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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화 Feb 12. 2019

소소한 부부 이야기

 간밤에 잠을 설친 탓에 깊은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어쩌면 유난히 긴 늦잠을 잔 이유도, 어젯 밤 뜬눈으로 잠을 설친 까닭도 오늘이 긴 연휴의 마지막날이라는 걸
내 몸과 뇌가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는 눈도 아직 뜨지 못하는 나를 손을 씻고 오라며 화장실로 떠민다.
그리고는 주방에서 한동안 툭탁툭탁 소리는 내더니 늦은 아침인지 이른 점심인지 모를 밥을 차린다.
나는 그녀가 차려준 음식들을 자근자근 씹으며 동굴같이 깊었던 그 늦잠에서 서서히 깨어난다.

신혼인 내게 주변사람들은 언제나 묻는다.
"결혼하니까 좋아?"
나는 반복되는 그 질문에 반복해서 대답한다.
"<결혼>해서 좋은게 아니라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좋은 것 같은데".
중요한건 언제나 사람이니까.

싹싹 비운 그릇들을 포개어 싱크대로 옮긴다.
쌀뜨물 성분이 들어가 있는 세제를 그물 수세미에 잔뜩 묻혀 비빈다.
거품을 많이 만들어낸 후 그릇들을 씻는다.
미끌거리던 그릇들에서 뽀득뽀득 소리가 날 때의 그 쾌감을 나는 알고 있다.
애초에 뭐든 서로 잘하는 것을 하자고 말했다.
그녀는 음식을 잘하고 나는 설거지를 잘하니 우리의 역할분담은 그렇게 자연스러웠다.
설거지를 마치고나면 그녀는 언제나 고맙다고 말한다.
그러면 나도 맛있는 밥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서로 고마워하는 것. 서로 미안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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