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일과 고민
하루 동안의 나의 스크린 타임은 얼마일까. 7시간 이상이다. 이 정도면 하루의 깨어있는 시간 중 대부분을 핸드폰을 보거나 노트북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나 스스로 그렇게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일 헛헛해질 때가 있다. 일주일 평균은 3시간이다.
나의 시간은 가만히 앉아서 남이 하는 이야기를 듣거나 남이 먹거나 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집에서 티브이를 없앤 대신, 티브이가 주머니에 들어가서 24시간 나를 쫓아다니는 셈이다.
늦은 밤. 방해금지 모드를 켜고 잠이 든다. 계속 울려대는 알람에 점점 잦아들며 잠이 오던 몸이 다시 벌떡 일어나지만 그렇게 불쾌할 수가 없다. 내가 궁금했던 어느 브랜드의 세일소식, 인스타 팔로우한 계정의 스토리 업로드 소식이 계속 손을 흔든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그만. 나는 그만 보고 싶다고!라는 소리가 가슴에서 터져 나온다. 수없이 많은 광고와 알람들이 네가 놓치고 있는 핫하고 힙하고 멋진 이벤트들을 쏟아내며 나를 현혹한다. 그 사이에서 허우적허우적 대다... 정신을 차려보면 아이들이 나를 부른다.
“엄마, 엄마. 나 물 좀 줘.”
“아 저기, 저기 있잖아. 너는 물도 못 떠먹니?”
그렇게 스마트폰에 퐁당 빠져 있는 나를 귀찮게 하는 방해꾼들을 밀어내고, 다시 인스타 성공채널에서 말하는 자기 개발론을 경청한다. 암, 성공하려면 모닝페이지를 쓰고, 스크린타임을 줄여야지 암암. 그제야 핸드폰에서 하는 말을 듣고 핸드폰을 닫는다.
긴 잠에서 깬 것처럼. 멍하고 낯설게 방을 둘러보면 핸드폰을 하는 사이 아이들이 방안 가득 과자를 먹고 종이를 찢으며 뭔가를 만들고 놀면서 어질러 놓았다. 자리를 털고 있어나 종이쪼가리를 줍고, 청소기를 돌린다. 아이들은 그때까지 청소하는 엄마를 피해 구석에 가서 장난감을 꺼내 다시 새로운 놀이를 시작한다. 치우고 치우면서 결국 설거지 거리 앞에서 팔을 걷는다.
“언제 끝나냐 집안일.”
그리고 다시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켠다. 설거지할 때는 15분에서 20분까지 영상을 챙겨본다. 김창옥 티브이에서 말하는 부부 사이에 중요한 것은 예의를 지키는 일이라는 조언부터, 법정스님의 뼈 때리는 말씀. 오은영박사님께 눈물을 찍는 금쪽상담소의 연예인들의 고민을 들으며, ‘에고 저 사람도 참 고민이 많았구나. 다 가진 줄 알았더니.’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뜨거운 물이 펑펑 틀면서 유튜브를 보며 설거지를 하다 보면, 내가 설거지를 하는지 몸 따로 머리 따로 시간도 술술 가고 설거지도 저절로 된 것 같다. 마치 싫어하는 일, 덜 중요한 일을 마음으로는 외면하면서 해버리는 것 같다. 그런 단절된 감정으로 때로는 어떤 상황과 순간들을 쾅하고 문을 닫아버리듯이 견디는 것 같다. 그렇게 모든 게 잘 닫아지면 좋은데... 점점 그 문을 닫고 싶지가 않아 지고, 유튜브를 보며 현실의 문제들은 외면한 채 참아내는데 더 이상 불가능해지는 것 같다.
결국은 현실의 문제는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얼까. 유튜브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돌리는 지금의 문제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타인이 아닌 나만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면, 봄철이 되어 만개한 개나리와 진달래 사이에서 나는 부쩍 외롭고 헛헛하다. 열심히 달려오며 어떻게든 일을 성사시키려고 발버둥 치고, 밤낮없이 달려왔지만 계속 주저앉고 엎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그게 어디냐 절반의 성공 아니냐. 실패를 딛고 일어나라고 하지만 내가 벌였던 일들의 끝이 희미하다는 사실에, 결국 뒷심이 부족한 나의 밑장을 스스로 목격하게 된 요즘이다.
그런 고민에 대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내 안에 생긴 많은 질문들을 유튜브를 보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절반의 답을 찾긴 했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를 찾은 서지석은 온몸에 부상을 입은 채로 계속 운동을 하는 운동중독에 걸렸다. 무릎이 굽어지지 않고 어깨통증에도 약을 먹으면서 매일 무리해서 운동을 하는 서지석 배우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축구선수를 지망했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후 운 좋게 배우를 하게 되었지만 준비 없이 뛰어든 배우라는 일에서 충분히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 그런 마음이 역으로 다시 ‘운동’에 몰입하게 되어 운동을 하며 결핍을 채우고 있었던 것 같다고 오은영 박사는 이야기했다.
서지석 배우에게 오은영 박사는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며 자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존재 자체로 당신은 충분히 멋있다고 말해준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지.. 서지석 배우처럼 훤칠하고 운동신경도 좋은 사람도 ‘배우’라는 직업을 해내는 과정에서 느낀 압박감 때문에 온몸이 땀에 젖고 고통스러웠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겉만 봐서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짐을 지고 있었구나. 그가 부상을 입은 채 운동을 하며 뛰어다녔을 모습이 떠올라 문득 그 몸부림이 애처롭가도 했다.
다른 쾌감을 통해 현실의 불안과 고통을 잊는 것은 나 역시도 비슷했다. 당장의 눈앞에 떨어지는 각종 글쓰기 공모전과 공모사업에 지원하며, 요즘 작은 사업을 따낼 때마다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려고 과도하게 혈안이 되어 있다. 그것이 적당한 정도의 밸런스와 도전이었는지 얼마나 숙고하였는지를 돌아보면 때때로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업에도 무리수를 던진 것 같다. 그래서 그 공모사업에서 돌아온 답변이 ‘당사의 프로젝트와는 결이 맞지 않아’라는 답변을 받고 저번주 내내 기묘하게도 마음이 따끔따끔했다. 그 말이... 내가 스스로 느끼던 말이었어서 더욱 아팠던 것 같다.
송길영 빅데이터전문가가 ‘그냥 하지 말라’고 했던 것처럼, 과연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되돌아보았다. 어떨 때 나 스스로 내 존재가 가치 있다고 느껴왔고, 그게 내가 일을 선택할 때 가장 큰 잣대가 되었었다. 하지만 내가 의미 있다고 느낀 것을 자주 망각하고야 만다.
고백하자면 사나는 내가 만든 이야기의 세계에 독자들을 초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내가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이야기처럼. 내 독자들을 완전히 안아서 위로해주고 싶다. 어린 시절 나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에밀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집 없는 아이를 읽으며 펑펑 울었고, 해리포터를 읽으며 까르르 웃었다.
책을 읽고 한바탕 눈물을 쏟았을 때의 벅찬 감정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사랑했던 존재와의 이별,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을 직면하는 순간에 울 때가 많았는데... 때론 왜 울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 작가는 죽었는데, 세상에 나는 이 사람 이야기를 읽고 울었잖아. 나는 정말 이 사람이 살아있는 것 같아. 난 분명 이 사람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대화를 했어. 이런 일을 해내다니... 너무 멋진 것 같아.”
한 존재와 책을 통해 만나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그 무한한 책의 가능성. 그것이 바로 내가 작가로의 꿈을 품게 해 주었다. 내가 지금 그 꿈에 얼마나 다가가고 집중하고 있는지 돌이켜보면, 자주 갈지자로 길을 잃었다.
왜냐하면 ‘글 쓰며 먹고사는 꿈’을 꾸다 보니 남들이 쓰라는 글을 쓰다 자주... 길을 잃게 된 것이다. 언제까지 남들이 추라는 춤을 출 것인가. 그 글을 쓰는 것이 더욱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니라면 더욱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자주 되어버렸다. 글과 돈이라는 두 갈래 길을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걸일까.
그 갈래 길에서 나는 주저앉아 한참을 생각하다 결심을 다잡는다. 올해는 돈보다는 글로 집중하기로. 이 해답을 찾는 것도 ‘이연’ 유투버의 조언 덕분이다. 이연 유투버도 한 때 외주 프리랜서를 전전한 적이 있었다. 그때 싸게 받은 일을 시간을 갈아 넣어 해내다 보면 더욱 시간이 없어지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대로 투자해서 만들 시간이 없어서 자기 계발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투자할 시간을 만들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나는 그 조언을 듣기 했다. 오랫동안 일하던 한 외주업체에서 들어왔던 외주 일에 대해 죄송하지만 거절하는 메일을 보냈다.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싶고 더 이상 그 일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거절메일을 끝내자. 속이 후련해졌다. 스스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을 지금은 하지 않겠다고 정했다.
드디어 빈 시간을 만들었다. 마음에 기쁨이 차오른다. 우선 내일은 정말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을 들고 산책길을 나설 것이다. 그 산책길 틈틈이 원하는 이야기가 떠오르면 노트를 펼쳐 적고, 휴대용 노트북을 펼쳐 개천에서 바로바로 적어낼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내가 보낸 3-7시간 동안 내가 만난 오은영 박사님, 이연 유투버는 때론 나의 부모님이나 남편보다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분들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분들의 말에서 내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힌트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 답이 다소 외롭게 자기 혼자만의 공명처럼 내가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듣고 싶은 것만을 들으며 내린 결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일을 해 가는 길 가운데 좋은 해답을 찾을 때 인터넷에서 만난 멘토분들의 조언이 지금 느끼기엔 때론 꽤나 쓸 만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오늘 나는 작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첫발을 디뎠다. 때로는 스크린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외롭고 불안할 때 언제든 스마트폰에서 소환되어서 내 고민들 들어주는 나의 스마트폰 멘토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