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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Apr 21. 2020

2015년, <KBS 웹드라마 프로젝트>

KBS 웹드라마 프로젝트     

온라인과 모바일로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점차 보편화되자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들도 이제는 조금씩 웹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불과 1-2 년 전만해도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웹콘텐츠라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동영상 콘텐츠를 TV콘텐츠와 유사한 잣대로 판단을 하려했고 이 분야에서도 여전히 방송사 제작 인력이 월등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예단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무시로 일관을 하다가 이제 관심을 가지고 웹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면서도 온라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시작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필자가 온라인 전용 콘텐츠 제작팀을 시작한 2014년 당시 웹콘텐츠 중에 이미 웹드라마가 온라인 콘텐츠 업계에서는 꽤 제작이 되고 있었는데, 초창기 웹콘텐츠 중에 TV 콘텐츠와 유사한 형태인 웹드라마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다. 당시 온라인에서 더 많은 소비자들을 확보하고 있던 아프리카TV의 1인 방송 콘텐츠는 방송사 제작 인력의 입장에서는 콘텐츠라 부를 수 없는 정도의 조약한 수준으로 여겨졌었기 때문에 ‘웹드라마’를 방송사가 시도해볼만한 웹콘텐츠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국내 최초 웹드라마 <러브 인 메모리>

2013년 2월 ‘러브 인 메모리’라는 제목의 웹드라마를 한국 최초의 웹드라마로 보고 있는데, 웹드라마 초창기에는 주로 기업체나 지자체의 협찬으로 제작비를 충당하여 광고나 홍보 드라마 같은 내용이 많았다. 그 후 2014년 1월 ‘휴유증’이라는 작품부터 웹드라마가 하나의 독립된 콘텐츠로서 의미가 있는 형태로 발전을 시작했다. 웹드라마가 새로운 콘텐츠 형식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게 되자 KBS 드라마국은 2014년 10월 ‘간서치열전’이란 제목의 단막극을 웹드라마 형식으로 제작을 하였다. 네이버에 먼저 공개한 후(10분 단위로 내용을 만들어 짧은 클립 형태로 공개) 마지막 클립 공개 전에 TV에서 70분 길이의 전편을 방송하는 새로운 콘텐츠 유통 방식을 처음 시도한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사실 웹드라마는 기존의 TV 플랫폼이 아니라 온라인에 공개된다는 것과 10분 내외의 길이의 클립 여러 개로 구성이 되어진다는 것을 제외하면 기존의 TV 단만극과 거의 유사한 스토리 구조와 제작 방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운 시대의 콘텐츠 형식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보수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앞장서서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도였다. 

웹드라마가 쏟아지는 관심과 열기에도 불구하고 수익 모델이 확실하게 마련되어 있지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 노하우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형식이라고 판단을 하였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처음 시도를 하는 웹콘텐츠로 웹드라마를 선택하곤 했다. 필자의 팀에서도 팀이 만들어진 후 웹드라마 사업을 가장 먼저 추진했으면 하는 요구를 받았다. 2014년 10월 만들어진 N스크린기획팀은 배정된 제작비 예산이 없었다. 그리고 2015년에 배정된 예산은 1억 5천만원 정도였는데 그 중에 제작비로 쓸 수 있는 예산은 채 1억이 되지 않았다. 1시간 정도 길이의 웹드라마 한편을 제작하는데 당시 평균 1.5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생각해보면, 단 한 편의 웹드라마도 제작할 수 없는 예산이 배정된 것인데,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웹드라마 사업은 추진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상식적으로는 웹드라마 제작을 추진할 수는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다른 가능한 방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야했는데, 웹드라마 사업 추진 아이디어는 웹드라마 제작사 대표들을 만나면서 임기응변으로 만들어졌다. 


일단 무대포로 웹드라마 제작사 대표들을 하나하나 만났다. KBS의 가장 큰 강점인 미디어 업체로서의 신뢰성을 이용하여 의미 있는 작품을 제작한 웹드라마 제작사 대표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고, 그 만남에서 그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당시 웹드라마 플랫폼을 거의 독점하고 있던 네이버에 대한 서운함이었다. 웹드라마 제작사 대표들의 불만은 이러했다. 정말 노력을 다해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웹드라마를 만들어 네이버 플랫폼에 올려놓고는 네이버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작품이 유명해져서 웹툰 작가들이 성공한 것처럼 웹드라마도 콘텐츠로써 성공을 하게 될거라 굳게 믿으며 기다렸지만 현실은 달랐다. 웹드라마는 네이버에 올려져 있는 너무나 많은 콘텐츠 중에 하나일 뿐이어서 제대로 보여지지 않았다. 그들은 네이버에서 자신들이 제작한 웹드라마를 조금만 더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 주어도 당장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네이버 같은 포털들은 제작사 대표들의 마음을 몰라주고 자신들의 좋은 콘텐츠를  푸대접하고 있었기에, 마음 같아서는 네이버에서 자신들의 웹드라마를 내리고 싶지만 네이버 말고는 그 정도라도 노출이 될 수 있는 곳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 현실이었기에 더 화가 났다. 이런 불만이 대부분의 제작사 대표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던 것이다. 당시 웹드라마의 거의 유일한 수익 모델은 네이버 등 포털에서 주는 광고료였는데, 클릭 당 1원 정도를 책정해서 주고 있었기 때문에 2014년 말 제일 많이 클릭됐다고 했던 웹드라마가 300만 정도였으니, 1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웹드라마의 광고 수익이 겨우 300만원 정도였던 셈이다. 이것이 웹드라마 시장의 차가운 현실이었다. 

이런 제작사들의 불만이 KBS 웹드라마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게 한 요인이 되었다. 웹드라마 시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난 후에 웹드라마 제작사 대표들에게 <KBS 웹드라마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제안했다. 제안 내용은 간단하고 솔직했다. ‘KBS가 웹드라마 프로젝트를 추진할 생각인데, KBS 홈페이지와 모바일 동영상 앱인 myK를 동원해서 여러분의 웹드라마를 적극적으로 마케팅 하겠다. KBS와 웹드라마를 공동 제작하는 사업자로서 KBS의 브랜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네이버 등 다른 포털 등과는 다르게 KBS는 웹드라마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 이것이 제안의 골자였고 이 제안에 공감한 12개 웹드라마 제작사와 ‘KBS 웹드라마 협의체’를 만들었다. 이 협의체로부터 KBS 웹드라마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KBS의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이니 일정정도 수준의 웹드라마를 제작한 회사들만을 받았고, 운이 좋게도 그 때 당시 괜찮은 제작사들이 참여를 해주어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제작사

수익 모델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KBS 웹드라마 협의체>에 함께 한 웹드라마 제작사들 모두는 웹드라마로 당장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의 롤모델은 웹툰 시장과 비슷했다. 국내 웹툰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수익이 나는 시장이 된 건 웹툰이 인기를 얻게 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드라마의 원작 등 다른 수익성 콘텐츠의 원천 스토리로 활용이 되면서 부터이다. 여기에 착안하여 웹드라마 제작사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웹드라마가 당장은 수익이 없지만 제작을 해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이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하여 미니시리즈나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원작으로 키울 수 있어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웹드라마를 일종의 드라마 프롤로그처럼 생각한 것인데 물론 이런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드라마 콘텐츠 소비자들은 TV드라마나 웹드라마를 구별해서 즐기는 것이 아니었다. 공급자인 제작자들은 웹드라마를 특별하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라고 제작 했지만, 소비자에게 웹드라마는 드라마를 그저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시청하는 것으로 인식이 된다. 소비자에게 선택되는 드라마의 판단 기준은 ‘재미있는가?’ 또는 ‘잘 만들어졌는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웹드라마가 적은 제작비로 만들었다는 변명은 의미가 없다. 재미있으면 소비되는 것이고. 재미가 없으면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을 받게 되는 것이다. 채널이 많아지면서 TV드라마만 해도 볼 것이 너무 많은데, 재미없는 웹드라마를 신경 쓸 아량이 소비자들에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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