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살 때 가격 먼저 보나요?

당근마켓에서 만난 사람들

by 심가연


중고나라를 좋아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당근마켓의 세계로 입문했다. 동네이웃이 수집했다가 질린 물건들을 나눔 받기도 했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도 했다.


누군가 사용했던 만년필을 구매하는 일은 그 사람의 내밀한 시간을 나누는 것 같기도 했고, 내 아이에게 작아진 한복을 누군가 사갈 때는 반갑기도 했다. 그분의 아이가 잘 입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자연히 들었다.


이용자가 동네 이웃이라는 사실 때문에 당근마켓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소 친근하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올리는 가격대도 천차만별이고 보통은 비상업적으로 따뜻하게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천 원, 이천 원, 푼푼히 쓰지 않는 물건을 나눌 때마다 아주 즐겁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한 순간을 채워줄 것이기 때문에, 물건도 버려지지 않고 다시 사용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물건을 사고팔면서 만나는 인연들로 내 일상은 때때로 꽤 독특한 파장을 느끼게 된다. 내가 만든 뜨개질 물건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고마움을 느끼는데, 그것을 얼마에 샀든, 내가 만든 뜨개질 작품을 좋아해 주는 이웃의 얼굴을 마주하면 깊은 사랑이 솟아난다. 그분들이 사가면서 너무 예쁘다고 말해주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오토바이를 탄 할머니부터, 꽤 새침한 미녀까지. 그분들이 사용한 나의 뜨개질 가방은 잘 있을까.


사실 당근마켓의 장점은 저렴하다는 데 있다. 그 저렴한 세계의 중독은 때때로 점점 더 물건에 중독되게 만들기도 한다. 나의 수집벽은 당근마켓을 하며 점점 커져서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물건을 수집하기 위해서 계속 사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행동 이후에는 스스로 감정이 치우쳐서 사들인 물건들이 집을 가득 채우는 것을 바라보며,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는 반성을 하기도 했다.


반성의 시간은 대체로 아주 짧다. 여전히 울리는 당근마켓의 알람들을 누르며 즐거운 가격 비교를 즐긴다. 가성비라는 것은 그렇게 자주 나를 늪에 빠트리는 것 같다. 이것은 내가 극복해야 하고 늘 고찰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저렴한 것은 좋아하는 것은 주머니사정과도 연결되어 있으니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대신 그 사이에서 나는 최대한 가성비가 아닌 맘성비로 물건을 바라보고 가지려고 노력한다. 물론 물건뿐 아니라, 관계도, 인생에서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그런 신조를 계속 마음에 되새긴다.


정말 필요해?

라는 단순한 질문을 계속 반복하며 내 안에서 묻는 것이다. 나의 내적갈등을 조장하는 갓성비의 당근마켓에서 오늘 내가 건진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에게는 수집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시적으로 소유하는 행동인 것 같다. 결국 그 물건을 통해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것이다.


최근 구입한 것은 바로 이 사진 속의 니콘 망원경이었다. 망원경을 파는 여인은 종이쇼핑백에 오래된 망원경을 나에게 주며 만원을 가지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 망원경의 상태가 괜찮은지 내가 확인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앗! 저기요! 하는 사이.. 음… 쇼핑백을 열어서 본 망원경은 끈적끈적한 무언가와 먼지가 엉겨 붙어있고, 고춧가루가 붙어있었다. 괜… 괜찮겠지 사는 마음으로 눈을 대보았다. 렌즈는 멀쩡하군. 집으로 와서 베이킹소다가 묻힌 물티슈로 열심히 닦으니… 제법 쓸만한 모습이 되었다. 집 앞마당에 나와 저만치 동네 고층 아파트들을 바라보며 초점을 맞춰 보았다. 작동하긴 하는 군.. 좋아! 니콘망원경이 새것을 구입하면 34만 원인데, 엄청 더러운 대신 나는 이 망원경을 만원에 구입했다.


이 망원경을 사게 된 계기는 새를 관찰하는 것에 무척 진심인 지인 덕분이다. 나이 차이가 있지만 친구 같은 나의 지인은 탐조활동을 통해 수원지역에 사는 새들을 관찰하고, 이를 핸드폰으로 포착한 일들을 실시간으로 인스타에 올렸다. 그 새들의 일대기를 쫓아 읽으며, 새들에게도 당연하지만 삶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 언니의 이름은 이애리인데, 언니는 얼마 전 돌멩이수프 그림책방을 열었다. 애리언니의 시선을 통해 언니가 새들을 관찰한 시선을 따라가보았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인생을 다채롭게 하는지, 그 시선을 통해 메마른 도시를 바라보던 나의 시선도 새롭게 깨어났다.


새를 보며, 내가 꿈꾸었지만 한동안 잊었던 자유과 비상에 대한 열망을 깨울 수 있었다. 그런 감정은 요즘의 나에게 경도되어 있던 자본주의적 관점을 벗어나, 잊었던 본능이 다시 깨어나게 했다. 바로 새들의 날갯짓과 같은 단순한 몸짓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새들은 그저 몸이라는 신체를 저어 공기를 타고 하늘을 난다. 나는 그런 새들을 땅에서 바라보며 그들의 자유한 감각을 온전히 누린다. 그 새들의 소리를 귀 기울이며 새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기도 한다. 사랑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배고파 스트레스받기도 하는 새들의 목소리. 너희들도 그렇구나 그 단순한 공감으로 작은 치유를 준다. 내 감정이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감각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사람이 가진 시선을 통해 열린 마음은 내 삶을 조금씩 더 밝은 쪽으로 움직인다. 그 반짝이는 시선을 쫓아 나처럼 언니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며, 더욱 그 시선이 가진 힘을 느끼기도 한다.


나무 사이에 우리가 놓치던 새들을 바라보고, 발견하고, 그것을 기록하고 때때로 품어주기까지 하는 마음을 나도 계속 잃지 않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당근마켓에서 낡은 니콘카메라 망원경을 구입하여 열심히 닦았다. 잘 보고 싶어서, 숨어 있는 새들의 삶을 제대로 알고 싶다.


이 니콘 망원경은 애리언니처럼 새를 잘 보고 싶은 나의 소망에 구입하게 되었다. 그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새도감을 보고, 그 새들을 찍어 기록하고 새들의 소리를 귀 기울이며 우리 동네 새들을 지켜봐 줘야겠다.


북서울숲 3월초 까치의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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