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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Nov 02. 2020

'메타버스(Metaverse)', 그리고 'Z세대'

메타버스(metaverse)는 무엇인가를 초월한다는 의미를 가진 메타(meta)라는 단어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용어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 현실 세계를 초월한 또 하나의 세상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겁니다. 

메타버스는 미국의 SF 소설가인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에 발표한 소설인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이 된 개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그 유명한 ‘아바타(Avatar)’라는 용어도 등장합니다.     ‘아바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곳이 이 소설은 아니지만, ‘메타버스’와 ‘아바타’는 그 뒤 불가분의 관계처럼 인식이 되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메타버스’라는 인간이 만든 가상 세계가 이 소설의 주요 배경으로 주인공이 ‘아바타’라는 가상의 캐릭터로 ‘메타버스’에 들어가는 설정이 소설 스토리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상세계 속에 아바타를 이용해 주인공이 직접 참여하여 이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시발점이 된 것입니다. 

내가 선택한 모습과 능력(심지어는 초능력까지도)을 가진 아바타로 원하는 대로 또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메타버스(metaverse)’는 일부 마니아들을 매료시키게 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수많은 SF소설이 그리는 또 하나의 꿈같은 세계라고 받아들여졌지만요. 

그런데 10여년이 지나 이 소설에 크게 자극을 받은 도전 정신이 넘치는 젊은이가 획기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메타버스’와 ‘아바타’라는 용어는 재조명됩니다. 그 역사적 서비스가 바로 2003년에 대중에게 선을 보인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이었습니다. 

‘세컨드라이프’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주도한 사람의 이름은 ‘로즈데일’입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아내가 그에게 1990년대 중반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라는 책을 사줬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아직 ‘메타버스’라는 소설 속 세계를 구현하기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아서 마음 속에만 자신의 꿈을 간직해 두어야만 했다고 합니다. “메타버스가 일어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그때는 아직 아니었다."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몇 년 후 두 개의 사건을 계기로 소설에서 얘기했던 ‘메타버스’ 구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두 가지 사건 중 첫 번째는 엔비디아(Nvidia)가 GeForce2 그래픽카드을 발표한 것이었고요, 두 번째 사건은 ‘Burning Man’이라는 축제에 참석을 한 경험이랍니다. 

‘메타버스’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상 세계를 창작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 세계에 참여자들이 ‘아바타’로 직접 ‘메타버스’ 안에 살아가야 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컴퓨터로 구현되는 그래픽이 사용자들에게 최소한 현실 세계처럼 몰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가능해야만 합니다. 엔비디아(Nvidia)의 GeForce2 그래픽 카드가 기존의 제품들을 뛰어넘는 수준을 보여주자, 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 묘사되어졌던 ‘메타버스’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판단하게 되었던 것이죠.

기술적으로 가상 세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메타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롤모델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는 ‘Burning Man’ 축제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온라인 세상의 템플릿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Burning Man’ 축제를 모델로 새로운 세상 ‘메타버스’를 만들고자 했던 것입니다.     

‘버닝 맨(Burning Man)’은 매년 8월 마지막 주에 미국 네바다의 블랙록 사막에서 개최되는 행사입니다. 일 년에 한 번, 9일간 만 축제가 열리는 이곳을 가상의 도시 블랙록시티(Black Rock City)라고 하는데, 참가자들은 그 기간 동안 공동생활을 하며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는 극한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으로 이 행사의 영상들을 찾아서 그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만, 참여를 했던 사람들은 실제로 가보지 않고는 표현하기 어려운 엄청난 에너지가 가득한 행사라고 합니다. 약 8만명 정도가 매년 이 신비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이고 있으며,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사람 모양의 조형물 ‘더 맨(The Man)’을 소각하는 것으로 행사가 끝납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는 않지만 ‘더 맨(The Man)’을 태우는 영상이나 이미지는 많이 알려져 있죠. 뭔가 일반 사람들은 참여하기 어려운 전위적인 행사로 알려져 있기도 해서, 신비감이 드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개개인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이상적인 공동체’라고 표현되는 이  행사에 참여한 후 로즈데일은 ‘메타버스’의 롤모델을 ‘버닝맨’ 행사에서 찾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진 세컨드라이프는 이상적인 공동체 정신이 깊숙이 자리하게 되죠.     

  

< 버닝맨 공동체 10가지 원칙>                 

1. 누구나 버닝맨 축제의 일원이 될 수 있습니다. 

2. 선물주기

3. 비상업화

4. 근본적인 자립 : 개개인이 자신만의 창의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개척하고 실현

5. 근본적 자기표현

6. 공동의 노력

7. 시민의 책임 의식

8.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 환경 보호

9. 참여

10. 즉각적 경험 : 그 어떤 아이디어도 이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유로운 버닝맨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참가자 지켜야하는 10가지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10가지 공동체 원칙을 참가자 서로가 지키면서 개인의 창의성과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이상사회를 꿈꾸는 ‘버닝맨’ 행사의 정신적인 부분이 기반이 되어 ‘세컨드라이프’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는 서비스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많은 관심을 받게 됩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를 통해 다른 아바타들과 교류하는 이 서비스는 참신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인기가 있었던 게임 심즈(Sims)의 온라인 버전으로 인식이 되면서 뭔가 앞선 첨단의 서비스로 많은 사람들이 가입을 해서 경험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가입자가 순식간에 늘어나면서 언론의 관심이 더해지고 그러자 더 많은 가입자들이 이용을 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져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게다가 가상의 땅을 매매하고, 여기에 건물을 짓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사고 파는 등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의 경제 행위가 사람들의 금전적 욕망을 자극했습니다. 이 공간이 제2의 서부 개척지처럼 여겨지게 되었고, 먼저 선점을 해서 이 가상의 공간에서 성공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Anshe Chung’이라는 아바타가 이곳의 가상 부동산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사업으로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뉴스는 사람들을 더욱 열광시켰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 서비스의 이용자들이 하나둘 흥미를 잃어갔습니다. 일부의 열성적인 유저들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세컨드라이프 이용자들에게 이 서비스는 너무 불편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세컨드라이프 공동체에 참여하여 콘텐츠를 창작하고 표현하는 이용자들에게만 흥미가 있는 서비스였죠. 그저 어떤 서비스인지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를 하려고 했던 다수의 사용자들은 도대체 뭘 해야 하는지를 몰랐습니다. 사실 이 서비스는 여기서 사용하는 용어를 따로 공부해야할 정도로 미리 알아야 할 지식들이 많습니다. 그걸 다 공부하면서 세컨드라이프를 이용하는 열성 이용자들은 소수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게다가 마이 스페이스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 서비스에게 이용자들을 점차 내어주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결국 초기의 폭발적인 관심은 호기심 이상의 더 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자 금새 사라져 버립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다가온 모바일 시대에 전혀 부응을 못하기도 했구요.  

그리고는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열기가 사라지자, 한동안 각광을 받았던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개념은 한동안 완전히 잊혀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게임과 VR 분야의 발전에 따라 최근 이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가 다시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유명 게임업체와 VR 기업의 대표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애기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미래 모습이며 차세대 킬러 서비스라고 ‘메타버스’를 많은 전문가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한 언택트 열품으로 가상의 공간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언급이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가 바이러스로 소통이 어려워지자 가상의 공간을 활용한 소통과 콘텐츠 소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세컨드라이프’가 성공하지 못했던 기술적인 이슈와 시대적인 상황이 해결되면서 이제는 ‘메타버스’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메타버스’의 초기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나 활동들이 일부 진행이 되고 있고, 사용자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는 점도 상당히 고무적으로 생각되어 지고 있습니다. 

제2의 페이스북이 ‘메타버스’가 될 거라는 생각은 이미 몇 년 전에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크버그도 했었습니다. 그는 벌써 몇 년째 엄청난 돈을 ‘메타버스’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페이스북보다도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이 ‘메타버스’에 가장 근접해있다고 보고 있죠. 미래 인터넷의 지배자가 바뀔 수도 있는 변혁의 시기인 것입니다. 이 변화의 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 때 여광을 누럈던 ‘마이 스페이스’나 ‘싸이월드’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사라져 버린 서비스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지금 ‘메타버스’를 두고 거대 기업들이 생사를 건 전투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콘텐츠로 만들어진 가상의 우주, 메타버스. 

Z세대들은 콘텐츠 소비를 메타버스 안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유명 가수의 공연이 진행되고 여기에 Z세대들은 아바타로 공연을 즐깁니다.

‘메타버스’에서 열리는 음악 공연의 가수도 역시 아바타의 모습으로 춤을 추고 노래합니다. 현실 세계의 공연과는 너무나도 다른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공연을 지금 우리의 10대들인 Z세대들은 게임 안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포트나이트(Fortnite) 게임 속에서 실제로 이런 공연이 진행되었고, 게임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유명 영화감독의 신작 영화 시사회를 게임 속 아바타들을 관객으로 열기도 했습니다. 

포트나이트(Fortnite) 이외에도 여러 업체들이 메타버스라는 미래의 가상 세계를 선점하려는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인수한 Minecraft 게임 안에서는 유명 밴드의 최신 음원이 공개되는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으며, 페이스북과 구글 그리고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들도 모두 이 새로운 세계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드는 콘텐츠, 그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가상 우주 ‘메타버스’. 

이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우주의 빅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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