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by 심가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유튜브를 틀고 흘러나오는 잡담을 듣거나, 책을 뒤적여도 영 심란해질 때는 고개를 돌려 집안을 둘러본다. 마음을 반영하듯 어지럽게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 개지 못한 빨래, 읽다가 연체한 도서관 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래 오늘은 청소나 하자.”


머리카락을 질끈 묶은 뒤 소매를 걷는다. 계절마다 책상의 위치를 옮기거나 책꽂이의 위치를 옮기기도 한다. 여름에는 햇빛이 잘 드는 마당 쪽으로, 겨울에는 추우니까 방 안으로 책상을 옮긴다. 하나씩 물건을 옮기며 나오는 메모들을 읽으면서, 그동안 마무리해서 더 이상 기억할 필요 없는 일들은 바로바로 떼어 버린다. 여전히 해내지 못한 일과, 끝낸 일들을 벽에서 구분하고 떼어 내다 보면 어느새 몸이 스르륵 풀린다. 흥이 조금씩 나서 청소를 하며 듣고 싶은 노래나 팟캐스트가 있으면 틀어 놓기도 한다. 귀로는 흘러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손으로는 바쁘게 청소를 하다 보면, 그야말로 시간이 절로 간다.


가구의 위치를 옮기며 잡동사니들을 다 정리하고 나면, 큰 대야에 물을 튼다. 물이 천천히 차는 동안 빗자루 질을 한다. 얼마 전 신혼 때부터 쓰던 청소기가 고장 나서, 소리만 크지 먼지를 빨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고치러 가야 하는데...”


이 말만 백 번째, 청소기처럼 큰 물건은 어떻게 수리를 맡겨야 하는 건지. 아직도 해보지 않은 일들은 처음부터 매번 주저하고 망설이게 된다. 그때 후드드득! 대야에서 물이 떨어져 내린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에 재빨리 달려가 물을 잠근다. 돌돌 말려진 걸레의 끝을 적셔 바닥에 툭하고 던진다. 걸레로 나무 바닥의 결에 맞게 팔을 크게 반원을 그리며 닦는다.


건조한 바닥에 내려앉은 먼지와 머리카락, 아이들이 먹다 흘린 과자 가루를 걸레로 쓸어내고, 걸레 붙은 찌꺼기를 대야에 가서 첨벙거리면서 털어내고. 다시 닦고. 이것을 반복한다.


수도승이 백팔 번 절을 하는 행위와 가장 닮은 것이 나는 걸레질 같다. 내 바닥. 내 마음을 확인하며 오늘 쌓인 먼지들을 물로 씻어낸다. 그렇게 내 마음을 눈에 보이는 먼지를 치우며 정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무 일도 하기 싫은 날에는 그래서 청소를 한다. 그 시간은 분명 나만 느낄 수 있는 ‘내가 오늘을 잘 해내고 있다는 기분을 선물한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아이들과 남편이 오면. 깨끗한 집을 보며 늘 묻는다.


"청소했어?"


그 말에 나는 가볍게 ‘응’이라고 대답할 뿐이지만. 청소를 마친 나는 그날 아침 혼란스러웠던 나와는 조금 다른 얼굴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