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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새해 Jan 19. 2020

네가 즐거우면 나도 즐겁지



해가 바뀌기 전, 새 달력이 오면 어머니는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 가족들의 생일을 미리 적어놓는다. 가족들의 생일을 기억하는 것이 어머니의 중요한 연간행사다. 몇 해 전부터 어머니는 가족들의 생일마다 용돈과 함께 짧은 편지를 챙겨 주셨다. 처음엔 어머니의 치매 예방 차원에서 딸의 강요로 시작한 글쓰기였지만 이젠 어머니가 알아서 일기도 쓰고 편지도 쓰신다. "와 우리 어머니 대단하시네!" 딸은 가끔 호들갑을 떨 뿐,



올해 첫 번째 어머니 편지의 수신자는 손자였다. 어머니의 짧은 편지는 '손자야 건강해라'로 시작해서 갑자기 '회사 발전을 위해 기도할게'로 끝이 났다. 뜬금없이 회사 발전을 위해 기도한다니! 이게 뭐야?  의아했지만 금세 이해했다. 직장문제로 방황 많았던 손자가 얼마 전 회사를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회사는 오래 잘 다녔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회사 그만두지 말고 잘 다녀라!' 대신 '할머니가 회사 발전을 위해 기도할게!' 라니.


회사가 발전해야 손자도 회사에 즐겁게 잘 다닐 거라고 생각한 할머니의 마음, 그 속이 너무 환하게 보여 큰 소리로 웃었지만  내 즐거움과 행복이 개인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혹은 구조 속에 있다는 거국적인 말씀으로 고쳐 듣는다.


회사가 즐겁다고 회사원도 꼭 즐거운 건  아니겠지만 손자를 향한 모든 할머니의 마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러할 것이다.


네가 즐거우면 나도 즐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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