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시작한 미니멀리즘
몇년 전부터 미니멀라이프에 꼿혀서 관련 팟캐스트를 듣고, 책을 읽으며 미니멀리즘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미니멀라이프는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되어 더욱 재미가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유행인데, 선불교의 공 사상으로 우리나라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을 일상에 적용한 것이 미니멀리즘이다.
과체중의 현대인. 넘치는 정보, 시끄러운 소음의 도시. 스마트 폰의 멈추지 않는 알람. 끝 없이 쇼핑 할 거리를 알려주는 광고. 그 모든 것에 우리는 지친다. 나 역시 이 모든 것에 신물이 난다. 삼십대가 되기까지 나는 물건을 수집하는 버릇을 창작욕으로 포장하며 살아 왔다. 더이상 집이 욕하고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되고 나서야, 스스로를 바꿔야 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요즘은 육아 중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일 삼아 땀을 뻘뻘 흘리며 물건을 정리한다. 내가 노력할수록 집은 조금씩 살 만 해지고 있다. 같은 평수 다른 느낌이랄까. 집안 정리는 집에서 오래 아이를 보는 가정주부에겐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도 가장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살림이 미니멀해야 편하게 조금이라도 쉴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미니멀리즘 때문에 기존의 가구를 버리고 새로 사는 것은 유행을 따라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번쯤은 이런 유행에 따라가기 위해서 멀쩡한 가구를 버리면서 미니멀리즘이라고 하지 않는지 의심해볼 필요도 있다.
미니멀라이프가 유행하는 이유를 알고보면 결국 경제난 때문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작은 집에서 신혼을 시작하며 이런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한 팟캐스트mc는 헬조선에 사는 청년들은 월세에 작은 집에 살면서, 많은 물건을 가지고 이사를 다닐 수 없어서 강제로 미니멀라이프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가난한 이들의 미니멀라이프는 궁여지책일 뿐 좋아서 하는게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미니멀라이프는 사실 나처럼 저장강박을 가진 사람들한테는 필요한 삶의 태도이긴 하다. 미니멀리즘의 반대편에는 저장강박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데 ebs 다큐 '나를 찾아라'편에서는 비정상적인 소비패턴 때문에 엉망이 된 사람들의 '집'을 정리해주며 의뢰인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집안의 가장이자 쇼핑중독자인 한 여자는 온라인쇼핑한 박스가 집에 오면 뜯어보지도 않고, 구매한 사실조차 잊고 계속 구매한다. 그녀는 어린시절 '돈'을 벌지 못하는 어머니를 때리고 무시하던 아버지, 저항하지 못하고 맞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자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장이 되어 삶을 살아냈지만 무너진 마음은 지키지 못한 것 같았다.
또 다른 사례자는 착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던 한 여자가 나온다.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필요 없는 선물들로 집안이 가득 차 버렸다. 미안해서 처분조차 하지 못하고 다 가지고 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집에 편안히 살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사람이 준 물건을 못 버린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다. 삶의 태도가 매사에 타인의 기대에 의존한다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이런 예는 극단적이지만 나에게도 해당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었다. 누가 선물주면 거절 못하고 받아온 경험 누구나 있지 않은가.
예전의 나는 무조건 가득 채우고만 싶었다. 비우고 필요한 것이 있을 때의 쾌적함과 아름다움을 집을 정리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정리를 잘해야 일도 삶도 우선순위에 따라 능률이 올라간다는 것을 몇년 동안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제는 무엇이든 단순하게 하려고 애쓴다. 단순하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 책을 읽으며 공부한 덕분에 이제는 복잡하지 않은 집에서 단순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물건을 사는 대신 정리하며 스스로가 잘 살고 있다고 기뻐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