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에필로그(6) - 가자! 아기들 만나러!!

<기적을 부탁해> 리얼리즘 난임극복소설

by 이소정

“아기가 안 내려오는 거 같은데요.”

“누르세요.”

현준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 둘이 은설의 양팔을 붙잡고, 어린 의사가 은설의 위로 올라타 배를 누르기 시작했다.

어린 의사와 은설이 서로 합을 맞춰 아기를 밀어내기 위해 힘을 주었지만, 자궁 위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둘째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꿉시다.”

급기야 현준이 어린 의사를 내리고 은설의 위에 올랐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됐어!"

재빨리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현준이 첫째와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쳐 아기를 빼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더 이상 짜낼 것이 없는 힘을 끌어 모으고 모아 은설이 마지막 기합을 내지르는 순간, 둘째가 내려왔다.

"허업!"




먹먹해진 귓전 너머로 다급한 소리가 멀게 들려오고, 의료진이 순식간에 분만실 밖을 빠져나갔다.

분만실에는 나이 지긋한 수간호사만 남아 은설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수고 많았어요. 이제 진짜 쌍둥이 엄마 되셨네. 장해요.”

“엉엉.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아아.”

곧 준수가 들어왔다.

밖에서 홀로 사투를 벌였는지 힘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다.

“고생 많았어. 은설 씨.”

“엉엉엉. 왜 수술 안 시켜줬어. 왜······.”

은설이 이것부터 따지고 들었다.

“그게. 준비는 다 돼 있었어. 현준이가 마취팀이랑 수술실 다 세팅시켜는 놨었는데. 수술하려고 40분 기다리는 사이에 애기들 나오게 하는 게 더 빠를 거 같대서.”

“뭐야. 엉엉. 나 빼고 지들끼리 다 짜고······. 엉엉.”

“아니, 짜고 그런 건 아니고. 진짜 준비는 다 해놨었다니까. 내가 마취과 의사도 봤어.”

“엉엉. 캥거루 케어도 까먹고 안 시켜주고. 엉엉. 나도 까먹어서 해달라 소리도 못하고. 엉엉.”

“······.”



준수가 더 말을 잇지 않았다.

“낳기만 하고 애들 얼굴도 못 봤어. 억울해. 엉엉. 준수 씨는 봤어?”

“어. 첫째는 아기침대 실려서 나갈 때.”

“둘째는?”

“······. 둘째 입원 했어.”

“뭐?”

은설이 어리광 같은 울음을 멈췄다.

그리고 준수가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좀 전의 상황을 은설에게 전했다.

“애기가 안 울었어.”

"······."

말이 없어진 은설에게 준수가 찬찬히 상황을 전달했다.

“스스로 호흡은 하는데 심장박동수가 자꾸 떨어졌대. 나도 둘째는 현준이가 둘째 안고 뛰는 것만 봤어. 급했는지 직접 안고 뛰어가더라고. 옆에 신생아중환자실 쪽으로.”

“······. 말도 안 돼.”




“아빠는 잠시 나가 계실게요.”

어린 의사가 은설의 후처치를 맡은 모양이었다.

준수가 나가고, 곧 찢긴 은설의 회음부가 한 땀 한 땀 꿰매어졌다.

은설이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아. 아. 아. 아.”

마취가 거의 풀려가는지 따끔거리는 느낌이 날 때마다 은설이 소리를 냈다.

“내진도 잠깐 할게요.”

"엉엉."

“아프세요? 안쪽 상태는 괜찮은 편이신데.”

“아니에요. 꿰맨 자리가 아파서 그래요. 엉엉.”

어린 의사에게는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 이유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상황을 알고는 있겠지만, 걱정하고 있는 산모에게 적절한 위로를 건네기는 어려워 보이는 나이였다.

“여기서 두세 시간쯤 더 회복하셨다가 산모병실로 옮겨드릴 거예요. 그때까지 푹 쉬고 계세요.”




어린 의사가 나가고, 곧 준수가 들어왔다.

“준수 씨, 우리 아기 어떻게 해. 흐흐흑.”

“너무 걱정하지 마.”

“어떻게 해. 괜히 자연분만 한다고 그래가지고. 멀쩡한 애 병신 만든 거면. 어떡해. 엉엉엉.”

“그런 거 아니야. 괜찮아. 방금 전에 소아과 선생님 만나고 왔어. 괜찮대.”

“소아과 의사 만나고 왔다고?”

“응. 은설 씨 걱정할까 봐 의사가 그럴 것까지 없다는 걸 내가 우겨서 뇌초음파까지 찍어봤어. 아무 이상 없대. 괜찮대.”

“정말?”

“응. 진짜야. 못 믿겠으면 이따 현준이한테 다시 물어보든가.”

“······.”

“큰 병원에서 낳길 잘한 거 같아. 응급처치 바로 받아서 위험한 상황까지 안 가고 바로 괜찮아졌대."

"진짜?"

"몸무게도 둘 다 짱짱하게 나왔어. 첫째는 2.8킬로고, 둘째는 2.5킬로. 원래 인큐베이터 안 들어가도 되는데, 혹시 몰라서 둘째는 삼일 정도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기로 했어."

"괜찮다며? 중환자실을 왜가?"

"의사들이 관찰해야 하니까 그리로 보내는 거야. 갓난애기는 일반병실이 없잖아. 그냥 신생아실이지."

"······."

"첫째는 거기 안 있어도 되는데, 애기들 함께 있는 게 좋을 거 같다며 옆 침대에 눕혔어. 애기들한테 필요하면 멀쩡해도 그냥 들어가는 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첫째도 어디 아픈 건 아닌 거지?”

“아니야. 맹세!"

여전히 밝아지지 않는 은설의 표정을 보고 준수가 아예 말을 돌렸다.

"근데 아까 류현준 멋있더라. 우리 애기 가슴팍에 끌어안고 뛰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 같았어.”




분만실에서 병실로 이동하기 직전, 현준이 은설을 찾아왔다.

“좀 어때?”

“우리 애기들은?”

은설이 현준의 물음엔 대답을 하지 않고 아기들의 소식부터 물었다.

“내가 직접 신생아중환자실 가서 검사결과 다 내 눈으로 확인했어. 괜찮아. 괜한 걱정 안 해도 돼.”

“고마워. 정말 고마워. 흐흑.”

은설이 다시 울기 시작했다.

“회복하는 데에만 마음 써. 울면 기운 빠져서 이따 애기들 보러 못 가.”

“으응.”

눈물을 삼키는 은설에게 현준이 다정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출혈이 좀 있었어. 수혈이 필요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게까지 심해지진 않았지만 헤모글로빈수치가 8까지 떨어져서 좀 많이 어지러울 거야."

"잘 모르겠는데."

"아직 누워있어서 체감이 안 된 거야. 일어나면 못 걸어, 지금. 이따가는 휠체어 타고 이동해. 아기들 어디에 있는지는 들었지?"

"신생아중환자실."

"표정 심각해진다, 또. 그냥 신생아 브이아이피룸에 있다고 생각하면 돼. 7시 반에 잠깐 면회가 가능하니까 그때까지 기운 차려보도록 하고.”

“응!”

현준이 준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형도 고생 많으셨어요. 걱정 많으셨죠?”

“현준 씨가 잘 해준 덕분에 걱정 많이 내려놨어요. 고마워요.”

“다시 말씀 놓으세요, 형. 하하."

“고마워, 현준 씨.”

"은설이 자연분만 해서 2박 3일 입원 후에 퇴원이지만, 그러면 일요일이라 3박 4일 입원하는 걸로 해뒀어요. 월요일에 저 한번 더 보고 퇴원하는 걸로요.”




산모병실로 내려온 은설에게 곧바로 첫 식사가 제공되었다.

“머슴 미역국이네.”

냉면기에 나온 미역국을 바라보며 은설이 투덜거렸다.

“몸 생각해서 다 먹어. 피도 지금 모자라다잖아.”

은설이 병실로 내려오기까지 밖에서 내내 냉가슴을 앓고 있었던 친정어머니가 나무라듯 은설을 다그쳤다.

“방금 애 낳고 내려온 딸내미한테 잘 좀 해줘요, 엄마.”

“그러게 엄마가 제왕절개 하라니까. 말도 참 드럽게 안 듣더니······.”

“고만. 더 하면 울어버릴 거예요.”

“어여 국이나 마셔.”

“넴.”

서른두 시간 만에 들어가는 밥이었지만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설은 깔깔하게 입안에서 맴을 도는 국과 밥을 욱여넣고 또 욱여넣었다.

아기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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