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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Sep 14. 2023

일본의 K-콘텐츠 인기와 OTT




며칠 전에 일본에서 온 대학생들을 상대로 K-POP과 K드라마 관련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연수단’이라는 거청한 이름의 이 일본 대학생 그룹의 일정은 대부분 한국 엔터 산업을 견학하는 것이었는데요.  강의를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1995년에 KBS 예능PD로 입사해서 벌써 25년 가까이 예능콘텐츠 제작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방송사에 입사했을 당시에는 일본의 방송과 엔터 산업은 한국의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하나의 롤모델처럼 생각이 됐을 정도로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던 시절이었죠. 그 당시 한국의 방송 콘텐츠들도 일본 방송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20 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일본 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K-POP과 K 드라마 관련된 강의를 듣고 배우려고 하는 걸 보고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 2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K-POP이 아시아권을 넘어서 세계적인 콘텐츠가 된 데는 유튜브라든지 트위터 같은 SNS가 굉장히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음악은 오디오가 비디오에 비해서 용량도 작고 가볍기 때문에

유튜브 라든지 sns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전파하는 것이 가능한 콘텐츠입니다. 한국의 대중 음악이 스마트폰 시대 전 세계 콘텐츠 소비자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SNS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지금의 인기를 만들어낸 비결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K-POP은 이제 유튜브나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표 즉시 전 세계 팬들이 함께 공유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짧아도 20-30분, 길면 1시간이 넘습니다. 그리고 많은 회차를 다 봐야 하기 때문에 이걸 sns로 해서 퍼나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본의 한류는 <겨울연가>라고 하는 드라마가 일본에서 크게 히트를 하면서 시작됐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일본의 방송 NHK를 통해 일본의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었는데요. 당시에는 한국 드라마를 일본에서 보는 위해서는 일본 방송사가 드라마 판권을 구매하여 송출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적극적으로 한국 드라마 비디오나 DVD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주 적극적인 한국 드라마 팬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방송사에서 편성을 해야만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겨울연가>가 성공했을 때만 해도 한국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겨울연가>가 일본의 옛날 정서, 향수를 자극한다 즉 옛날 생각이 나게 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했습니다. 이 얘기 속에는 한국은 일본보다 뒤떨어진 나라다 라고 하는 게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드라마가 좋아서 일본에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향수를 자극했다 라는 표현을 썼으니까요. 

그런데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넷플릭스라고 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방송 환경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많이 변화가 생겼습니다. 전세계 콘텐츠 중에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골라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거죠. 방송사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틀어주지 않았는데도, 일본의 시청자들이 넷플릭스에서 <사랑의 불시착>하고 <이태원클라스>를 볼 수 있게 된 겁니다. 일본 내의 한국 드라마를 틀지 않으려고 하는 움직임하고는 별개로, 한국 드라마를 보고자 하는 소비층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성공을 하고 한류가 다시 한번 점화된거죠. 일본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클라스>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K-콘텐츠 붐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의 한류가 중년 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지금의 한국 드라마들은 일본의 젊은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흥미로운 스토리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꾸준히 한국 드라마가 일본 넷플릭스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신 작품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바로 일본 시청자들에게 소개가 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모습은 이제 당연한 일상처럼 보입니다. 일본의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한국 드라마는 굉장히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자리를 잡은 것이죠. TV라는 플랫폼을 방송사들이 독점하는 시대에서 OTT로의 변화는 시청자들에게 선택권을 더 많이 주게 되었고, 선택권을 가진 일본의 시청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선호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콘텐츠들이 OTT 플랫폼을 타고 제대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국내 OTT 사업자들도 여러가지 시도를 열심히 하면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구요.  K 콘텐츠가 전 세계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지금의 모습이 놀랍기도 하면서 기분 좋습니다. 굉장히 좋은 환경이 지금 한국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만들어져 있고, 이것에 감사하면서 더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어야 되는 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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