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겐 스폰서가 있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언니는 중학교 2학년 때 첫 가출을 시작으로 툭하면 집을 나갔다. 역마살이 낀 것처럼 집에 붙어있질 못했다. 부모님께선 어르기도 해 보고 손찌검을 하기도 했지만 변한 건 없었다. 그나마 내게는 꼬박꼬박 연락을 했기에 생사는 알 수 있었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듯했다.
나는 어릴 적 언니에게 맞고 자랐다. 그것도 아주 악랄하게 말이다. 언니는 어른들이 계실 때와 없을 때 돌변했다. 날 때리다가 지치면 벌을 서게 했다. 집에 누가 없을 땐 대놓고 때렸고, 누가 있을 땐 소리가 샐까 봐 이불을 덮어놓고 때렸다. 맞벌이셨던 부모님은 집에 거의 안 계셨고 늘 우리 둘 뿐이었다. 처맞아도 나와 놀아줄 사람은 언니뿐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내가 언니에게 반기를 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루는 평소와 다름없이 맞고 있는데 때리기도 힘에 부쳤는지 일명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켰다. 1000개를 하라고 했다. 스무 개나 했을까, 허벅지가 화끈거렸다. 잠시라도 지체하면 처음부터 다시 하게 했다. 100개는 넘게 했던 것 같다. 숫자를 버벅거리며 세면 싸대기를 맞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이어나가는데 갑자기 현관문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당황한 언니는 나보고 얼른 이불 밑으로 들어가 잠든 척하라고 윽박질렀다.
엄마였다. 그날따라 일찍 들어온 엄마는 장 보러 갈 채비를 하시곤 나를 찾았다. 내가 평소 시장에 따라나서길 좋아한다는 걸 아시기 때문이다. 처음에 엄마는 단번에 눈치채지 못하셨다. 하지만 계단을 함께 내려갈 때 내 다리 힘이 풀려버린 걸 보시고 깜짝 놀라 이유를 물으셨다. 난 계단 위에 주저 않아 엉엉 울며 엄마에게 모든 걸 털어놨다. 엄마는 한참을 얼어붙은 듯 굳어 계시다가 일단 시장에 다녀오자고 하셨다.
엄마는 언니와 나를 함께 안방으로 부르셨고 한동안 뚫어져라 언니를 쳐다봤다. 숨 막히는 정적이 지나고 엄마는 딱 한마디 하셨다. 너도 '앉았다 일어났다' 1000개를 하라고. 하나, 둘, 셋, 넷....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는 힘겨워했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뿐이었다. 엄마가 우리 보고 방으로 돌아가라고 하셨을 때 너무 무서웠다. 날 또 때리면 어떡하지. 그러나 언니는 방으로 돌아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여기까지 하고 잠시 숨을 골랐다.
상담사는 여전히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