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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가연 Jun 10. 2022

콰앙! 아이들과 교통사고를 마주했다.

조원희 <콰앙!> 그림책을 읽고 나서

나는 얼마 전에 우연히 지방에서 올라오는 길에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부딪히는 사고를 본 적이 있다. 그 사고로 오토바이 기사가 날아갔다. 그는 곧바로 팔을 붙잡고 다시 일어났다.


순식간에 오토바이는 산산조각이 나서 길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이들과 함께 그 현장을 보는 동시에, 나는 말했다.

'빨리 가자, 빨리!'


우리는 우회전을 하던 중이었고, 직진을 하는 차량과 꼬리물기를 하던 오토바이가 부딪힌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이 교통사고 현장을 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사고를 본 이후 한동안 오토바이와 차량이 부딪히는 콰앙 소리와 팔을 붙잡고 고통에 찬 얼굴로 일어나던... 남자의 얼굴이 계속 떠오르며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조원희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놀랬다. 작가님은 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쓰신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교통사고 현장에서 재빨리 데리고 사라지려고 했다. 아이들에게 콰앙!이라는 책을 읽히면 아이들은 뭐라고 할까. 물론 부정적인 이야기와 감정도 분명 아이들이 배워야 하지만 때론 그 현장이나 진실이 너무 무서워 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때론 그것을 아이들이 감당할 수 없을까봐. 말하기 망설여진다. 그러나 오히려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만을 더욱 집중하고 고민한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지도 모른다.  


아이들도 나처럼 그 사고를 보았던 충격이 잊히지 않는지... 한 번씩 내게 물어보았다.


"그 아저씨 괜찮을까요?"


나는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때 옆에 있던 남편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괜찮을 거야, 왜냐하면... 아저씨가 그때 바로 일어났잖아."

"아 생각해보니 그렇네. 분명히 괜찮을 거야."


어느 날 애완견이 죽어 울고 있는 견주를 길에서 본 적이 있었다. 처절하게도 그 자리 옆에는 포장마차가 있었는데 그 주인에게 포대를 가져오며 울고 있었다. 그때도 나는 황급히 남편과 차를 돌려 갔었다. 차 안에서도 견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사건 이후 애완동물은 교통사고 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고 오히려 차를 파손하면 차량 주에게 물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물과 사람은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이고 사람이 우선이다. 하지만 길에서 허망하게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동물들을 보면서... 우리는 저 동물과 과연 얼마나 다른 걸까. 타인의 고통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해져야 더 독해진 얼굴로 이익을 좇아 살 수 있게 되는 걸까 궁금해진다.


노 키즈존 애견카페나, 혹은 어린이와 애견을 동등하게 말하는 견주들을 보면 솔직히 불편하다. 내 강아지가 자식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동의해줄 수 없다. 그렇지만... 로드킬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콰앙! 이라는 동화책의 질문은 바로 그것이다. 한 아이가 차에 치이면 사람들이 몰려오고, 구급차가 오고 치료를 하지만 고양이에게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것이 옳은지 묻는다. 나도 작가의 말에 잠시 멈춰 그 문제를 계속 고민해본다. 도로를 없애지 않는 이상 원천적으로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렇지만 로드킬에 대한 해결책을 어떻게든 논의하고 고민하긴 해야하지 않을까. 지구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작가님의 문제의식에는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린 아이와 고양이를 동등하게 놓은 구조에 대해서는 ... 불편하다. 미안하지만 고양이와 어린 아이는 절대로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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