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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가연 Jun 20. 2022

[책]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강이랑

리뷰 ㅡ 어른의 태도와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다짐.

강이랑 작가님은 내가 지인과 글쓰기 수업을 통해 줌으로 만난 그림책 선생님이었다. 그림책  권을 2시간 동안 함께 나누며 각자가 좋았던 장면과 이야기 속의 숨은 의미들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생전 처음으로 그림책을 다시 읽는 법을 배운  같다.

 강이랑 작가님은 그림책 이야기 수업 과정을 오묘한 '여행'에 비유하였다. 수업시간에는 서로의 별명으로 부르며 우리는 자유롭게 이야기는 나누게 되었다. 온라인과 줌으로 만났지만 그 거리감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간 출간 소식을 알리며 강이랑 작가님의 정성스러운 책 선물을 해주셨을 때, 참 감격스러웠다. 선생님께서 직접 사인한 책을 선물로 주실 거라는 기대를 하지 못해서 더욱 기뻤다. 개인적으로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창작자에게는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수정과정이 필요했을지. 나는 잠시 그 노고를 그리며 받은 책을 안아보았다.

급하게 읽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며, 한 장씩 한 장씩 읽어 내려갔다. 분명 쓰신 분의 성격이라면 그렇게 쓰셨을 것 같아서... 그림책을 읽으며 나누었던 선생님 마음의 흔적도 느낄 수 있었다. 어른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책과 이야기를 통해 만나면... 그 자체로 순수해질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해진다.

나는 언제나 그래서... 책과 이야기를 통해 사람을 만나게 된다.

내 안에 기록해두고 싶은 강이랑 작가의 문장을 적어둔다.

p.45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미래를 상상하고, 동화와 그림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 매진했으나 앞길은 여전히 막막했다. 남들에 비해 잘하는 일도 없는 것 같고, 안갯속에 갇힌 듯 마음이 흐려지고 불안감에 짓눌렸다.

p.51 처음 그림책 강좌를 기획할 때만 해도 이런 모임이 생기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에 만족한  현실에 안주하고 어떤 시작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울림을 주고받는 지금의 동료들을 만나지 못했으리라.

p.63

 더미북  권은 나에게 골인 찬스를  공이다. 무척 크고 탱글탱글하다. 혼자 힘으로 만들어  공과는 비교도   없을 만큼 좋다. 협업으로 얻어   공이 자랑스럽다. 이제 골대를 조준하고 던진다. 단번에 튕겨져 나오지만 괜찮다. 공은 끄떡없으니까.     던져도 바람은 빠지지 않는다. 나는 다시 한번  손으로  공을 본다. 멋지다.  공이 들어갈 곳은 오직 골대다.​


p.74

어른으로 산다는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지 못한다. 다만 나는 아이의 좋은 특성과 어른의 좋은 특성을  뿐이다. 그것을  것으로 가져와 때로는 아이처럼 유연하고 탄력 있게, 때로는 어른처럼 단단하게 사람들과 대면하려 한다. 무엇보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에게 " 된다."라고 말할  있는 사람이고 싶다. 두루뭉술하고 선한  마디 말보다 "그러면  된다."라는 한마디가  어렵고 힘들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른으로 사는 것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어른처럼 산다는 것이 아이처럼 산다는 말의 반대말은 아니다. 그러니 평소에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지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안의 아이를, 때로는 어른을 꺼내고 싶다.​


p.131

며칠  다시 들판을 찾았을 , 베어진  사이로  풀이 자라고 있었다. 실망하고 의기소침했던  나뿐.  사이 풀들은 생명력을 뽐내며 묵묵히  자리에 다시 자라고 있었다. 뽑아도 다시 나고, 베어도 다시 자란다. 삶에 죽음이 있는 것처럼, 죽음에서도 삶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p.161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해 본 사람은 안다. 일어서서 나아가고자 한다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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