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아주 작은 마당이 있는 주택이다. 마당이 있어서 가끔은 숯불고기도 구워 먹고 수영장을 만들어서 여름에는 아이들과 놀기도 한다. 이곳에 빨래를 널다 보니 언제 비가 내릴지 구름의 색깔을 보며 짐작하게 되었다. 특히 회색빛 두꺼운 구름이라면 빨간불, 피부에 닿는 습도와 눅눅함도 잘 감지해야 한다.
실내라면 상관없지만, 야외에 빨래를 말리다가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그동안 빨고 말린 과정이 도루묵이 되어버린다. 그때의 허탈감이란. 그래서 빨래를 널 때는 일기예보도 찾아보고, 구름을 보면서 습도와 온도를 체크해 보게 되었다. 조금씩 그렇게 실수를 만회하며 진화하고 있다.
어느 여름 비가 오지 않는다고 안심하고 밤에 빨래를 넣고 잤다가, 갑자기 새벽마다 내리는 빗줄기 폭격을 맞고 몇 번이나 다시 빨래를 돌려야 했다. 특히나 올해 여름에는 스콜 같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건조기에서 마른빨래보다는 햇볕에 마른빨래의 상쾌함은 고실고실해서 기분이 좋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실외 건조의 번거로움을 자처하고 있다. 오전에는 습관처럼 아이들 등교를 시키고, 빨래를 돌린다. 그 빨래 돌리는 소리를 들으며 오전에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책상에 앉는다. 빨래가 다 돌아가는 정오쯤에는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탁탁 털고 남편이 더 이상 철봉 운동을 하지 않는 철봉에 옷걸이를 건다.
얼마나 빨리 마르는지. 택배를 받느라 문을 열고 닫으며 바짓자락이 뺨에 닿을 때마다 이렇게 빨리 마른단 말이야 하고 감탄한다. 제 때 빨래를 걸고, 제 때 빨래를 걷기만 한다면야 이렇게 수월한 일도 없을 것이다.
갑자기 내리는 비도 변수지만, 마르지 않은 빨래를 개어서 서랍장에 넣으면 더 엄청난 일이 생긴다. 꼬락 내랄까. 세탁물 이 묵은 냄새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정도로 계속 재채기가 난다. 낮에 널은 빨래는 반드시 그날 밤에 다 마른 것을 확인하면 걷어야 한다.
빨래를 제 때 정리하듯, 내 마음의 서랍장을 뽀송하게 관리할 수만 있다면 하루하루가 분명히 향긋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균형이 얼마나 자주 무너지는지. 푹 자고 일어나 우걱우걱 토마토를 먹으며 간신히 그런 균형들을 채우려고 한다.
모든 일에 제 때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는 것을 지키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자주 다짐한다. 내가 하는 일들의 타이밍을 맞춰야겠다고. 그리고 자주 그 다짐에 진다. 많은 욕심을 내고 시작한 일들 때문에, 후회하고 잠자다가 벌떡 일어나 다시 작업하는 프리랜서의 삶이 빨래하듯 경쾌하고 명료해지는 날이 언젠가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