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벌레와 대화 중

점선면프로젝트

by 심가연

모든 일들에는 마감이 있다. 그 마감의 전날 밤에는 커피를 쭈욱 마시며, 오늘 해야할 일들을 쓰고 벽에 종이테이프로 붙여놓는다. 나는 이 일을 하고 이 종이를 떼서 버릴 거야. 그래야지 끝난다.


가끔씩은 준비하는 마음 없이도 바로 몰입할 수 있지만, 어떨때는 도무지 하고 싶지 않아서 붕뜬 채로, 모니터 주변을 서성이다 설겆이를 하고 이불정리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기도 한다.


마음은 알고 있다. 왜인지. 네가 지쳤다는 걸. 그만큼 불안해졌다는 걸. 귀에 대고 속닥인다.

‘못할까봐 겁나지?’

그런 말들에게 대답한다.

‘아니’

내 얼굴을 한 벌레는 마루에서 아이들이 흘린 과자를 집어 먹으며 동의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그 표정에 나는 나에게 말하는 건지, 벌레에게 말하는 건지 이렇게 대답한다.

‘하면 할수록 네가 작아질 걸 알고 있어서 전혀 겁 안 나. 나는 너를 잡는 법을 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