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가연 Jul 04. 2022

그림을 그리며 나눈 이야기들

그림책 작업 일기

나는 동네 도서관에서 여는 그림책 수업을  두 번째 듣고 있다. 그림책 수업을 들으며 그림책을 만드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께 작업 과정에서 소소한 팁을 듣는 시간을 가지고,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 어떤 열기를 주고받는 것이 참 힘이 된다. 이 수업에서는 내가 그림을 그리면 그림책으로 디자인과 편집도 해주고, 제본해주는 무료 수업이다.


두 번째 그림책 수업은 사정상 내가 후발대로 참여하게 되었다. 기존 참여자 분들과 작업 속도가 차이가 있어서  지금은 내가 더딘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완성해나가야 하니 풀죽지 않고 내 목소리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문득문득 작업을 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인공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왜 그런 결함이 있지? 이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이 이야기를 과연 아이들은 재밌어할까? 공감할까? 너무 슬프지 않을까? 내 속엣말을 중얼거리는 것처럼 ,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가닿지 못할까 봐 계속 묻고 또 묻는다.


그 과정이 너무나 재밌어서, 때때로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깊어지고. 아이들과 있을 때도 금방 내 세계로 빠져들어가 버린다. 남편이 왜 이렇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다. 왜냐면...


따로 일 할 시간이 부족하니까.

그 생각의 고리를 끊고. 요즘 버튼을 내려놓았는데. 다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인공 얼굴을 그리고 한참을 쳐다본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늘 모험이며, 두려움을 동반한다.

''어차피 완벽할 순 없어. 조금씩 만들고 다시 고치는 수밖에.''

 한 걸음을 떼기 위해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중얼거리고 고친다.


''스케치를 하면 조금 더 나아질 텐데 ''

라고 옆에서 그림을 전공한 남편이 말했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스케치를 하는 것이 힘들어서. 연필을 드는 순간 어깨가 굳어버려. 그냥 붓으로 한번 더 그릴래.''


''사서 고생이네.''

남편은 놀렸지만 나는 그냥 웃으며 다시 변명했다.

''잘 모르겠지만.. 이걸로 어떻게 되려는 게 아니야. 그냥 그리는 거야.''


열심히 그리면서 딴청을 하듯 나는 둘러댄다. 첫 동화책을 만드는 동안, 그림을 전공한 남편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계속 반대하고 종종 무시하기도 했다. 그의 무언가를 내가 건드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내 그림을 보며 몇 번이나 싸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첫 번째 동화책을 완성하고 두 번째 동화책을 그리기 시작하고부터는 남편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라며 다른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솔직히 조금 으쓱해졌다.


그가 내 그림을 봐주고 던져준 조언 때문이라는 걸 알까. 나는 그와 싸우면서도 계속 그에게 나의 그림에 대해 물었다. 그렇게 한 마디를 듣고, 그림책 수업 선생님의 말로 동일한 말들만을 골라 나의 그림에 반영했다. 분명히 남편과 선생님은 같은 지적을 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 눈빛을 받은 힘으로 한 번 더 색칠을 마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