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찬수 Sep 30. 2023

특집이 사라진 추석연휴 TV


오늘은 추석 특집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 그동안에 방송사들은 추석같은 명절이나 특별한 어떤 연휴 때에는 특집방송을 편성해 왔습니다. 그리고 파일럿 프로그램이라고,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봐서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런칭을 할 프로그램들을 명절 연휴 기간 동안에 특집으로 편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매년 명절 연휴에는 TV가 마치 선물꾸러미 같은 역할을 했었죠. 많은 특집 프로그램은 풍성한 명절 분위기를 나타내는 지표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올해는 추석연휴 방송사들의 특집 프로그램들이 거의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기존에 하던 프로그램에 추석 특집이라는 이름만 붙여서 제작하는, 이를테면 <나 혼자 산다>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추석 특집, 나 혼자 산다> 이런 식으로 기존에 했던 프로그램에 추석 관련된 내용을 살짝 담아서 추석 특집이라고 하는 프로그램들이 주로 올해 추석연휴의 편성표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프로그램 외에는 특별하게 특집이라고 부를만한 프로그램들이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네요. 그나마 트로트 가수 분들이 워낙 인기가 있으니까 트로트 가수 특집 공연, 이런 프로그램들이 특집 프로그램으로 눈에 띄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트로트가 벌써 몇 년 전부터, 안방극장이라고 얘기하는 TV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이런 현상은 올해 추석에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의 트로트 열풍이 어느 정도 가다가 과거의 사례들처럼 꺾일 거라고 예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꺾일 거라는 이런 예상이 무색하게 트로트 가수들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입니다. 또 하나라고 생각되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트로트 스타를 배출해내면서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대변하고 있구요. 이제 과거하고는 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TV 시청자 층이 명확하게 바뀌었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트로트가 인기를 끌면서 ‘트로트 부활’이라는 얘기가 가득하다가도 얼마지나지 않아 그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오랜 기간 트로트 침체가 나타나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트로트의 인기가 꺾일 기세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50-60대, 그리고 그 이상 되는 분들이 가진 경제력이 콘텐츠 시장에서 트로트의 수익성을 높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거기다가 이분들이 60대 이후에도 여전히 건강하고 또 본인들의 문화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시니어 콘텐츠 시장의 전망은 더욱더 밝다고 하겠습니다. 과거 10대들의 전유물이었던 팬클럽 문화가 이제는 점점 나이가 올라가서 이모 팬 삼촌 팬 했다가 지금은 나이와 상관없는 전 국민의 문화가 되버렸습니다. 신체 나이가 아니라 마음의 나이가 중요해지면서 60-70대 시니어 팬클럽들이 왕송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유명 트로트 가수 분들의 행사장에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단체로 오셔서 줄을 서있는 모습은 10대 팬클럽과 유사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거든요. 연세가 있는 분들이 팬클럽 활동을 하는 것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문화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전체 대중 문화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추석 명절에도 TV를 보는 주요 시청자들은 연령이 높습니다. 그래서 젊은 콘텐츠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한 새로운 특집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된 것이죠. 나이가 들게 되면 기존 자신이 젊었을 때 좋아했던 것들을 계속 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런 경향은 미국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미국도 TV시청자의 평균 나이가 50-60 대로 넘어가면서  과거에 인기가 있었던 시트콤이라든지 추억의 예능프로그램 등 옛날  프로그램들을 다시 가져와서 방송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TV는 점점 시니어 소비자들의 플랫폼이 되어가고, 젊은 소비자들은 OTT를 통해서 새로운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를 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더 짧게 쪼개진 영상 클립들이 소비되는 문화까지 일반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는 게다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계까지 겹쳐있어서, 다른 해에 비해 특집 방송이 사라진 모습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제는 과거처럼 많은 국민들이 TV 앞에 모여서 같이 TV를 보면서 얘기하는 분위기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OTT, 스마트폰, PC 등 개인 디바이스를 이용하여 개인 취향의 콘텐츠를 즐기는 세상이 됐었습니다.

콘텐츠 시장이 이렇게 분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명절 연휴의 특집 방송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e스포츠, 아시안 게임 정식종목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