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에 몰입하는 2022

by 심가연


35살도 얼마 남지 않았다. 4일. 인생의 작은 분기점을 넘어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올해는 여러 가지 기회를 잡아보려고 애를 쓰며 살았다. 소윤경 그림책 작가의 유튜브 ‘호두나무 작업실’에서 앞으로 할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있을지, 그 작업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어떤 절박함이 느껴졌다. 언제까지 체력이 될지 모른다는. 그럼에도 체력이 닿는 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꼭 소윤경 작가여야 하는 강연이 아니면, 강연을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돈보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그녀만의 고집이 그녀의 훌륭한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에 비해 나는 시간과 에너지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을까 돌아본다. 올해에 했던 수많은 시도들은, 나름의 의미가 있었고 경력이 되기도 했지만. 목표와 방향이 조금은 엇나간 흐름들이 많았다. 그런 작업에 발을 들여서 계속해야 할 때면 이런 속삭임이 들린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원하는 것은 이런 게 아닌데...’


늘 정말로 하고 싶고 원하는 일만을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주어진 시간에서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에너지를 적절하게 안배하지 못한다면, 내가 바라는 목표까지 가기도 전에 힘을 잃을 것이다. 점점 내 현실의 조건이 보인다. 그에 따라 내가 그곳까지 가려면 어떤 계획으로 나를 관리해야 하는지 그 흐름을 맞춰보게 된다. 그 이외의 나머지 것들을 이제는 내려놓아야만 한다.


‘조금 나를 바꾼다’라는 내가 좋아하는 책의 제목이 있다. 요리 연구가 히데코의 책인데, 그녀가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다 보니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시간은 결국, 내 목숨이다. 나는 시간을 꿈과 아이를 위해서만 쓰기를 원한다.


올해는 첫째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일적으로 조금이라도 자리를 잡는 것을 원했다. 아이의 학원비를 대줄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을 찾는 일을 좀 더 골몰해보았다. 브런치에 에세이 연재를 해보며 판매를 여러 루트로 고민해보았다. 원래는 올해 독립출판을 반드시 하려고 했지만, 단순히 책을 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팔리지 않는 책은 그냥 자기만족이며, 종이 낭비일 뿐인 것 같다. 내년에는 반드시 완성도 있는 책 한 권을 만들 것이다. 단편의 에세이지만 하나의 주제로 묶은 기승전결이 있는 목차 구성으로 장편 에세이를 기획하여 내년에는 긴 흐름으로 에세이를 작업할 계획이다.


올해 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 수업을 이수하며 경력을 쌓아보기도 했다. 문화예술교육에 관해서는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일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만 앞으로 하고 싶다고 결론지었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오로지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인 것 같다. 올해 했던 프로그램도 그런 방향으로 예술교육을 진행하였고, 그 안에 어떤 반짝이는 지점이 나를 설레게 했다. 그 감각을 이어 내년 프로그램을 기획할 생각이다.


나는 강북 도서관에서만 올해로 6년째 독서교실 강사로 일했다. 어쩌다 보니 하게 된 이 일을 통해 이처럼 세상 일이 참 알 수 없고, 운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 독서교실 강사 일도 내가 이전에 했었던 일대일 글쓰기 과외에서부터 이어진 것이다. 나는 이런 내 일의 흐름을 매우 감사하게 여긴다. 애초에 좋아하는 일만을 고집했기 때문에 이 일이 계속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노홍철이 말했던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말은 결국은 이런 뜻이지 않았을까. 나는 그의 말을 때론 배부르다. 고깝게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거꾸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가 싸우듯이 세상과 자신에게 계속 그 말을 던진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늘 싸우고 있다.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도 계속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곱씹어 보는 편인데, 결론적으로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할 말이 있는 것뿐이다. 바로 ‘이야기가 가진 힘’으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사람은 모두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이며, 내 이야기를 온전히 내가 주인공으로써 선택하고 바라보며 개척할 수 있다는 ‘주체적’ 의식을 가져야 그때부터 진정한 행복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당신이라는 주인공이 비록 약하고 못생기고 현재의 상황이 힘들어도, 게다가 비록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실패를 다른 시선에서 새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모전 탈락은 내가 글을 완성했다는 첫 탈고의 성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의 시선이란 별처럼 멀리서 주인공을 관망하며 응원할 수 있다. 그런 시선으로 오늘 하루의 슬픔을 떨쳐내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생각은 작가 김연수의 인터뷰에서 감동을 받으며 시작되었다. 매거진 B에서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이라는 작품을 소개하며 ‘별’의 시선으로 실패하고 죽음을 맞을 윤동주를 응원하는 작가의 마음을 이야기했는데. 그 작가의 마음이 무엇인지 너무 알 것 같았다. 나도 글을 쓰며 못나고 빈약한 나의 주인공들이 실패할 줄 알면서도 얼마나 쓰면서 위로하며 울기도 하고, 끝없이 응원을 했는지 모른다.


때로는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나뿐 일지라도. 절대 고독 속에서 나아갈 수 있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별을 보며 살아간다. 그 별은 나를 비추고, 나는 그 별을 비춘다. 올해는 그렇게 지내며 참 웃을 일이 많았고 행복했다. 얼굴이 좋아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을 때마다 깨달았다. 내가 지금 행복하구나. 내년에도 나는 이야기와 함께 행복할 것이다.


to. 독자님

내 글을 읽어주는 당신에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더 성숙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