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하는 내내 언제나 신랑인 나의 이름이 먼저였다.
예식장 계약서에도, 신혼여행 바우처에도,
청첩장 종이 위에도 언제나 신랑인 내 이름이 먼저였다.
문득 마뜩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순서쯤 대수롭지 않게 여겨 넘길 수 있었지만 그 대수롭지 않음이 왜 한 가지 모습으로 정해져 있을까.
하지만 그땐 이미 많은 것들이 완료된 후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저 모바일 청첩장을 만들면서 소개 문구에 들어가는 순서를 바꾸는 것뿐
"신부 누구와 신랑 누구의 결혼식에 초대합니다."
내 몸과 마음은 오직 하나뿐이어서 나는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일생을 남자로 살아온 나는 여자의 삶을 알 수가 없기에
그녀들의 행복이 무언지 그녀들의 고통이 무언지,
그녀들의 불편함과 그녀들의 즐거움은 어떤 것 들인 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노력한다.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일 수도 있으니
작은 말 한마디로라도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나의 사소한 배려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기쁨이 될 수도 있으니 매사에 노력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는 다름이 없고 배려와 존중은 모든 것을 초월해서 지나침이 없다고 믿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