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맛없어!”
로봇아들 징글벨은 언제나 불만이 많다. 아침식사로 나온 오일이 뻑뻑하다던지, 창고에서 가져온 윤활유가 관절에 바르면 냄새가 난다고 투덜댄다. 걸어갈 때마다 나는 시끄러운 소리를 참으며, 욕이 툭 입에서 나온다.
구식으로 만들어진 턱에서는 목재가 부딪히는 소리만 난다.
‘뚝-딱, 뚝-딱’
너는 알까? 그게 노래가 아니라 사실 욕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되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창문 너머로 저 멀리 서쪽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보인다. 이럴 때는 차라리 로봇이라는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들, 크리스마스트리가 필요한데. 지금 잠깐 가져올 수 있을까?”
사춘기가 언제 오려나, 아직까지는 무사히 내 말이 접수가 되었는지, 일어나서 문으로 간다. 문 앞에 가서 갑자기 멈추고 고개를 180도 돌려서 묻는다.
“비 올 것 같은데?”
“비는 무슨 걱정하지 말고 가서 나무 뽑아와.”
말이 끝나고 아들을 숲 속으로 서서히 사라진다. 긴 숲길을 따라 멀어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여 소리를 지른다.
“성질 더러운 곰 조심하고, 비 오면 바로 집으로 와.”
아들이 사라진 숲 방향을 한참 보며, 미세하게 부는 바람이 멈춘다. 툭, 코끝에 떨어지는 빗방울. 우수수 빗줄기가 세어진다. 비 오는 숲에서 돌아올 때까지 엄마는 로봇아들 징글벨을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