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빚는 만두, 둥글게 사는 마음
만두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 중국과 대만의 교자(餃子), 일본의 교자(ぎょうざ), 러시아의 펠메니(pel'meni), 이탈리아의 라비올리(ravioli)까지. 속을 채운 반죽을 익혀 먹는 음식은 나라마다 제각각의 이름과 모양을 가졌지만, 공통적으로 '손으로 빚는다'는 정서가 깃들어 있다.
그 가운데 한국의 만두는 유독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다. 꼭 원형일 필요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접시에 담긴 만두를 떠올려 보면 동글동글한 실루엣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같은 동아시아권의 중국이나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달형 만두와 나란히 놓고 보면, 한국 만두의 동그란 형태가 단연 돋보인다.
그 동그란 모양에는 어떤 이유가 숨어 있을까? 이 글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그 형태에 남겨진 조리 문화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한다.
한국의 만두는 굽기보다는 찌거나 삶아 먹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손수 빚는 만두일수록, 찜기나 냄비 위에서 익히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불에 직접 닿지 않는' 조리 방식은 자연스럽게 만두의 형태에도 영향을 준다. 속까지 열이 고르게 전달되면서도 터지지 않으려면, 반죽은 속을 단단하게 감싸고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가장 잘 만족시키는 형태가 바로 둥근 모양이다.
전통 찜기인 시루도 이러한 형태와 잘 맞아떨어진다. 나무나 놋쇠로 만든 시루는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어 김이 고르게 퍼진다. 만두를 둥글게 빚으면 찜기 안에서 서로 붙지 않고, 증기도 고르게 닿아 속까지 잘 익는다. 이런 조리 환경 속에서, 둥근 만두는 가장 익숙하고도 합리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모양은 손의 습관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조리 방식, 도구, 효율성 같은 요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태를 만들고, 그것이 반복되며 문화가 된다. 한국 만두의 둥근 모양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그 모든 조건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결과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음식이 생겼다고 해도, 조리 방식이 다르면 모양도 달라진다. 중국이나 대만, 일본의 교자는 대부분 반달 모양이다. 속을 채운 피를 반으로 접어 끝을 봉합하고, 납작하게 눌러 팬 위에 굽는 방식이다. 중국집에서 나오는 군만두를 떠올려 보면, 납작하게 눌러 구운 반달형 교자의 형태가 익숙하다. 이 형태는 굽기에 알맞다. 바닥이 넓고 평평해야 열이 고르게 전달되고, 뒤집거나 꺼낼 때도 안정적이다.
한국의 만두는 이런 반달형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바닥을 눌러 굽는 게 아니라, 김으로 찌거나 물에 삶는 방식으로 익힌다. 열이 사방에서 퍼지는 환경 속에서, 속을 단단히 감싼 둥근 모양은 찜기 위에서도 형태를 잘 유지한다. 음식의 모양은 조리법의 흔적이기도 하다. 같은 밀가루 반죽, 같은 고기소라 해도, 각각의 조리 방식에 따라 그 형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만두를 둥글게 빚는 손길에는 생활의 방식이 담겨 있다. 둥근 만두는 반죽을 천천히 오므려 속을 감싸고, 손 안에서 형태를 부드럽게 다듬으며 완성된다. 그 과정에는 익숙한 동작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손에 익은 삶의 흔적이 담기는 일이다.
둥글게 만든다는 건, 바깥보다 안을 먼저 생각하는 방식이다. 각을 세우기보다 둥글게 품고, 무엇을 담을지 먼저 떠올리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만두를 빚는 손끝에서, 또 그걸 함께 먹는 식탁 위에서 드러난다. 명절마다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만두를 빚는 전통은 그런 공동체 정서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결국, 만두를 빚는 행위에는 형태 이상의 의미가 숨어 있는 셈이다.
한국의 만두가 둥글다는 건, 단순히 조리 방식이나 효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손에 익은 기억이, 함께 나누는 삶의 방식과 만나 자연스레 빚어낸 모양이다. 둥글게 빚는 손 안에는, 둥글게 살고자 했던 어떤 마음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둥근 만두가 익숙해졌다. 설날에 가족과 둘러앉아 만두를 빚을 때도, 찜기 위에서 김을 내며 익어갈 때도, 둥글게 빚어진 만두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어쩌면 그 익숙함 때문에 왜 둥근지를 묻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그 형태 속에는 그저 음식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긴 시간 우리 곁을 지켜온 어떤 정서와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음식은 결국 그것을 만든 사람과 닮는다고 했다. 둥근 만두가 우리를 닮았다는 말은, 만두가 가진 모양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둥글다는 건, 함께 둘러앉는다는 의미이자, 품고 나누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가 만들어 온 만두가 둥근 것은, 결국 그 형태는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그대로 닮아 있다.
다음에 만두를 먹을 때는, 잠시 익숙한 둥근 형태를 바라봐도 좋겠다. 그 둥근 모양 안에는 오랜 시간 동안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온 우리의 삶과 마음이 담겨 있을 테니까. 우리가 살아온 방식은 어쩌면 그렇게, 말없이 둥글게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