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을 외우다

by 심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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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몸에 밸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백만 시간의 법칙 등 자기 개발서에서 말한 다양한 법칙과 명언들이 떠오르는데, 그런 계획적인 흐름으로만 나라는 인간이 작동하지는 않는다. 나는 어떤 일이든 직접 그것을 하면서 느껴지는 기분이 좋을 때만 그 일을 지속하게 된다.


뜨개질을 하는 기분은, 손을 계속 움직이면서 손의 감각에 집중하는 일이다. 손을 움직이면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생각들을, 노래를 듣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한 코씩 다음 바늘로 걸어간다. 그렇게 그 쓸데 없는 상념들을 매듭지어 버린다. 다음으로, 그 다음으로.


그러다가 그 매듭이 예쁘지 않다면 다시 풀어내고 다시 뜨고, 그 적당한 뜨개실의 탄성과 촉감에 맞는 무언가를 또각또각 만들어 낸다. 그 결과물을 때론 누군가가 사준다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기도 한다. 사실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그 과정을 통해 이미 편안한 상태가 되었다.


천천히 쓸만한 것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내가 상념에 빠지며 움직이는 손으로 만든 물건들은 서서히 섬세해지고, 누군가 가지고 싶어하고, 꽤 쓸만하게 만드는 상태가 되어간다. 그럴 싸한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손에 익힌 몇 가지 패턴들을 반복해서 뜨며 외웠다. 복잡한 꽈배기 무늬는 아직 손에 익지 않았고, 단순한 대바느질 겉뜨기 안뜨기, 코바늘의 일상적을 패턴들을 외워서, 기분에 따라 색깔과의 조합에 따라 즉흥적으로 짜낸다.


털실의 부드러운 촉감을 만지면서 내 기분에 따라 만들어 내는 털실의 패턴들은, 그 자체로 내게 하나의 풍경을 선물한다. 그것들을 보고 만지면서 완성 시키는 일. 그 패턴들을 외워가며 더 다채로워지는 것이... 내가 나이가 들수록 손가락이 아프고 쑤시는 만큼, 역으로 완성된다.


그 혼자만의 세계에서 늘 감탄하고 기뻐하는 사람인 내가 있다. 뜨개를 하며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누리는 내밀한 즐거움이다. 패턴을 외운다는 것, 그 패턴이 늘어가고, 그 패턴을 섞는다는 것.

재즈처럼 탱고처럼 실수로 꼬인 실을 그대로 덮어버린다. 그런 여유와 뻔뻔함을 스스로 칭찬해버린다. 잘 숨겼어! 라고. 이제는... 털실을 잡는 손에도 힘이 덜 들어간다. 언제나 말했듯이 나는 늘 털실과 나 이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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