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영화계에 내민 새로운 도전장
10월에 개봉한 <공작>을 보고 와서 느낀 점을 짧게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이번 리뷰에서는 큰 범주에서 영화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으로 나눠서 서술하겠다.
한 줄 요약으로는 "<공작>은 스파이 영화계에 한 줄 획을 그은 명작이다."라는 말이 제일 적당한 것 같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주먹이나 총을 이용한 액션을 통한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방법 외에 '구강액션'만으로 지금껏 없던 스파이 영화계에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점과 두 번째로는 인물의 감정을 숨기거나 드러내는 역할로서 사용되는 안경의 기능이다.
아무래도 기존의 스파이 영화는 육체적인 액션이 주를 이루었고, 그 속에서 '액션 없는 스파이 영화'로서 성공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사와 손짓 그리고 눈빛으로만 진행되는 구강액션을 통해서 <공작>은 497만 관객이라는 흥행을 얻어냈다. 우선 이미 다른 영화들을 통해서 증명된 배우들의 연기력을 밑바탕으로 깔고, 관객들은 배우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사를 통해서 주인공인 박석영(황정민 분)의 관점에서 같이 긴장하고, 어느새 그들의 손짓과 눈빛에서 오는 팽팽한 신경전 등 여러 감정을 같이 공유하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다.
극 중 박석영이 끼고 있는 안경은 주인공이 인물들을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따라서 영화 초반과 중반까지는 자신에게 임무를 내리는 국가안기부장인 최학성(조진웅 분)과 대화할 때 안경을 벗은 채로, 첩보활동의 타깃인 리명운(이성민 분)과 대화를 나눌 때는 안경을 쓴 상태로 나온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으로 흘러갈수록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고 이용하려고만 드는 남측 인물들보다 더 인간미 있고 따뜻한 정이 있는 북측 인물들에게 박석영의 마음이 더 기울게 된다. 주인공이 양측 인물들과 여러 번의 접촉을 더 이어가는 가운데 관객인 우리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서 본다면 박석영이 안경을 쓰거나 벗는 상대가 바뀌어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안경의 착용 유무에 따른 인물의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것도 윤종빈 감독의 큰 그림 중 일부라는 사실에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올해 개봉한 <신과 함께: 인과 연> 및 <암수살인> 등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주지훈이 연기한 정무택이라는 캐릭터의 사용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픽션과 팩트를 나눠주는 정확한 구분선이 없기 때문에 '흑금성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객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혹은 만들어진 내용인지 알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 내내 박석영을 의심하고 항상 경계를 풀지 않아야 하는 인물인 정무택(주지훈 분)은 리명운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갑자기 총을 꺼내 박석영의 머리에 겨눈다.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서 정무택이라는 인물은 아무 때나 총을 꺼내 겨눌 만큼 진중하지 못한 인물이라 느끼게 되고, 후에 첩보요원으로서의 정체를 알아낸 정무택이 박석영을 위협하는 장면은 가장 극적이게 연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큰 긴장감 없는 장면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에서 정무택이라는 인물의 특성을 좀 더 잘 살렸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남측 첩보요원이 북측 최고지도자를 만나게 됐다는 '흑금성'이야기에 대해서 모르는 관객들은 영화의 내용 중 사실인 내용과 영화적 측면에서 더욱 극적이고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부분을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흑금성 사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흑금성의 체포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현실에서 있었던 광고촬영을 보여주는 등 애매한 마무리를 지음으로써 관객을 혼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단점과 장점을 통틀어 보았을 때 전반적으로 <공작>이라는 영화는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스파이 영화에서 사용하던 육체적 액션을 배제하고 구강액션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흥행을 이룬 점에 있어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