭함이 현준이 아닌 친정어머니에게로 일순간에 몰려들었다.


[응? 왜 안 기뻐? 기쁘지.]

[근데 왜 ‘아이고’래요? 막내딸이 고생고생 해서 삼 년 만에 애기들을 만들었는데.]

[쌍둥이들 키우느라 우리 딸 고생할 거 생각나서 그랬어. 미안해. 섭섭했어?]

[네. 그런 건 나중에 얘기해도 되잖아요. 생긴 지 9주밖에 안 된 애들인데.]

[엄마 눈엔 9개월 뒤 9년 뒤 19년 뒤가 보여서 그랬어. 우리 딸 애쓰고 살 거 생각하니까······. 뭐든 한꺼번에 힘도 돈도 두 배로 들 텐데.]

[그 걱정을 굳이 왜 지금 해요.]

[아휴, 기분 풀어. 안 기쁘고 그런 거 아냐. 그동안 애썼다, 우리 딸.]

[몰라요. 지금은 좀 섭섭했어요. 나중에 애기들 나오면 엄마 맘이 좀 이해되겠죠, 뭐. 어? 시부모님 전화 왔어요.]

[그래, 끊자. 먹고 싶은 거 생각나는 대로 채팅으로 보내. 엄마가 만들어 줄게.]

[돼지갈비찜이요. 어릴 때 엄마가 만든 줬던 스타일로요.]

[오케이. 주말에 싸들고 늬 집으로 갈게.]

[네. 이제 끊어요.]




은설이 친정어머니의 마지막 인사말도 채 끝나기 전에 시어머니에게로 전화를 돌렸다.


[어머니임~]

[하이고~오. 애썼데이.]


수화기 너머로 ‘내 쫌 줘봐라’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곧 시아버지가 전화를 뺏어 들었다.


[어, 메느라아.]

[아버니임~ 쌍둥이 할아버지 되신 거 축하드려요.]

[오이야, 고맙다. 우리 메느리 덕분이다. 맛있는 거 마이 묵고, 좋은 생각만 하믄서 태교 잘 하그라. 으이?]


먼 감으로 ‘주소, 마.’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다시 시어머니가 전화기를 들었다.


[은설이 니 몸은 좀 어떻노? 9주라 캤지? 입덧 시작할 때 아이가?]

[네, 쌍둥이라 그런가 좀 일찍 시작했어요.]

[속 안 좋고 입맛 없어도 잘 챙겨 묵어야 한데이. 기운 빠지면 큰일이다. 엄마가 너무 힘들면 아도 잘 안 큰다. 힘들모 링겔도 맞고 그래라.]

[아, 네······. 조심할게요.]




한참이나 이어졌던 통화를 마치고 은설이 지친 표정이 되어 준수가 있는 주방으로 갔다.

“뭔 통화가 그렇게 길어?”

“당부의 말씀이 길어졌어.”

“하여튼 우리 엄마도 참. 어련히 알아서 할까. 이것 봐. 응? 마누라 배고플까 봐 내가 이렇게 딱딱 때맞춰서 간식도 챙겨주고 그러는데 말이야.”

“이야, 프렌치토스트네.”

“맛있게 먹어요, 빵순 씨.”

은설이 좀 전의 고단함을 싹 다 잊은 것 같은 표정이 되어 식탁 의자를 힘껏 빼냈다.

“흐음, 맛있어.”

우유를 잔뜩 먹여 호들호들 하게 찢기는 프렌치토스트의 속살을 파먹으며 은설이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워 보였다.

“참, 신기해. 입덧을 해도 빵은 안 싫어지니 말이야.”

“나도 내가 신기해.”

“자요. 우유도 먹어요.”

“우유 비린내 나서 이건 싫어요.”

“여기도 우유 잔뜩 넣었는데.”

준수가 토스트를 담은 그릇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이건 빵이잖아.”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은설이 맞섰다.

“예민하시긴. 농담한 거 가지고.”




준수가 은설의 눈치를 살피며 한 발 물러서자, 은설도 미안한 듯 준수 때문이 아니었던 짜증의 속내를 이야기했다.

“돌고 돌아서 3년 만에 부모님들께 우리 쌍둥이들 생긴 소식 전했는데 왜 마음이 별로 안 기쁜지 모르겠어요.”

“왜? 어른들이 뭐라 잔소리하셨어?”

“그런 건 아닌데······.”

잘 먹던 것을 멈추고 프렌치토스트의 속살을 포크로 휘적이며 은설이 말을 이었다.

“엄마는 첫마디가 '축하해'가 아니라 ‘아이고’였어. 쌍둥이라 나 고생할 거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대. 그 마음은 알겠는데 왜 이렇게 섭섭한 걸까?”

“어머님한테는 은설 씨가 애기니까. 자기 애기가 고생하는 게 첫 번째로 걱정되신 거겠지.”

“나도 애기들 태어나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려나? 그래도 첫마디가 ‘아이고’인 건 너무하지 않아?”

“은설 씨가 섭섭할 수는 있겠어.”

“어머님 아버님은 고맙다고 하시면서 태교 잘해야 된단 이야기를 한참이나 하셨어. 벌써부터 애기 걱정만 하시는 거 같아서 또 섭섭했어. ”

“헐······.”

“그 ‘헐’은 누구한테 하는 거예요? 부모님이 너무하셔서 그런 거야, 아니면 내가 섭섭해하는 이유가 어이없어서 그러는 거야?”

“셋 다 이해가 되어서 어디에 줄 서야 할지 몰라서 한 ‘고민의 헐’ 이야.”

“무조건 내 쪽에 줄 서야지. 섭섭해요, 준수 씨.”

마지막 은설의 섭섭함이 장난인 줄은 준수도 은설도 알고 있었다.

준수도 장난스레 ‘미안해요오’를 외치며 식탁 너머로 상체를 날려 은설을 안았다.

“다 당연한 마음들이니 너무 섭섭해도 말고 섭섭함 느끼는 거 자책도 하지 마.”

“자책하고 있는 중인 건 또 어떻게 알고.”

은설이 준수의 가슴팍에 눌려 먹먹해진 소리를 내었다.

“······. 준수 씨 지금 '응징의 헤드락' 하는 중인 거예요?”

그제야 준수가 와락 안았던 것을 풀고 헝클어진 은설의 머리칼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사랑을 담은 포옹이지 왜 헤드락이야? 내가 우리 이쁜 마누라를 왜 응징하겠어요.”

“당하는 입장에선 응징 같았어요. 쓸데없이 마음 상해하는 것에 대한.”

“쓸데없긴. 당연히 그럴 수 있지.”




은설을 달래 주려고 애쓰는 준수가 슬슬 같은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고, 은설은 이제 투정을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준수 씨도 애썼어요.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응?”

“사람들이 다 나한테만 고생했다 그러고 준수 씨한텐 축하한단 말 뿐이잖아. 준수 씨 애쓴 거는 아무도 몰라주는 거 같아서.”

“에이, 내가 뭘 했다고. 은설 씨 고생한 거에 비하면······.”

“준수 씨 없었으면 못 견뎠어요. 이건 진짜야.”

“한 것도 없는데, 참.”

“아냐, 있어. 많아. 고마워요.”

“뭘 또 쑥스럽게.”

진지하고, 정중하고, 정성스럽게 은설이 한 마디씩 또박또박 준수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사랑해, 울 신랑.”

“······. 진짜?”

준수의 입장에선 은설을 만난 이후로 처음 듣는, 장난기 쏙 빠진 진심이었다.

“응. 진짜.”

“나도 사랑해요. 난 진작부터. 은설 씨랑 처음 소개팅 한 날부터 그때부터 그냥 쭈욱 계속······. 사랑해.”

은설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싶었던 준수가 자신이 입에 담아낼 수 있는 모든 표현들을 동원하여 은설에게 고백했고,

피식.

은설이 웃었다.

“뭐야, 신랑이 진지하게 사랑을 고백하는데 분위기 못 잡게 웃기야? 에잇,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건드리지도 못하는 마누라. 받아랏!”

준수가 와락 껴안은 은설을 번쩍 들어 올려 거실을 빙글빙글 돌았다.

“아악, 고만고만! 애들 어지러워!!”

“아 맞다!”

“아 진짜, 미움받고 싶어 작정한 사람처럼 왜 이래요?”

“와, 너무하네. 30초 전까지 사랑한대 놓고.”

“혼날 짓을 했잖아~~~!!”

준수와 은설이 다시 오롯한 둘만의 일상으로 복귀를 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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