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에서 보낸 한 철 1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나이 먹을 때가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찰싹하고 머리카락이 뺨을 두드린다.
‘’ 안녕, 나이 먹을 준비되었니?‘’
올해로 나는 36살, 내년 37살을 준비한다. 내년을 어떻게 보낼지를 고민하고 계획한다. 숫자가 나이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 나이 먹도록 무얼 했는지가 결국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껏 무얼 했나. 자문해보기도 한다. 연말은 내게 그런 계절이다.
나는 갈지자로 걸으며,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같은 식으로 절망하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사람들과 만나 생활한다. 이대로도 물론 행복하지만 겨울에는 모든 활동을 멈추고 다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편이다.
‘’그때,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그 사람은 나를 안 좋아했을까?‘’
같은 자책, 후회를 하면 나도 모르게 자투리 실을 꺼내 든다. 복잡한 마음은 하염없이 바늘을 움직이다 보면, 그런 생각들이 점점 작아진다. 열심히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 당시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는 걸… 스스로 편도 들어주고.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도 안 좋아하지도 않아. 다만 자신의 입장에서 선택을 했을 뿐이야. 마음에 걸렸던 실꼬리를 풀어내고 줄을 탁 잘라낸다. 잡념을 끊어냈다. 하나의 모티브 조각을 완성했다. 하나, 둘, 셋. 이어 붙인다.
내가 좋아하는 코바늘 모티브는 뭐니 뭐니 해도 쉽고 예쁜 그래니 스퀘어다. 도안이나 뜨는 법이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쉽게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다. granny-square라고 치면 된다. 이 사각형 모티브를 짜며 다채로운 색깔을 매치하고, 천천히 이어 붙이다 보면 세상의 시름도, 소소한 마음의 부침도 녹아 사라진다. 바늘에 실이 걸리며 완성되듯이 사는 것도 이토록 아름답고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만히 내가 만든 따뜻하고 보드라운 털실 조각을 쓰다듬는다. 이것으로 족하다는 감각이 마음을 울린다.
너는 무엇이 될까? 털실을 보며 나는 상상하고 묻는다.
몇 년 전 알라딘 서점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보온 물 주머니가 꼬질꼬질해졌다. 뜨거운 물을 담으면 아이들이 아이 뜨거워해서 수건을 감아주느라 불편했었다. 이 보온 물 주머니의 커버를 떠야지!
뜨개질을 하며 보냈던 한 철이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여전히 뜨개질을 하며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사건들이 툭툭 나를 건드린다. 바늘을 놓지 못하고 있다. 뜨개질을 하며 보낸 한 철은 바로 지금이다. 하나의 물건을 완성하는 과정을 앞으로 때때로 기록하며 뜨개질로 이 겨울 차분한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