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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Nov 15. 2022

‘스타일’이 자산이 되는 시대

인공지능이 창작자들의 영역을 빠르게 점령해가고 있습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런 변화가 예견되었지만, 지금의 변화 속도는 예측보다 너무나 빠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만해도 몇몇 거대 기업의 연구실에서나 사용이 가능했던 인공지능이 이제 관련 지식이 있다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되어가고 있죠. 인공지능 창작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글에서 ‘합성미디어(Synthetic Media)'를 설명드렸는데요. ‘합성 미디어’는 인공지능(AI)에 의해 또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생성되는 모든 종류의 콘텐츠(영상, 사진, 음악, 소리, 글 등)을 의미합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능을 이용해서 합성미디어를 창작하는 세상입니다. 자신의 얼굴 사진을 10년 전이나 20년 후의 모습으로 몇 초만에 변형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의 능력을 스마트폰 앱으로 모두가 사용하고 있잖아요.


이제 인공지능 창작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자 그동안 콘텐츠(글, 음악, 그림, 영상 등)를 만들어오던 전문가들의 영역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글쓰기부터 음악 작곡은 물론이고 그림이나 사진 등의 이미지 창작까지도, 인공지능이 숙련된 전문 디자이너보다 더 효율적인 세상이 되었죠. 게다가 '텍스트 2 이미지'  '텍스트 2 비디오' 등 우리가 그저 글이나 말로 인공지능에게 명령을 하면 바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생성 인공지능의 등장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게 고양이가 우산을 쓰고 있는 걸 요청하면 인공지능은 그 동안은 상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제 그림 뿐 아니라 원하는 영상까지도 만들어줍니다. 물론 아직은 아주 짧은 길이지만요.  

이제 앞으로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지를 예측하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런 인공지능 창작 대중화의 시대에 창작자들은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그 해답은 바로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한 언론사에서 “AI 이현세가 나온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혹시 만화가 이현세 님이 고인이 되더라도, AI 이현세가 그의 작품을 계속 창작해 낼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이현세 작가가 창작한 만화들을 인공지능한테 학습시키면 이현세 작가 스타일의 만화를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작해 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이현세 만화가의 그림 그리는 화풍이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재현해 낼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이현세 작가가 그린 만화는 아니지만 마치 이현세 작가가 환생해서 그렸을 법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우리는 그의 사후에도 계속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3년 전 저의 졸저 '인공지능 콘텐츠 혁명'을 내고 관련 강의를 하면서 강조했던 것들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창작 시대가 온다면 창작자들은 어떻게 하지라는 의문에 제가 드렸던 답은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의 학습은 결국 데이터가 필요한 것이고,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 즉 롤모델이 되는 것이 제가 생각한 인공지능 시대 창작자의 전략이었습니다. 이현세 만화가의 작품은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가 되었고, 그는 사후에도 독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서요.  


이제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뭔가 자기만의 영역,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이것을 자산화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이현세 작가 스타일로 누구나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됩니다. 대중에게 높은 인지도를 가진 유명 창작가의 작품들은 이제 인공지능으로 학습되어, 누구나 그 스타일의 콘텐츠를 창작하는 일이 가능한 세상이죠. 그동안은 콘텐츠라는 결과물에 딸린 저작권만이 돈이 되었다면, 미래에는 어떤 유명 영화감독의 연출 스타일이나 유명 소설가의 글쓰기 스타일, 유명 사진작가의 색감 등 이런 것들도 저작권과 유사한 권리로 보호를 받는 수익의 원천으로 인정받게 될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창작가 스타일로 학습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용하면, 그 스타일을 만든 창작자는 런닝 개런티 형식의 수익을 얻게 되는 겁니다. 


‘스타일’이 자산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제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누가 만들어내느냐라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앞으로 미래 콘텐츠 창작의 주도권을 가지게 됩니다. 콘텐츠 창작 분야에 계신 분들은 자기만의 스타일, 자신만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이것이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그런 세상에 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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