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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화 Mar 02. 2019

"좌빵 우물" 어느 쪽 빵이 내 빵일까.

테이블 매너의 진정한 의미


 몇 해전 절친한 동생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장소는 서울의 한 호텔이었죠. 대부분의 호텔 예식은 예식과 피로연이 동시에 진행되게 마련입니다.

예식장이 곧 연회장이 되는 셈이죠.
그날도 여느 호텔 연회와 다르지 않게 라운드 테이블로 세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라운드 테이블 위로 모든 접시와 식기들이 끊기지 않고 쭉 연결되어 있었죠.

 결혼식이 시작되고 신랑 신부 입장 차례가 되어서 몸을 돌려 버진로드를 바라보며 박수와 함께 축하를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물을 좀 마시려고 테이블 쪽으로 다시 시선과 몸을 돌린 순간!
 왼쪽에 앉아계신 하객분께서 제 빵을 드시고 계신 것을 발견하게 되었죠.

 사실 연회에서 중요한 고민거리 중 하나는 제한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동시에 수용해야 하는 임무인데요, 때문에 라운드 테이블 세팅을 할 때 빈자리 없이 빼곡하게 세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빵 접시 (Bread Plate)는 정확히 같은 간격으로 나의 왼쪽에도 있고 오른쪽에도 있죠. 또한 물 잔과 와인잔 역시 정확히 같은 간격으로 나의 왼쪽에도 있고 오른쪽에도 있게 됩니다.
 분명 두 개다 내 것일 리는 없으니 어느 쪽에 있는 빵이 내 것이고 어느 쪽에 있는 물과 와인, 음료가 내 것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죠. 다른 사람의 빵과 물을 먹어서는 안 되니까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좌(左) 빵우(右) 물"입니다.

(옛날에는 "좌빵우수"라는 표현으로 테이블 매너 교육을 한 시기도 있었죠.)

즉, 왼쪽에 있는 빵이 내 것이고 오른쪽에 있는 모든 액체(물, 와인, 맥주, 음료수 등)가 내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서양에서는 이것을 "b" and "d" 룰이라고 합니다.

 위 사진처럼 양손을 들어 왼손으로 소문자 b를 만들고 오른손으로 소문자 d를 만들어서 확인하는 방법인데요. b는 bread를 d는 drink를 의미합니다. 즉, 왼쪽에 있는 빵(bread)이 내 것이고 오른쪽에 있는 마실 것(drink)이 내 것이라는 의미죠.
 식사를 할 때 혹시 헷갈린다면 좌빵 우물을 떠올리거나 테이블 아래도 살짝 손을 들어 b & d를 만들어본다면 어긋남 없이 다이닝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참석했던 그 날 그 호텔 예식장에서 제 옆에 앉은 하객분은 본인의 오른쪽에 있는 저의 빵을 드셨으니 테이블 매너를 미처 지키지 못하신 게 되신 거죠.

 그럼 그때 본의 아니게 빵을 빼앗긴(?) 저는 어떻게 대처를 했을까요?
저도 오른쪽에 있는 빵을 먹었을까요? 아니면 그 하객분에게 그 빵은 제 빵이라고 말씀을 드렸을까요?
 당연히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웨이터를 불러 빵을 추가로 요청했습니다. 만약 제가 오른쪽에 있는 빵을 먹었다면 제가 앉아있던 그 테이블은 세상에서 유일한 "우빵좌물"의 테이블 매너가 되었을 테고

그 하객분에게 테이블 매너를 직접 설명했다면 식사를 즐기는 그 하객분의 기분이 불편해졌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테이블 매너의 진정한 목적은 정해진 룰을 한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실행하는 것이 아닌 나와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의 기분을 즐겁고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죠.

 테이블 매너는 괜스레 유난 떠는 일이 아닌 모두가 즐겁게 식사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령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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