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혼자서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을 하다가 뜨개 작업을 시작한 이후로는 공예 관련 전시를 하고, 전시 설치 작업을 연이어서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가 지금 하는 일들로 나를 설명하자니, 그 이외에도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에서 강사로도 일하고 있다. 들어오는 일은 대체로 거르지 않고 하는 편이라, 가리지 않고 하다보니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색을 지키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 맞을까? 스스로에게 그렇게 물으며 내린 결론은 당연히 후자다. 한 장르에서만 머물러서 작업을 한다면 그 작업에 특화된 깊이를 가질 수 있지만, 나의 경우 시나리오를 배우면서 이야기의 구성과 기획법을 배울 수 있었고, 그림책 공부를 하면서 연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술을 하는 사람은 이슬만 먹고 사나, 고고하고 고귀한 예술보다는 친근하고 다정한 예술을 하고 싶다. 충격적이고 세련되기보다는, 집에서 따뜻하게 늘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일상을 살면서 나의 머릿속을 맴돌며 괴롭히는 질문을 꺼내 함께 나누고, 서로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믿는다. 지금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록하고, 말하고, 함께 더 그것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고 싶다. 지구를 이대로 두면 우리는 멸망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돈 이외에도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려하지 않는구나. 그것에 대해 함께 찾으며 이야기해보고 싶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실, 종이, 자연의 풍경, 사람들이 함께 대화를 하는 장면, 잘 구워진 빵과 따뜻한 커피. 귀여운 동물들이 재미 있는 표정이나, 비온 뒤에 빼꼼 피어난 새싹. 그 면면을 담아 페이지를 나누어 한 장 한 장 당신에게 책으로 만들어 전하고 싶다.
그 일상은 화자인 내 경험이 녹아들어 다분히 여성적이고, 주로 엄마로 살아가며 바라본 다음 세대 아이들을 키우는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어린이와 자연, 순수하고 자유로운 세계를 지향한다. 그 세계에서 현실에 겪은 상처를 들고온 사람들이 잠시 눈을 돌려 쉬고 가기를 바란다. 그 세계는 종종 촉촉한 비가 내리고, 흙냄새가 퍼지며 푸르른 새싹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내가 그린 세계를 이쪽으로 옮겨 당신에게 선물하는 일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