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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 그리스에서 커피 한잔

풍광 좋은 곳에서 맛있게 내린 향긋한 커피 한잔

by 물가에 앉는 마음

이번 여행에 커피원두 10가지, 3Kg을 가져갔다. 원두커피를 좋아하는 작은아이에게 여러 가지 커피맛을 선사하고 싶어 시간 날 때마다 로스팅을 했다. 물 건너간 원두를 작은아이 냉동실에 재워줬다. 그리스에는 4가지 원두를 가져갔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실 수도 있겠지만 여건은 그렇지 않았다.

스케줄러는 아빠 취향을 고려해 산속 외딴집과 바닷가 언덕 위 외딴집을 골랐다. 스케줄러의 이야기로는 약 2천 개 후보 중에서 선별한 집이란다. 그래서인지 시설과 전망이 아주 좋았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려면 여인들이 치장해야 하니 2시간, 카페까지 차로 이동하는데 30분 정도 소요되어 점심때가 된다. 아침에 커피를 내려야 하루가 시작되는데 시간이 맞지 않는다.


Ethiopia Abaya Geisha G1 Natural, Deep flavour, 품종은 게이샤이며 cupping note는 초콜릿, 라즈베리, 캐러멜, 오렌지, 살구다. 주요 풍미는 딸기와 건조과일의 시고 단맛, 꽃향기, 과일향기, 코코아로 복합적이다.

Kenya Kagumoini AA Top Washed, cupping note는 자몽, 청사과, 흑설탕, 캐러멜로 단맛과 신맛이 매우 뛰어난 품종이다.

Guatemala El Socorro Maracaturra Washed, cupping note는 체리, 오렌지, 사과, 초콜릿이다. 초콜릿 단맛이 강해 산미가 약하게 느껴지지만 잘 익은 과일의 산미가 느껴진다.

Colombia La Primavera Pink Bourbon Washed, cupping note는 꽃향기, 포도, 사과, 캐러멜이며 단맛이 뛰어나며 향기 좋은 품종이다.


물 건너간 커피맛은 조금 달랐다. 그리스에는 작은 아이가 사용하는 하리오 드리퍼와 핸드밀, 종이필터만 가져갔다. 분쇄도, 물온도, 드리퍼가 달라지니 커피맛이 확연히 달라졌다. 부드러운 밀크초콜릿 맛이 나야 하는 Guatemala Maracaturra와 일반초콜릿 맛이 나는 Ethiopia Abaya Geisha에서 다크초콜릿 맛이 난다. 온도계가 없어 물 온도를 대충 맞혔더니 물 온도가 높았나 보다.

작은아이 집에서 Ethiopia Abaya Geisha G1 Natural, Mild flavour의 맛을 봤었다. cupping note는 밀크초콜릿, 라즈베리, 복숭아이나 한국에서 마시던 맛과는 전혀 다른 맛이 나와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핸드폰 계산기를 이용해 85~90˚C로 물온도를 맞췄다. 펄펄 끓는 물 400CC,에 상온수 100CC를 넣으면 85˚C정도 된다. 물주전자도 없고, 주스컵을 서버로 사용해 눈금이 없었으므로 30초 뜸 들이고 2분 30초 동안 추출하는 식으로 맞췄다. 2분만 내려야 잡내가 따라오지 않으나 하리오 드리퍼는 한국에서 사용하던 드리퍼보다 커피 내려지는 속도가 빨라 2분 30초 동안 추출했다. 공정을 표준화하자 한국에서 마시던 커피맛에 근접했다.

* 커피 내려지는 속도는 멜리타, 칼리타, 고노, 하리오 순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chemex 드리퍼는 칼리타보다 느리니 멜리타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침식사는 과일, 견과류, 우유와 요거트, 빵이나 러스크처럼 딱딱하게 건조한 귀리빵, 그리고 커피다. 평범하고 소박한 아침식사지만 뛰어난 자연경관이 100만 불짜리로 변화시킨다. 인적 없는 숲 속에서 들리는 염소와 소방울 소리는 귀를 즐겁게 하고, 눈앞에 펼쳐진 기암괴석의 산과 올리브 농장의 초록색,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는 눈을 시원하게 한다. 거기에 맑은 공기와 산들바람은 머리까지 맑게 해 준다. 풍광 좋은 곳에서 맛있게 내린 향긋한 커피 한잔이 곁들여진다면 특별함을 넘어 사치스러운 식사로 변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커피 맛이 좋다는 specialty커피전문점에서 원두커피를 마셨으나 갖고 간 커피보다 뛰어난 맛이 아니었다. 로스팅기술은 월등하게 좋았을 텐데 생두단가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단가가 높으면 로스팅을 대충 해도 맛이 웬만큼 나온다.

미코노스 해변카페에서 주문한 그리스 전통 커피는 곱게 간 원두를 거르지 않아 알갱이가 씹혔으며 로부스터 원두를 많이 사용했는지 흙내가 진해 모두 인상을 찌푸렸었다. 그날 이후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이 없었다. 카페에서는 과일주스와 맥주, 포도주만 주문했으므로 커피를 넉넉히 가져가길 잘했다. 아침커피를 마시고 남은 커피는 병에 넣어 들고 다니며 마셨다..


사용하던 것과 다른 드리퍼, 핸드밀, 주전자, 물과 물온도가 커피 맛에 영향을 준다. 네덜란드에서도 커피맛이 달랐으며 그리스에 와서도 커피맛이 달랐다. 커피 내리는 브루잉방법이 각자 상이할 테니 내가 로스팅한 커피는 나만 맛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네덜란드와 그리스에서 실증했다.

같은 생두라 해도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지만, 브루잉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꽤나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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