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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화 Feb 07. 2019

21세기 매너리즘. (Manner-ism)

 강의의 시작에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매너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까?"
경험이 있는 분은 손을 들어봐 달라는 저의 부탁에
들어 올려지는 손은 거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고 인생의 경험이 적은 대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그 숫자는 더 줄어듭니다.
슬프지만 우리의 대학생들은 지금 "매너를 이야기하지 않는 캠퍼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슬픈 사실은 학생들이 졸업을 해서 사회에 나와도
결국 "매너를 이야기하지 않는 사회"에 살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강의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 왜 우리 사회에 매너가 결핍되어 있는지
조금이나마 설명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막 강의를 해보려고 나름의 준비를 하던 때였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앞 번화가에 있는 한 카페에서 자료를 정리하다가 화장실에 갔습니다.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 여학생을 발견했습니다.
그 곳 풍경은 분명 남자화장실이었고 손을 씻던 여학생은 고개를 들어 거울 속 제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그러고나서 내뱉은 말은 다름아닌 "헐~"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음절은 그 학생이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기까지 발음한 유일한 말이었습니다.
본의아니게 누군가에게 불편을 끼치게 된 순간에 "죄송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네야한다고 생각한 제가 유난스러운 건가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10년 가까이 강의를 하면서 생각해본 나름의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먹고 살기에 정신이 없어야만 하는 팍팍한 지금의 시대상황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지 몰라서 매너를 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제가 결정적인 정책 결정자가 아닌 이상 첫번째 이유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방법은 없지만
적어도 두번째 이유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몰라서 못하는 이유는 알려주면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매너이야기를 즐거운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열심히 하다보면 차츰차츰 우리사회도 매너를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힘을 내봅니다.

매너리즘. Manner - ism.
독착성을 잃고 평범한 경향으로 흘러 표현수단이 고정되고 상식적으로 고착된 경향을 총징하는 의미로 알려져있지만 저는 다른 의미의 매너리즘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17세기의 부정적인 의미의 그것이 아닌 21세기의 긍정적인 의미의 그것으로 말입니다.

저의 [21세기 매너리즘]은 곧 "매너를 이야기하는 우리들과 우리사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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