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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화 Feb 14. 2019

늙음과 젊음. 눈이 부시게.

 몇 해전 노인복지관에서 지역 경로당 임원 어르신들과 함께 리더십 강의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작은 평소 가깝게 지내던 강사님의 부탁이었죠.

적은 강의료와 대부분 80대의 어르신이었던 청중 연령 등 평상시 제가 하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강의여서 망설였던 강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한 번의 부탁으로 시작된 노인복지관 강의는 그 후 3번이나 더 진행이 될 정도로 어르신들도 복지관도 그리고 저도 무척이나 즐거웠던 기억이 되었습니다

 강의의 마지막에 어르신들께 당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젊은 사람들 눈치 보지 마시고 영화관에 가셔서 영화도 많이 보시고 카페에 가셔서 커피랑 음료수도 많이 드시라고 말이죠.
 그리고 영화 은교의 대사를 말씀드렸습니다.
“너의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 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이 것은 어르신들을 향한 저의 작은 응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tvN의 꽃보다 할배의 새로운 시리즈.
꽃보다 할배 리턴즈라는 타이틀로 다시 돌아왔던 그 프로그램이 저는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나영석 PD의 탁월한 연출력과 아름다운 티브이 속 풍경만이 그 이유는 아니죠.

 외국을 여행하면서 혹은 외국의 영화나 티브이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우리와 비교해서 항상 부러웠던 점은 문화를 향유하는 세대의 다양성이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문화적 측면에서의 세대분리, 그러니까 많은 종류의 문화들에서 어르신들이 배제되어있다는 말이죠.

 가요계에는 아이돌로 대변되는 어리거나 젊은 가수들만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프로야구 중계에서는 관중을 비추는 화면 속에서 어르신들을 거의 볼 수 없죠. 분명 경기장 안에 어르신들도 계실 테지만 카메라가 비추는 화면에 나오는 주인공은 어르신들이 아닙니다. 나라 곳곳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나 레스토랑의 손님들에서도 어르신들은 드물죠.
 이렇게 우리의 문화가 젊은이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은 자칫 젊은이와 어르신의 분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세대갈등이 그것이죠. 젊은이들은 어르신들을 점점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미 핵가족화가 오래전부터 진행 중인 와중이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교류도 줄어들고 이는 세대 간 접점을 축소시켰왔죠.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어르신들을 불편해하는 마음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소중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젊은 사람들이 즐겨보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바로 어르신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들이 어르신들을 조금 더 친숙하고 친밀하게 느껴지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어르신들도 CGV에서 영화를 보시고 스타벅스에서 시원한 음료를 즐기시게 되기를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어르신에 대한 젊은이들의 마음과 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소위 나이 먹어서 잔소리만 늘어놓는 "꼰대"로써의 어른이 아닌 젊은이들의 오늘을 있게 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어르신으로써 인식해주길 바라는 것이죠.

 꽃보다 할배의 주인공인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김용건 어르신들을 친근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마음이 우리 사회의 모든 어르신들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라봅니다.
 또한 "젊음"인 이서진과 "늙음"인 다섯 어르신들의 행복한 어울림이 화면 속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화면 밖 우리 사회 전체에 퍼지기를 바라봅니다.

 "젊음" 과 "늙음" 은 언제나 함께 붙어 있으니까요.

 이 겨울, 젊은 사람들 가는 곳에 어떻게 가냐고 손사래 치시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유명한 카페에 가서 따뜻한 커피 한잔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엄마! 아빠!
이 세상에 젊은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공간이란 없고
젊은 사람들만 누려야 하는 문화 같은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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