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백조 날아오르다

타인의 시선보다 중요한 자아 찾기

by 심가연


미운 오리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선망하던 백조가 자신이었다는 것을 어떻게 지금껏 모를 수가 있었을까. 미운 오리라고 부르는 다른 오리들의 말은 그들의 시선에서 나온 말이었을 뿐이다.

‘나는 오리가 아니야.’

흔들리는 물결에 비친 자신의 우아한 부리와 하얀 깃털을 보며, 오리 형제들이 전혀 알아주지 않았던 자신의 우월한 아름다움에 취해보았다. 이게 정녕 내 모습이란 말인가.

‘백조의 무리와 어울리자.’

청결하고 잘 관리된 호수에 자리한 화려한 백조의 무리로 용기를 내어 천천히 헤엄쳐 갔다. 한없이 떨리는 순간이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최대한 고개를 들고 우아한 척하며 다가가자, 단번에 그들이 자신을 친구로 반기며 자리를 내어 주었다. 함께 호수를 헤엄치며 작은 물고기를 잡던 백조의 무리에서 얼룩이 있는 백조가 말을 걸었다.

“어쩌면 그렇게 헤엄을 잘 치고 물고기를 잘 잡아?”

“그건 내가 미운 오리였을...”

백조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미운 오리라고 말하는 것에 당황했다. 여전히 백조인 것을 알았지만 마음은 미운 오리였던 것이다.

“엄마한테 배웠어. 언제나 엄마는 나를 자랑스러워하셨거든.”

그때 수면 아래 지나가는 작은 송사리를 잽싸게 낚아챈 미운 오리는 얼룩이 있는 백조에게 송사리를 주었다. 얼룩이 있는 백조는 송사리를 먹으며 자신의 얼룩을 미운 오리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말해주었다.

“이 얼룩은 태어날 때 엄마가 알에서 나를 꺼내 주려다가 엄마 부리에 생긴 상처야. 엄마는 미안한지 이 얼룩을 잘 때마다 쓰다듬어줬어. 엄마는 이제 돌아가셨지만, 이 얼룩이 그 대신이야."

미운 오리는 백조의 말에 가슴이 벅찼다. 얼룩 백조와 미운 오리는 그날 밤 등을 기대고 의지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타난 사냥꾼의 총소리에 백조들의 무리를 놀라 한 번에 날아올랐다. 열을 맞춰서 날아오르던 백조의 무리에서 날개를 팔딱거리는 미운 오리는 호수를 떠날 수가 없었다.

‘안녕’

얼룩이 있는 백조는 저만치 날아가며, 미운 오리를 안타깝게 보았다. 작별인사를 하는 것처럼 대열 바깥으로 나간 얼룩이 있는 백조는 대열의 끝자락에서 따라가며 한참 동안 미운 오리에게 돌아올까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얼룩이 있는 백조가 총을 맞고 호수에 처박혔다. 미운 오리는 슬펐지만 헤엄쳐서 재빨리 호수 밖 덤불로 몸을 숨겼다.


또다시 미운 오리만 남았다. 떠나는 백조들의 무리는 그토록 우아하게 헤엄치던 백조가 사실은 날지 못했다는 것을 알자 미련 없이 미운 오리를 두고 떠났다. 멀어지는 백조의 무리를 보며 미운 오리는 다시 절망했다. 얼룩이 있는 백조는 총에 맞은 채 사냥꾼의 어깨에 매달려 잡혀갔다.


미운 오리에서 미운 백조가 되었을 뿐일까. 호수의 물결이 흔들리며 달빛에 비친 백조의 모습이 일렁거렸다. 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 백조는 결국 미운 오리일 뿐이었다. 다시 미운 오리처럼 고개를 떨구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오리는 미운 오리에게 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 방법을 몰랐다. 대신 미운 오리가 집오리인 채로 나는 법을 모르며 사는 안전한 삶에 대해서 알려주려고만 했다. 미운 오리는 이제 자신이 백조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더이상 집오리로 살 수가 없었다. 집을 떠나기로 했다. 나는 법을 알려주는 스승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집을 나서는 미운 오리에게 먼저 태어난 큰형 오리가 동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과 호수가 만나는 곳에 백로가 있어.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가면 백조보다 다리가 길고 부리가 긴, 날개가 두 배는 큰 백로가 있어. 저번에 길을 잃었을 때 그 백로가 나에게 다시 집에 오는 길을 알려주었어. 이걸 가지고 가봐.”

큰형 오리는 미운 오리에게 어떤 주머니를 건네며, 길을 찾아준 보답을 백로에게 전하며, 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하라고 했다.


먼 호수를 헤엄쳐 뜨거운 태양을 따라 도착한 곳에 아주 아주 늙은 백로가 있었다. 백로는 미운 오리의 주머니를 열어 그 안에 있는 말린 작은 물고기들을 보며 기뻐했다.

‘그 아기 오리가 이런 선물을 다 주는구나.’

백로는 가냘픈 다리로 어느 절벽으로 미운 오리를 데려갔다. 백로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미운 오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날아오르는 법은 이미 알고 있으니 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지금 날아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주면 된다.”

백로는 미운 오리가 서 있는 돌을 가볍게 밀어내며 절벽에서 백조를 떨어뜨렸다.

“이게 무슨 짓...”

바위 산의 꼭대기에서 고꾸라지는 미운 오리는 말문이 막히며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떨어지는 동안 몸부림을 치며 날갯짓을 했다. 그러다가 이렇게 죽고 말 거라는 생각에 힘을 빼고 날개를 척하고 펴는 순간, 몸이 붕하고 날아올랐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 덕도 있었다. 그 바람을 타고 잠시 허둥지둥했지만 힘을 주었다 풀며 날갯짓을 해서 백조는 간신히 호수에 착지했다. 놀란 숨을 고르는 백조의 옆에 백로가 척하고 착지했다.

“어땠니?”

“알 것 같아요. 어째서 모든 일은 하고 나면 이렇게 아무것도 아니죠?”

“아무것도 아니지 않단다. 참 용감하구나, 대단한 비행이었어.”

미운 오리는 백로의 말에 눈물을 흘렸다. 미운 오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미운 오리는 호수를 헤엄치면서 왔던 길을 단숨에 푸드덕 날아서 신나게 비행하며 돌아왔다.


미운 오리가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자, 진정한 백조가 된 것처럼 아름다웠지만 여전히 오리들마다 반응이 달랐다. 엄마 오리는 언젠가 미운 오리가 어떤 오리보다 아름다울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날아오르는 미운 오리를 따라 가슴을 부풀리고 날갯짓을 하며, 자신이 날아오른 것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오리 형제들은 미운 오리가 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굴거나, 백조의 무리에 끼지 못한 미운 백조라고 놀리기도 했다.

미운 오리는 더 이상 그런 말들이 들리지 않았다. 미운 오리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며 바람을 즐길 뿐이었다. 더 높이 더 높이 올랐다가 바람을 가로지르며 춤추듯 비행하는 미운 오리에게는 더 이상 다른 오리의 말이 중요하지 않았다. 날 줄 아는 자신의 비행실력을 갈고닦는 그 자체로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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